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한중관계가 수교 30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협력과 전략적 소통은 최근 정체국면에 들어섰습니다. 본 워킹페이퍼에서 이동률 동아시아연구원 중국연구센터 소장(동덕여자대학교 교수)은 한국과 중국 간 경제협력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고 양국 국민 반감 정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중관계가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한 가운데 보다 효과적인 대중정책 결정체계 마련을 위해 저자는 중장기 전략 수립, 중국과의 협력 방안 모색, 국제구조를 고려한 대중 정책 구상, 민관 협력, 한중 소통 및 협의체 상설, 대중 전략 대화 내실화와 체계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언합니다.

Ⅰ. 한중관계의 현주소에 대한 평가

 

한중관계는 수교 30년을 경과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외형적인 비약적 발전에 부합하는 관계의 기초와 내실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부조화의 문제가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예상보다 신속하고 가파른 부상과 미중 경쟁의 고조,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라는 외부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지정학적 특수성과 분단상황에 있는 한국과 한중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즉 한중관계는 자체의 기반과 내실화가 충실치 않은 상황에서 국제체제와 환경에 취약해지면서 외부 요인에 의해 기복이 심해졌고 새로운 관계발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국 정책이 북핵 문제, 미중 관계, 대미, 대북한 정책 등 외생 변수의 영향을 받아 변화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한중관계는 수교 30년에 즈음하여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양국관계 발전의 주된 동력과 동기 역할을 해온 양대 축, 즉 경협과 북핵 문제 모두가 변화의 갈림길에 있다. 한중간 경제협력은 사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갈등,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중국 산업의 고도화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양국 간에는 기존의 경제협력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의 동력이 아직 준비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대중국 외교에서 사실상 가장 공(功)을 들여왔던 북한(핵) 문제에서도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와 실패의 여파로 양국 간의 전략적 소통과 이해가 진전되기보다는 오히려 정체국면에 있다.

 

특히 미중관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에 있고 바이든 정부는 한국을 향해 동맹의 역할과 협력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중국 견제에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중국 의존성, 중국 경사에 대한 저항 심리가 증대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오히려 한국의 미국 경사에 대한 우려와 경계가 고조되는 상반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양국 간 국력의 비대칭성 확대와 더불어 체제와 가치의 괴리도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양국 국민의 인식의 간극은 넓어지고 오해와 왜곡의 공간은 확장되고 있다. 한중 국민의 상호 반감 정서는 역사적, 구조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으며 미래 세대로까지 이어지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요컨대 한중관계는 양자 차원에서는 경제협력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고, 양국 국민 간 반감 정서 악화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북한 및 북핵 문제에서의 중국 역할의 재설계가 필요하고, 미중 대립의 한반도 영향과 그로 인한 양국 간 갈등 확대를 관리해야 하는 복합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국 정책은 정치, 안보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 환경, 과학기술, 문화, 인문 등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대중국 정책은 외교 관련 부처뿐만 아니라 정부 내 다양한 관련 부처 간의 긴밀한 협의와 협조하에 기획되고 결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Ⅱ. 대중 정책과 결정체계의 문제점과 과제

 

첫째, 대중국 정책과 전략이 기획, 구상될 수 있는 체제와 과정이 미흡하다. 한중 수교 이후 지난 30년간 역대 정부에서 대중 정책은 항상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대중국 정책 결정체계, 과정, 내용을 돌아보면 실제 중요하게 다루어졌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정부에서 대중 정책이 별도의 독립된 의제로 상정하여, 분석, 기획, 결정하는 체제와 과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중국 정책이 독립적으로 다루어지는 경우는 양자 차원의 긴급현안이 불거졌을 경우이거나 또는 정상회담과 같은 양국차원의 주요 행사가 예정되었을 경우 정도였다. 예컨대 중국의 동북공정,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限韓令)과 같은 경제보복 조치가 발생했을 때 사후적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에서 비로소 중국 정책은 독립적으로 다루어졌다. 그 이외에 대중국 정책은 대개는 대미국 정책, 대북한 정책과 연계되거나 하위 영역으로 다루어졌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도 미국이나 북한 관련 업무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중국 관련 업무에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배치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둘째, 중국의 특수성에 대한 전문적 통찰의 결여로 대중국 정책 결정에서 희망적 예단과 자의적 판단의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은 이웃 국가이고 한국과는 오랜 교류의 역사가 있어 일반적으로 중국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고 착시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정책 결정에서 일반론에 바탕을 둔 희망적 예단과 자의적 해석으로 인한 정책 오류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2001년 마늘 분쟁 시에도 일반 통상분쟁 사례를 염두에 둔 결과 중국이 국내법에 근거하여 과도한 보복을 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2016년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도 정부는 한중관계가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이 안보 문제에 대해 무리하게 경제적으로 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의적 판단을 하고 충분한 대응책을 준비하지 않았다. 중국은 독특한 체제, 문화적 특이성을 지니고 있고, 지속해서 변화하는 개도국적 특성도 있다. 그럼에도 대중국 정책 결정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는 중국 내부 상황에 대한 기초 연구와 분석이 충분히 축적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에서 분석자료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도 못하다.

