Editor's Note

김강석 한국외대 교수는 헤즈볼라의 보복 공언 및 이스라엘 우파의 강경한 태도로 인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중동 지역 확전 가능성이 있지만, 역내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과 이란이 출구전략을 모색함에 따라 종전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전망합니다. 또한 종전 이후 가자지구의 거버넌스 구축을 둘러싼 주변국 간 협상의 향방,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 추진 움직임 등 향후 중동 정세를 좌우할 변수를 제시합니다. 저자는 미국이 한국에 중동 지역 안정을 위한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가자지구 재건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언합니다.

1.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 가능성

 

2024년 중동 정세 전망과 관련 제기되는 핵심 질문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가자지구를 넘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이다. 확전을 초래할 주요 변수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군사적 충돌 발생이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에서 이란 혁명수비대(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 IRGC)의 고위 사령관인 라디 무사비(Radhi Mousavi)를 살해하고, 레바논에서 살레 알 아루리(Saleh al Arouri)를 포함한 하마스의 고위 지도자들을 제거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헤즈볼라를 이끄는 하산 나스랄라(Hassan Nasrallah)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공언했고, 중동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2006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01호에 따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지대에서 철수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확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를 중심으로 한 우파 정치인들은 확전을 불사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특히 전쟁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과 함께 부패 혐의에 직면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대로 전쟁이 종식될 경우 정치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여기에 이타마르 벤그비르(Itamar Ben Gvir) 국가안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Bezalel Smotrich) 재무장관 등 극우 성향의 강경파 인사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하마스의 완전 축출에 나서는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이 장기화되고,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충돌이 발생할 경우 확전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가자전쟁 확전 위기는 홍해에서 예멘의 후티 반군 문제로 가시화되고 있다. 후티 반군은 홍해와 바브 알 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국제 상선을 공격하며, 이스라엘 항구로 향하는 선박 봉쇄를 시도해 왔다. 이 때문에 주요 글로벌 선사들은 홍해 해협 운항을 중단하고 희망봉을 통한 우회 항로를 선택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예멘 최고혁명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후티 반군의 고위 지도자인 무함마드 알리 알 후티(Muhammad Ali al-Houthi)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지속적인 테러, 범죄, 학살이 멈추지 않는 한 군사 행동을 확대할 것이라며 위협했다. 특히 2024년 1월 12일 미국과 영국은 예멘 내에서 후티 반군에 대한 군사작전을 단행했다. 예멘의 수도 사나는 물론 후다이다 등에 위치한 후티의 군사시설이 공격을 받으면서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고조되었다.

 

한편, 미국은 전쟁의 확전을 원하지 않고 출구 전략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2024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며,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우선시하고 있다. 워싱턴은 그동안 전쟁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다각적 노력을 시도했으며, 특별히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지대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관리해 왔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을 검토했지만 이란의 개입으로 확전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반대하면서 계획이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도 미국은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아모스 호치스타인(Amos Hochstein) 특사를 파견하여 중재를 시도하였다. 미국의 이러한 입장과 함께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에 영향력이 큰 이란 역시 군사적 대결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전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2024년 가자전쟁은 돌발 상황 발생으로 인한 전쟁 확대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전보다는 종전 해법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여전히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

 

2. 가자지구의 미래

 

2024년 중동 정세에 관한 최대 관심사는 종전 이후 가자지구의 미래 향방이 어떻게 될 것인지의 여부이다. 가자지구 미래 시나리오를 두고 관련 당사국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우선, 이스라엘의 태도는 지난해 12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투고한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Netanyahu 2023).

 

네타냐후 총리는 평화를 위한 세 가지 전제 조건으로 하마스의 완전 축출, 가자지구의 비무장화, 팔레스타인 사회의 탈급진화를 제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를 이란의 피후견 세력으로 간주하며, 하마스의 군사력 해체와 가자지구에 대한 정치적 지배 종식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집트와의 국경 지역에서 무기 밀거래를 감시하고,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국경에 임시 안보지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통해 가자지구가 대이스라엘 공격의 기지로 사용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비무장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현재 가자지구 외곽의 보안 울타리와 콘크리트 벽과 같은 구조물로는 이스라엘의 안위를 지킬 수 없다고 인식하면서 국경지대에 안보 구조물 보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비무장화를 실현하기 위해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국경지대인 필라델피 회랑(The Philadelphi Corridor)을 직접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라델피 회랑은 1979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에 따라 가자지구로 유입되는 무기 밀거래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에게 통제권이 넘어가게 되었다. 이후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면서 통제권은 이집트로 이양되었으며,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 이후 다시 통제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필라델피 회랑 재통제 계획에 대해 이집트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대규모 이집트 이주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Motamedi 2023).

