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김양규 EAI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군사기술 발전이 전천후 목표물 탐지 및 정밀한 장거리 타격을 가능케 하는 ‘정확성’ 및 ‘투명성’ 혁명이라고 설명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사례는 이러한 혁명이 방어에 대한 공격의 상대적 우위로 이어져 세계 안보 정세의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이어서 인공지능 역량 신장을 토대로 동시다발적 분쟁에 대응하는 통합억지를 추진하는 미국과 군사정찰위성을 통해 장거리 정찰 능력을 확보하려는 북한의 동향을 소개하고, 한국은 첨단기술 분야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첨단기술의 국방력 적용을 위한 컨트롤타워 정비 및 독자적 장거리 정찰 역량 강화를 통해 공격 우위 시대에 대비하는 국방력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혁명적 기술의 변화는 전쟁의 양상과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며 세계 안보질서의 흐름을 바꾸어 왔다. 철도, 전보, 기관총, 폭격기, 핵무기 등 우리에게 친숙한 예는 한없이 많다. 미국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이 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에서 세계가 역사적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서 있고, “결정적 10년(decisive decade)”을 지나고 있다고 밝힌 지 두 해가 지났다. 그동안 세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겪고 있다. 기술의 변화는 전쟁 양상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주요국들은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미중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가? 한국은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

 

본고는 첫째, 최근 군사기술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확성(accuracy)”과 “투명성(transparency)” 혁명(Lieber and Press 2017)이 ‘공격-방어 균형(offense-defense balance)’ 차원에서 재래식 전쟁 환경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 진행 중인 전쟁에 대한 중간 평가를 통해 간략히 논의한다. 둘째, 이러한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미국은 어떠한 준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고, 북한은 어떤 분야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통합억지 전략과 인공지능, 그리고 군사정찰위성 이슈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끝으로, 세계 안보정세 변화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2024년 한국의 안보정책 방향을 제언한다.

 

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정확성 및 투명성 혁명과 공격-방어 균형 변화

 

‘동일 자원을 투자하였을 때 공격과 방어 중 무엇이 국가안보 증진에 더욱 유리한지’에 대한 문제를 저비스(Robert Jervis)가 “공격-방어 균형”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한 이래(Jervis 1978, 187-199) 이 변수는 안보딜레마, 전쟁 발발 가능성, 군비경쟁, 동맹 형태, 국제협력 가능성, 무정부 상태하 국가간 약속 이행 문제(commitment problem)의 심각성 정도 등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Fearon 1995; Biddle 2001). 저비스는 공격-방어 균형이 군사기술과 지형의 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는데, 후속 연구들은 “기동성(mobility)”의 향상에 기여하는 기술의 발전(예. 기병, 기차, 전차, 전투기 등)은 공격 우위를, “화력(firepower)”과 “적 기동성 방해” 능력 증진에 기여하는 기술의 발전(예. 기관총, 참호, 대전차미사일, 지대지미사일 등)은 방어 우위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밝힌다(Glaser and Kaufmann 1998). 1차 대전 이전 “공격숭배현상(Cult of the Offensive)”이 소규모 지역 분쟁을 순식간에 세계적 수준의 대전쟁으로 확전시켰듯이, 공격이 우위에 있으면 세계 안보 정세는 쉽게 불안정해진다. 반대로 미소 냉전 시기 핵무기의 2차 공격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에 기반한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가 미소 간 직접적인 무력 충돌을 방지한 것과 같이, 방어가 우위에 있으면 전략적 안정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현재 군사기술의 발전은 공격-방어 균형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리버(Keir A. Lieber)와 프레스(Daryl G. Press)는 합성 개구 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 SAR)를 탑재한 인공위성과 다양한 고도에서 운용되는 드론의 종합적 장거리 정찰로 인해 군사적 목표물에 대한 탐지가 24시간 날씨와 상관없이 가능해진 점, 그리고 장거리 타격 능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기존 수백 미터에서 수십 미터 이내로 줄어든 오차범위 내 타격에 따라 거의 100퍼센트에 육박하는 명중률을 보이게 된 점 등의 최근 군사기술의 변화를 ‘정확성’과 ‘투명성’ 혁명으로 규정한다(Lieber and Press 2017). 그런데 첨단군사기술의 양대 혁명은 적의 기동을 완벽하게 방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방어 우위의 세계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동일 역량을 개전 이전 적의 지휘통제 능력을 무력화하는 데 활용함으로써 선제공격의 효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격 우위 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