 

셋째, 대중국 정책은 선제적으로 기획되기보다는 사후 대응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중국 정책은 문제가 불거지고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긴급하게 대응책을 모색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한국 외교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고 한중 양국 간에는 다양한 영역에서 인적 물적 교류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갈등과 마찰 또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갈등과 충돌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중장기적 차원에서 정책과 전략이 선제적으로 준비되지 못하고 있다. 대중 정책이 단기적 사후 대응 방식으로 진행된 결과 중국에 대한 다양한 정책 수단과 레버리지가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 사드 사태를 통해 경험했듯이 중국의 보복 조치 앞에서 한국은 사실상 그에 맞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과 지렛대가 없었다는 교훈이 있다. 대중 외교의 유일한 지렛대가 한미동맹의 강화로만 귀결된다면 현재와 같은 미중 대립 국면에서 한국은 의도와 달리 미중 경쟁의 소용돌이에 더 깊숙이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대중 정책에서 북한, 북핵, 통일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과도하다. 한국의 대중 외교는 기본적으로 경협을 기반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역할의 과잉기대를 키워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결과적으로 북핵 문제가 양국관계를 압도하면서 한중 양국관계 자체의 내실화는 간과된 측면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북핵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오히려 중국에 대한 기대와 의존이 만성화되어 왔다. 한국은 북핵과 통일문제 이외에 중국과 논의할 외교, 안보 협력 의제가 많지 않다. 그런데 두 사안은 모두 중국에 대한 전략적 의존의 문제를 초래하고 미중의 경쟁을 의도하지 않게 한반도로 소환할 가능성이 크다.

 

대중국 정책 결정과 체계가 가진 문제점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정부의 대중국 정책 공약에서도 이러한 고민과 문제의식이 담겨있지 않다. 중국 정책 결정과 체제에 대한 개선이나 새로운 창의적인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 않고 오히려 현상유지 또는 축소 지향적인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이전 정부에서 구축된 협력 기제를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는 정도의 정책 공약만이 있다. 최소한 기존의 협력 기제들이 지난 10년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현황과 원인에 대해 파악하고 이를 기초로 신정부의 새로운 활성화 방안이나 대안이 제시되어야 했다.

 

Ⅲ. 신정부의 대중 정책 결정체계와 정책 과제 관련 제언

 

1. 대중국 외교의 정책 수단과 레버리지(leverage) 구축과 중장기 전략의 수립

 

한중관계는 압축성장의 이면에 다양한 어려움을 누적시켜왔다. 특히 신정부는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의 재건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바이든 정부는 중국 견제와 압박에 동맹들의 동참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기초 체력이 취약한 한중관계에서 그동안 봉합해왔던 문제들이 불거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단기적으로는 중국과의 갈등 상황을 상정하고 이에 대응, 관리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과 갈등 발생 시 한미동맹 강화 외에 중국의 태도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수단과 지렛대를 확보하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한국과 협력의 동기를 갖게 하는 새로운 전략 의제들을 개발해야 한다. 대중국 정책 수단은 정치 안보 영역을 넘어서 경제, 과학기술, 환경, 문화, 가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굴, 구축할 필요가 있다. 대중 정책의 포괄적 성격을 고려하여 정부 각 부처 간의 체계적인 협조 기제를 구축하여 부처 간 공조를 통한 정책 방안 수립 방법을 구체화해야 한다.