 

무엇보다 가자지구의 비무장화를 위한 핵심은 미래 팔레스타인의 거버넌스 구조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이다. 이스라엘은 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해 비무장화를 달성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며 미국과 달리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통치 영역을 가자지구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면서 오슬로 협정 이후 사실상 폐기된 두 국가 해결안을 적용하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한다. 토니 블링컨(Antony John Blinken) 국무장관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의 미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워싱턴은 마흐무드 압바스(Mahmoud Abbas) 수반을 포함한 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인사들의 무능과 이에 대한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반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 창출을 모색할 수도 있다.

 

한편 아랍 국가들, 특히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자지구의 미래에 대한 단기적인 해결책을 넘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이집트의 알 시시(Abdel Fattah el-Sisi)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카이로 평화회담에서 가자지구는 물론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포괄적 해결방안을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Muhammad bin Salman) 왕세자도 11월 리야드 아랍 이슬람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에 의한 가자지구 점령과 봉쇄 종식을 주장하며, 1967년 6일 전쟁 이전 국경선에 토대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하여 이집트를 중심으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모든 팔레스타인 정파가 참여하는 새로운 테크노크라트(Technocrat) 통치 내각 구성을 포함하는 3단계 평화안이 제시된 바 있다. 이 계획의 주요 내용은 휴전, 인질 교환, 전쟁 종식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평화 구축 방안으로서 테크노크라트 정부에 의해 팔레스타인 지역을 통치한다는 것이다(Nabil 2023).

 

이렇게 가자지구의 미래 시나리오를 두고 관련 당사국들 간 이견이 존재하는 가운데 현재 다양한 프로포절이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2024년 중동 정세를 읽기 위해 지켜볼 문제는 이러한 입장 차이를 어떻게 조율하며 가자지구 미래 구상의 합의를 도출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난항이 예상되는 가자지구 미래 협상의 향방은 2024년 중동 정치 질서의 전개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와 중동 미중경쟁에 미칠 영향

 

가자전쟁 이전 중동 지역에는 한동안 화해 기조가 이어졌다. 2023년 3월 중국의 중재하에 성사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회복을 필두로, 6월 아랍에미리트와 튀르키예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양국 관계는 우호적으로 변화되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란, 이스라엘, 튀르키예와 같은 중동 여러 국가와 화해하면서 데탕트 분위기를 선도하였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안보보좌관은 바이든 정부가 중동 지역갈등 완화에 공헌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2023년 9월 인도에서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스라엘을 통과하여 유럽까지 연결되는 새로운 경제 회랑을 구축했다고 홍보했다(Sullivan 2023).

 

무엇보다 미국은 전쟁 발발 직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중재했고, 이에 대해 실질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의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화해로 인한 자신들의 고립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었다. 따라서 가자전쟁 종식 이후 중단되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협상이 재개될 것인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크다.

 