 

2년 간 지속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경과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해석을 어렵게 만든다. 러시아는 침공 초기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42,000제곱마일에 달하는 방대한 영토를 점령하는데 성공하였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반격에 나서 두 달 만에 19,000제곱마일의 영토를 수복하였고, 2022년 8월과 9월 헤르손과 하르키우 탈환 작전으로 각각 470제곱마일과 2,300제곱마일의 영토를 되찾았다(Biddle 2023). 이러한 전쟁 양상만 보면 공격 우위의 시대가 온 것 같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림 1]에서 보듯 2022년 10월 이후 러-우 사이의 점령지 비율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의 국경 지대부터 드니프로 강 삼각주 지역에 이르는 2천 킬로미터 길이의 지역에 참호를 파고 대전차장애물(dragon’s teeth)을 설치하는 등 강력한 방호선을 구축하여 점령한 영토를 지키는 작전에 돌입하였고(Jones, Palmer, and Bermudez 2023), 2023년 하반기 우크라이나가 시도한 대반격은 상당한 인적∙물적 희생에도 불구하고 200제곱마일 정도의 영토 수복에 그치는 등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Birnbaum et al. 2023). 전차는 공격 작전의 성공과 실패 모두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이에 대해 비들(Stephen Biddle)은 이번 전쟁에서 주목을 받은 값싼 드론을 활용한 전차 공격과 이에 대응한 휴대용 드론 방해기 사이의 창과 방패 대결이 보여주듯, 신기술의 군사적 이용과 이에 대응하는 적응(adaptation) 사이 상호작용으로 인해 공격-방어 균형 문제가 단순히 기술 변수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증하였다고 주장한다(Biddle 2023).

 

그림 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 비율 변화

출처: O’Hanlon et al. 2023

 

그런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10개의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포대는 각각 60-80발 정도의 요격미사일을 갖추고 있고, 요격 성공률은 90퍼센트에 달하여 최첨단 방어 시설로 명성이 높았다. 그렇지만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아도, 1,000개 이상의 로켓 공격을 일시에 감행하면 아이언 돔은 무너지게 되어 있다. 이번에 하마스의 로켓 공격이 아이언 돔을 뚫어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 한 발의 가격은 약 600달러에 불과하지만 아이언 돔 미사일 한 대의 가격은 약 6만 달러다. 만약 하마스가 5천 발의 로켓을 발사했다면 공격을 위해 약 3만 달러 정도의 비용을 지불한 셈이나, 이를 방어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소모한 군사비는 4천 8백만 달러에 달한다(Boyd 2023). 공격이 방어보다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인 것이다. 반격에 나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군의 절반 정도를 파괴하였지만 핵심 리더십을 제거하는 데는 실패했고, 2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키며 결국 2024년 1월부터 전쟁 수행 방식을 저강도 군사작전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하기에 이르렀다(De Luce 2023; Shalal 2024).

 

중간평가이고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어렵지만, 앞서 살펴본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전쟁 경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장거리 정찰 및 타격 능력의 혁신적 변화는 핵무기 사용이 배제된 재래식 전쟁 차원에서는 공격하는 측에 상당히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가적 역량이 총동원되는 총력전 차원의 전투에서는 러시아군이 보여 주듯 견고한 방어 진지를 구축하는 전술이 여전히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어 전선을 구축하는 데에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고, 아이언 돔의 한계가 보여주듯 그 효용성도 장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잘 기획된 공격 작전은 방어하는 측에 엄청난 피해를 가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완전한 방어를 달성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자원을 고려해 보면 방어하는 측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단순 효용성을 생각한다면, 공격이 방어보다 우위인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2. 첨단기술과 주요국 대응: 미중관계와 한반도

 