 

2. 북한(핵) 문제의 한국 역할의 강화를 통한 “중국 역할” 견인 방안 모색

 

대중국 정책은 북한, 북핵 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한 특성이 있다. 심지어 한국 정부의 북한 및 북핵 정책의 변화에 따라서 중국과의 관계도 기복을 보여왔다. 예컨대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기 대북 포용정책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대북 정책 기조와 원론적인 차원에서 수렴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북 압박정책 기조로 전환하면서 양국 간 북한 및 북핵 문제를 둘러싼 균열이 발생했다.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기존의 “중국 역할”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분명히 존재하고 북핵 해법을 모색하는 데 있어 중국의 역할 또한 부정키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한국이 기대하는 “중국 역할”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도할 수 있는 수단도 충분치 않다. 그 결과 북한이 도발하면 곧바로 중국 역할론이 제기되고 기대했던 역할이 견인되지 않으면 중국 책임론을 통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시도하고,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다시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전통적인 카드를 꺼내게 된다. 그리고 다시 “중국 뒷문”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한국이 기대하는 “중국 역할”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의 역할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한국 역할이 취약한 상황에서 중국 역할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북핵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중 외교가 북핵 문제에 인질이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의 방안과 역할이 없는 상황에서 북핵과 통일이라는 중장기 과제를 5년 집권 기간 내에 성과를 얻고자 하는 과정에서 ‘중국 역할’에 대한 의존만이 증대하고 그 결과 북핵 문제는 미중 간 경쟁의 수단으로 변질하였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더욱 주도적 입장에서 북핵 해결 방법론을 제시하여 한국 역할을 확장하고, 이러한 한국의 시도에 대해 중국이 지지하고 전향적으로 협조해주는 방식으로 “중국 역할”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미중 협력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추진해가는 것이 한국 역할을 모색하는 점진적인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한미중 삼국이 북한에 일관된 같은 메시지를 지속해서 전달하는 것이 북핵 해결의 최선의 방법인 만큼, 한미중 협력 구도를 견인하기 위한 한국의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한미중 대화에서 출발하여 한중러, 한중일, 그리고 미중 남북한 등 다양한 소다자 대화로 확장해 간다면 동북아에 한미일 대 북중러 라는 “냉전의 귀환”을 방지하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미중 삼국이 북핵 해결의 모든 가능한 방법을 열어 놓고 논의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의 장을 낮은 단계에서부터 점진적이고 지속해서 구축하려는 노력을 일관되게 경주해갈 필요가 있다.

 

3. 대미, 대북한 전략과 유기적 결합과 통합을 통한 대중 정책 구상

 

한중관계는 이미 양자 차원을 넘어서 국제구조와 환경에 취약한 관계로 변화한 만큼 한미동맹, 한일관계, 남북한 관계, 북핵, 통일정책, 그리고 국내정치, 경제 상황 등에 대한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검토를 바탕으로 대중 외교정책과 전략을 설계하고 전개해야 한다. 즉 한국의 대중 외교는 미국, 일본, 북한 등 다양한 행위자들 사이의 관계를 함께 고려하는 고차 방정식으로 인식하고 정책과 전략을 구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미중간의 “대리경쟁”의 여파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의 압박을 요구받는 사안이 증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대중 정책과 전략 수립 시 대미 정책과의 통합적 구상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미중간 경쟁과 대립 국면에서 계속 갈지자 외교를 펼치는 국가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며 양국으로부터 더욱 거센 압박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한미동맹의 역할, 북한체제의 미래,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체제, 그리고 국제사회에서의 한국 위상 등 한반도 미래와 직결된 핵심 의제에 대한 “한국 방안”이 수립되어야 하고 이 방안과 연동되어 대중국 정책 방향도 새롭게 설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 내 각 부처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함께 유기적으로 고려하고 전략을 구상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 배치하고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4. 대중 정책 구상, 결정, 실행의 모든 과정에서 정부, 기업, 전문가의 긴밀한 협력체제 수립

 

한중 양국관계 성격의 구조적 변화, 중국 산업의 가파른 고도화, 그리고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한 국제정치경제환경의 급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존의 대중 협력 방식에서 과감하고 신속한 조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새로운 대내외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중국과의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새로운 설계가 적극 모색 되어야 한다. 대중국 종합 전략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구상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 기업, 전문가 그룹 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소통과 협업이 상시로 진행될 수 있는 대중국 종합 전략 협력 및 대응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미중 간 첨단 과학기술과 글로벌 가치사슬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압박과 선택에 직면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사업적 이해관계, 판단과 정부의 정무적 결정 간의 신속하고 긴밀한 협의가 상시로 이루어질 수 있는 체제가 수립되어야 한다.