분명한 것은 이번 전쟁의 여파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의 동력이 약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전쟁 기간 아랍 세계에서 반이스라엘 감정이 증폭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에 더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었다. 이 때문에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와 연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한 두 국가 해결안이 성사된다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Schwartz 2024). 이러한 사우디아라비아의 태도는 아랍 대중들의 여론을 고려한 원론적인 차원으로 이해되며 실제적으로 어떠한 전략을 취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편, 미국은 관계 정상화를 조율하며 새로운 프로포절을 제안하고 있다. 일례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아니라 가자지구 재건을 조건으로 관계 정상화 협상을 이어나갈 수 있다. 브렛 맥거크(Brett McGurk)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은 전쟁 이후 가자지구 재건과 관계정상화를 정치적으로 연계하는 제안으로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같은 걸프 국가들이 재건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Coates and Asropets 2024). 종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는 험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은 지속적으로 중재를 위한 물밑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자전쟁은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관계 정상화와 함께 중동 지역에서의 미중 경쟁 구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까지 미국의 탈중동 정책 기조 속에서 중국의 영향력 강화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어 왔다. 오바마의 ‘아시아로의 회귀’ 이후,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중동 문제에 대한 개입을 회피하며 탈중동 정책 기조를 표방해 왔다.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이 같은 미국의 정책적 기조는 명확히 투영되어 나타났다. 이 때문에 중동의 전통적 미국 동맹국들은 미국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강화하게 되었고,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례로 사우디아라비아는 2023년 3월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에 대화 파트너로 참여했고, 2024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가 브릭스(BRICS)에 가입했다. 이는 브릭스가 미중 갈등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며, 중국의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가자전쟁을 두고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으로 글로벌 사우스의 신뢰를 상실하는 동안, 중국은 전쟁을 활용해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Leonard 2024). 다시 말해서 중국은 두 국가 해결책을 촉구하고, 하마스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거부하며, 휴전을 지지하는 상징적인 노력을 경주해 왔고, 이를 통해서 반이스라엘 감정이 팽배한 중동과 같은 글로벌 사우스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외교부는 그동안 휴전을 촉구하고 두 국가 해결책을 지지하는 성명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왔다. 예를 들면, 2024년 1월 15일 중국의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집트의 사미흐 슈크리(Sameh Shoukry) 외교장관과 함께 발표한 가자전쟁에 관한 공동 성명에서 모든 폭력, 살인 및 민간인에 대한 공격 중단을 촉구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필요성을 역설하였다(Xinhua 2024-01-15). 이 같은 중국의 지속적 행보는 이번 전쟁을 중동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에서 중국의 리더십을 공고화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이러한 주장들과 달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오히려 미국의 영향력 쇠퇴라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즉, 이번 전쟁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미국이 중동 안보에서 여전히 중요하고,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 발발 직후, 항공모함 두 개 전단과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다양한 공군 전략 자산과 병력을 파병하는 등 적극적인 군사 개입을 보여줌으로써 중동 국가들의 대미 인식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팔레스타인에 대해 우호적 성명에만 치중하고 있어 중동 국가들에게 미국이 여전히 결정적인 정치 행위자라는 인상을 각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전쟁 기간 증가한 중동 내부의 반미 감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은 중동의 정치 지도자들이 미국의 정치적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이렇게 가자전쟁이 중동 내에서의 미중 경쟁 구도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상반된 평가가 존재하는 가운데 전쟁 이후의 향방을 면밀히 추적해 봐야 할 것이다.

 

4. 한국의 중동 정책

 

오늘날 중동정세의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미국은 전 세계의 동맹국들과 공조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미국이 중동의 안정을 위해 한국의 추가적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때 한국은 대미관계 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신흥 선진국으로서 한국은 과거와 달리 독자적 비전을 갖고, 대미관계에서 보다 자율성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전재성 2024). 따라서 향후 한국의 대중동 정책은 한미동맹의 틀과 국가 자율성 사이에서 국익을 도모하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3년 12월 18일, 미국은 홍해에서 항해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번영 수호자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을 선포했다.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에 대응하여 항해의 자유를 보호하고, 국제 해상 무역에 대한 위협을 줄이기 위한 이 작전에는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20여개 국가가 다국적 연합군으로 참여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작전 참여국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작전 개시 이후 글로벌 상선들의 홍해 통과가 더 안전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주도의 해상 작전에 유럽 국가들이 주로 동참하고 있는 반면, 중동의 동맹국들 중 참여한 국가는 바레인이 유일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와 같은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국들은 후티 반군의 공격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여 미국과의 공조에 소극적이다. 특히 이집트는 홍해 항로로의 선박 통행 중단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도의 홍해 국제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중동 지역의 여러 국가들이 미국과의 오랜 동맹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불필요한 중동 분쟁에 연루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미국이 한국에 중동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동참을 요청한다면 한국은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장기적인 국익의 관점에서 중동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1월 12일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지지하는 10개의 공동 성명 참여국에 미국, 영국, 호주, 바레인, 캐나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와 함께 한국이 포함되었다. 한국이 중동 역내 국가들도 참여하기를 꺼리는 예민한 문제에 참여할 때 중동 정세를 면밀히 고려하여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홍해 정세 변화로 인해 미국이 홍해 항행 안전을 위해 지원을 요청한다면, 한국은 보다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한미관계 속에서 최선의 정책 방향을 찾아야 한다.