첨단기술을 활용한 군사안보 정세 변화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2021년부터 “통합억지(integrated deterrence)” 개념을 제시하며, 기존과 확연히 구분되는 전략 구축에 힘써 왔다. 국가안보전략서의 설명(White House 2022/10/12)에 따르면 ‘통합억지’는 잠재적 적국으로 하여금 적대 행위의 비용이 그 편익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매끄러운 역량의 조합(the seamless combination of capabilities)”이다. 다시 말해, 군사영역(domain, 즉 육해공, 우주, 사이버, 비군사), 지역(예. 유럽과 인도-태평양), 분쟁 스팩트럼(무력분쟁-회색영역), 정부 역량(외교, 정보, 경제), 그리고 동맹 역량을 모두 통합하는 전략이다. 미국이 이러한 전략을 고안하게 된 핵심적인 이유에 대해 국방전략서(National Defense Strategy: NDS)는 “두 개의 핵 강대국과 동시에 분쟁을 겪을 가능성(near-simultaneous conflict with two nuclear-armed states)”을 꼽는다(U.S. Department of Defense 2022/10/27).

 

동시에 두 개의 강대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전선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김양규 2023, 106),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정확성’ 및 ‘투명성’ 혁명 관련 기술과 더불어 목표물의 탐지∙식별을 위해 수집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군사적 이용이 중요해진다. 미 국방부가 2023년 6월 발표한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활용 전략서(Data, Analytics, and Artificial Intelligence Adoption Strategy)』의 부제가 “의사결정 속도 증진의 이점(Accelerating Decision Advantage)”이다. 전략서의 서두에서는 미군이 AI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더 좋은 결정을 더 빠르게 해주기(enable leaders to make better decisions faster)” 때문이라고 강조한다(U.S. Department of Defense 2023/06/27, 3).

 

그런데 바로 이 AI 역량 구축의 핵심에 반도체가 있다. AI가 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빠르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Jensen 2023). 그런데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획득, 알고리즘 개발, 컴퓨팅 능력 강화, AI 산업의 신속 발전은 모두 ‘첨단반도체 생산 능력’이라는 한 가지 물리적 토대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 차원에서 중국은 미국에 비해 15년 이상 뒤처져 있고, 미국, 네덜란드, 일본의 협력만으로도 중국이 첨단반도체 생산 장비 공급망의 90퍼센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현존하는 반도체 생산 장비 가치사슬 전부’를 대체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반도체 역량 차원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엄청난 난관에 봉착해 있다(Allen 2023).

 

미국이 “작은 마당, 높은 담장(small yard, high fence)”의 디리스킹 전략의 핵심에 반도체와 AI를 내세우면서, 지난 11월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의 때 미국이 상대적 우위에 섰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관리된 경쟁”을 강조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손열 외 2023). 아울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브리핑이 고위급 대화 재개, 군사 분야 소통 등 합의 사항만을 강조하고 미중 간 충돌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입장과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권을 침해하는 미국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도(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the PRC 2023-11-16) 첨단군사기술을 둘러싼 미중 경쟁이 그 배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북한이 두 차례의 발사 실패를 거쳐 지난 11월 21일 만리경 1호 발사에 성공한 후 “만 리를 굽어보는 눈과 만 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가지게 되었다고 자축(김지헌 2023)한 것도 첨단군사기술 영역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따라가려는 절박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AI 영역에서 주요국들의 발전 수준을 따라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초보적 수준의 장거리 정찰 능력이라도 확보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만리경 1호의 경우 태양동기궤도(Sun-synchronous orbit)를 따라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10시 평양 상공을 지나며 5일에 한 번씩 지상반복궤적(ground track repeating every five days)을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Langbroek 2023).

 

그러나 장거리 정찰 능력 차원에서 북한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매우 멀다. 군사정찰위성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속탐지(persistent observation)”가 필수적인데 ‘20기’의 위성이 하루 50회의 상공 감시를 했을 때 24분의 감시 공백이 발생한다는 계산(Lieber and Press 2017, 41)이 나온다는 점을 고려할 때 ‘1기’의 정찰위성이 가지는 실질적 효용성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현재 만리경 1호에 탑재된 것으로 판단되는 전자광학(electro-optical: EO) 카메라는 해상도 수준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날씨가 좋지 않거나 연기가 끼어 있는 경우 목표물을 제대로 식별할 수 없어서 SAR를 탑재한 위성을 발사할 때까지는 실질적인 장거리 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Diepen 2023-11-28).