 

중국에 대한 희망적 예단, 자의적 해석, 오해와 왜곡으로 인한 정책 오류와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체제의 특수성과 유동성을 고려할 때 전문가 그룹의 상시적 자문 기능을 가동하여 집단 지혜를 동원한 객관적, 심층적 중국 이해와 해석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아울러 중국과의 위기와 갈등 발생 시 효율적이고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 매뉴얼, 그리고 정책 레버리지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문가의 자문을 상설화, 정례화하고 정책 실무자, 정책 결정자와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체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즉 정책 구상, 기획, 결정, 실행의 전 과정에서 기업, 전문가, 정책 실무자와 결정자가 지속해서 소통하고 협의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5. 상호 존중과 이해 증진을 위한 한중 여론 매체 간 소통 및 협의체 상설

 

한중 양국 국민의 상호 반감 정서가 중국의 부상이 본궤도에 진입한 2000년대 이후 점진적이고 지속해서 악화했다. 중국의 가파른 부상, 미중 간 경쟁과 대립의 심화, 한중간 국력 격차의 확대 등 일련의 구조적 변화가 양국의 상호 인식에 영향을 미쳐 왔다. 향후 양국 간의 반감 정서가 장기화, 구조화될 경우 한중관계는 관계발전의 동기마저 약화하면서 만성적 갈등 관계로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중관계가 직면한 복잡하고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상호 반감 정서가 지속하고 있는 원인과 배경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에 있다.

 

특히 한국 2030세대의 반중 정서의 확산이라는 이례적 현상의 기저에는 미세먼지, 환경오염, 감염병 확산, 불법 어로 등 인접국 관계에서 야기되는 생태환경 위험에 대한 우려가 있다. 따라서 양국 간에 코로나19 방역협력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기오염, 기후변화, 해양안전, 감염병 등 초 국경 이슈에 대한 양국 간 논의와 협력을 강화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양국 간 상호 갈등과 부정인식을 해소하는 동시에 협력 분야를 확장해 가는 기회로 포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양국 언론 매체와 여론 주도층에서 한중 양국 국민 간 반감 정서가 구조적 요인에 의해 상호작용하면서 악화하고 있는 심각한 현실에 대해 직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양국의 언론 매체와 여론 주도자들 간의 상설화된 소통 및 협의 채널을 구축하여 여론을 호도, 왜곡하는 사례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그리고 양국 정부가 공공외교 사업의 일환으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상호 존중과 이해의 폭을 증진할 수 있는 지속성 있는 교류와 협력 프로그램 사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6. 대중 전략 대화의 내실화와 체계화 방안 마련

 

신정부의 대중 정책과 관련하여 제시된 두 개의 구체적인 공약이 있다. 하나는 한중간 기존 협력 기제의 충실한 기동과 내실 있는 운영이고, 다른 하나는 한중 고위급 핫라인 설치이다. 한중관계가 향후 예측 불허의 다양하고 복잡한 갈등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는 판단을 하고 협력 기제와 핫라인을 통해 관리하려는 의도는 바람직하다. 그런데 공약에서 언급한 기존 협력 기제는 박근혜 정부에서 2013년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주요 전략 대화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 위원 간의 고위급 전략 대화를 비롯한 외교장관 상호 방문의 정례화, 차관급 전략 대화의 연 2회 확대, 그리고 정당 간 정책 대화, 국책연구소 간 합동 전략 대화 등이 있다.

 

그런데 이들 전략 대화는 대부분 지난 10년간 사실상 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고 합의 한 대로 정례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 협력 기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황을 파악하고 기능을 못 하는 원인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이 이루어져서 보완 또는 개선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아울러 고위급 핫라인 설치 방안 역시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되고 해공군 차원에서 설치된 적도 있지만, 실제 핫라인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 않은 상징적 장치로 남아있다. 이 방안 역시 실태와 원인 파악을 통해 실질적으로 위기 대응과 갈등 관리 기능을 할 수 있는 보완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저자: 이동률_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중국의 대외관계, 중국 민족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1990년대 이후 중국 외교담론의 진화와 현재적 함의,”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Deciphering China’s Security Intentions in Northeast Asia: A View from South Korea,”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이승연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5) | slee@eai.or.kr
 

6대 프로젝트

국제정세와 전략

미중관계와 한국

세부사업

신정부 외교정책결정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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