 

또한, 한국은 중동에서 가자지구의 재건 논의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가자지구의 230만 명 전체 인구 중 약 85%가 이주를 강요당한 상황으로, 불충분한 물품 공급으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과거 제임스 울펜손(James Wolfensohn) 전 세계은행 총재는 2005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 논의 당시 가자지구의 경제 부흥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이번 전쟁이 종결되면 가자지구의 경제 자립을 위한 과거와 유사한 논의가 재등장할 수도 있으며(Filiu 2024), 이럴 경우 한국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더 큰 기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한국 정부는 가자전쟁의 민간인 피해에 대해 2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다. 앞으로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자지구 재건 등의 논의 향방에 주목하고, 보다 더 적극적인 지원에 나섬으로써 중동 지역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참고 문헌

 

전재성. 2024. “2024년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과 한국의 대미 정책 과제.” EAI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https://eai.or.kr/new/ko/pub/view.asp?intSeq=22297&board=kor_issuebriefing (검색일: 2024. 1. 15.)

 

Coates, Gideon, and Haim Asropets. 2024. “A proposed American plan: reconstruction of the Gaza Strip in exchange for normalization with Saudi Arabia.” (in Arabic) Alquds. January 14. https://www.alquds.co.uk/خطة-أمريكية-مقترحة-إعمار-القطاع-مقابل/ (검색일: 2024. 1. 15.)

 

Filiu, Jean-Pierre. 2024. “Why Gaza Matters.” Foreign Affairs. January 1. https://www.foreignaffairs.com/israel/why-gaza-matters (검색일: 2024. 1. 15.)

 

Leonard, Mark. 2024. “China’s Game in Gaza: How Beijing Is Exploiting Israel’s War to Win Over the Global South.” Foreign Affairs. January 8. https://www.foreignaffairs.com/china/chinas-game-gaza (검색일: 2024. 1. 15.)

 

Motamedi, Maziar. 2023. “What’s the Philadelphi Corridor border zone that Israel wants to control?” Al Jazeera. December 31. https://www.aljazeera.com/news/2023/12/31/whats-the-philadelphi-corridor-border-zone-that-israel-wants-to-control (검색일: 2024. 1. 15.)

 

Nabil, Attia. 2023. “What do we know about the Egyptian initiative to resolve the war crisis in Gaza?” (in Arabic) BBC News. December 28. https://www.bbc.com/arabic/articles/c4ny8y04g8lo (검색일: 2024. 1. 15.)

 

Netanyahu, Benjamin. 2023. “Benjamin Netanyahu: Our Three Prerequisites for Peace.” Wall Street Journal. December 25. https://www.wsj.com/articles/benjamin-netanyahu-our-three-prerequisites-for-peace-gaza-israel-bff895bd (검색일: 2024. 1. 15)

 

Schwartz, Felicia. 2024. “Israel and Saudi Arabia will normalize ties in coming years, say experts.” Financial Times. January 12. https://www.ft.com/content/2403c258-dbb0-42de-a1d0-59b579676e88 (검색일: 2024. 1. 15.)

 

Sullivan, Jake. 2023. “The Sources of American Power: A Foreign Policy for a Changed World.” Foreign Affairs. October 24. https://www.foreignaffairs.com/united-states/sources-american-power-biden-jake-sullivan (검색일: 2024. 1. 15.)

 

Xinhua. 2024. “China, Egypt call for comprehensive, lasting truce in Gaza.” January 15. https://english.news.cn/20240115/aefe52b21fb845128fba23fd70490f27/c.html (검색일: 2024. 1. 15.)

 


 

김강석_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교수.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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