 

3. 한국의 2024 군사안보 전략: 첨단기술기반 국방력 구축

 

군사안보기술 영역에서 장거리 정찰 및 타격 능력의 혁명적 변화가 공격 우위 시대의 도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면밀한 추적 연구와 대응 방향 모색이 절실하다. 예를 들어, 앞서 논의한 2022년 국방전략서에 포함된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는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에게 핵을 사용할 경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end of that regime)”로 귀결될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사용한 뒤 살아남을 수 있는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경고하면서도, 미국은 매우 “극단적인 상황(extreme circumstances)”에서만 핵 사용을 고려한다고 명시한다. 전략억지계획과 운용 차원에서 “비핵능력이 핵무기력을 보완하게 될 수 있다(Non-nuclear capabilities may be able to complement nuclear forces)”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U.S. Department of Defense 2022-10-27, 10).

 

이는 미국이 그리는 미래 전장의 모습이 첨단기술 발달을 군사작전에 도입하여 상대방의 취약한 부분을 정확하게 공격해 도려내는 방식이기 때문일 수 있다. 거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빈 라덴(Osama bin Laden)의 후계자 알 자와히리(Ayman al-Zawahiri), 그 외 수많은 IS 지도자들을 드론 자산을 활용하여 사살할 때 동원된 닌자미사일 같은 것이 미국이 염두에 둔 미래 전장의 핵심 무기일 수 있는 것이다. 무기의 파괴력이 클수록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에 해당하는 민간인 피해 규모가 커져 지불해야 하는 정치적 비용도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핵무기보다 정밀한 무기의 군사적 효용성이 언제나 더 클 수밖에 없다.

 

2024년 한국의 국방정책이 집중해야 하는 과제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미래 한국 국방력의 기초 체력 역할을 하는 첨단기술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오스틴(Lloyd J. Austin) 국방장관의 2022년 6월 샹그릴라 연설 내용에서 보듯 미국의 통합억지 전략은 동맹국과 미국의 역량을 통합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차원에서 “미국의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sharing the fruits of our R&D success)”하는 정책 방향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Austin 2022). 2023년 4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을 통해 발표한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Next Generation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 Dialogue)’가 12월에 출범하였고, 6대 핵심전략기술 협력 분야의 처음과 끝에 반도체와 인공지능이 포함되어 있다(White House 2023/12/08). 특히 아직 AI 규범과 거버넌스가 수립되어 있지 않고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을 고려할 때, 올해 한국에서 개최될 ‘인공지능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sponsible Artificial Intelligence in the Military domain Summit: REAIM)’를 통해 글로벌 규범 논의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거버넌스가 수립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발전이 실질적인 국방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및 국방 조달 계획을 수립하고, 운용 교리를 개발하며,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조직의 신설과 정비를 위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작년 4월 워싱턴 선언 및 9월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도 언급된 “전략사령부”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략사령부는 “미사일부대, 사이버작전사령부, 우주작전부대, 전자기스펙트럼작전부대, 특수임무작전부대, F-35 및 잠수함 부대를 통제”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하채림 2023), 이는 모두 첨단기술 기반 국방력의 핵심 자산일 뿐 아니라 한국형 3축체계를 구성하는 주요 전략 자산에 해당한다. 신설되는 전략사령부 조직이 기존의 군 거버넌스에 잘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워싱턴 선언에서도 강조된 것처럼 한미 연합작전 능력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White House 2023/04/26).

 

독자적인 장거리 정찰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이 11월 말 정찰위성을 쏘아 올린 데 이어 한국도 12월 2일 첫번째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nfrared Radiation: IR), 그리고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하여 만리경 1호보다 높은 해상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고, 군 당국은 계속해서 SAR 위성 및 초소형위성을 추가로 발사하여 감시 공백을 더욱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방위사업청 2023-12-21; 유용원 2023).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정찰위성의 숫자가 많을수록 지속적인 정찰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장거리 정찰 능력 강화를 위해 독자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 협력 차원에서 정보 협력의 수준을 제고하는 방식의 제도화 노력도 필요하다. ■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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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규_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사.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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