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쿠데타 국면이 장기화 됨에 따라 미얀마는 극심한 사회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준영 한국외대 연구교수는 미얀마 국민들이 반 군부 운동을 펼치면서 민주 진영에 대한 내부적 비판과 지금껏 탄압받던 소수 민족에 대한 객관적 이해의 장을 마련하였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사회 경제적 지표로 본 미얀마의 상황은 암울하지만 이번 사태로 미얀마가 국민 통합의 기반을 다진만큼, 앞으로의 미얀마가 역사를 새로 써 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합니다.

1. 시작하며

 

2021년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12월 31일 기준 총 1,384명이 사망했고 1만 1,289명이 체포되었다. 또한, 2월 1일부터 2022년 1월까지 군부는 8,647회에 걸쳐 민간인과 시민군을 공격했는데, 이 수치는 2020년 같은 기간보다 762%(1,003건)나 증가한 것이다(ALTSEAN 2022/02/09, 2). 약 59만 3천 명의 국내 실향민(Internally Displaced People, IDP) 중 22만 3천 명도 쿠데타 이후 발생했다(OCHA 2021, 17).

 

쿠데타는 군부의 결단이었으나 그 원인은 정부-군부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아웅산 수찌가 이끄는 민간정부는 군부를 홀대했고, 간간이 각 진영의 지도자 간 감정적 대립이 표출되기도 했다. 군부는 연방을 수호하는 애국 집단으로서 무력에 의존해서라도 그들의 위상과 기능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옮겼다. 그렇지만 군부 주장대로 국가의 분열과 국민 갈등은 명시적이지 않았으므로 역대 군부의 정치개입 명분을 차용하여 정권을 장악했다는 주장은 졸렬하기까지 해 보인다.[1]

 

1958년, 1962년, 1988년 등 세 번에 걸친 군부의 정치개입이 정치적 쇠퇴와 국가 저발전의 연속선 상에서 발생했다면, 2021년 군부 쿠데타는 정치·사회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있는 국가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역사의 반동이다. 만약 2023년 8월, 총선을 통해 형식적 대의제가 마련된다면 미얀마는 다시 군부 중심의 사회로 돌아갈 것이며, 국가의 재건은 지금보다 더 많은 사회·정치적 비용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국가 정상화 과정에서 목격한 군부의 퇴행적 행태는 정치적 쇠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미얀마가 안고 있던 사회 구조적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하면서 사회 모든 분야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이미 군부가 통치했던 반세기 이상 미얀마는 실패한 국가가 되었지만, 군부는 다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그들만의 왕조를 재건하고자 한다. 현재 미얀마는 역사의 반복적 위기를 재현할 변곡점 위에 있다.

 

2. 설상가상의 경제: 코로나 19 팬데믹을 압도한 군부 쿠데타의 효과

 

1988년부터 2011년 3월까지 군사정부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10% 이상으로 발표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었다. 군사정부에서 통계 업무 담당자는 상급자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통계를 왜곡했는데, 이 행태는 군사문화와 관료사회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였다. 이에 떼잉쎄인(Thein Sein) 정부(2011-16)는 관료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청산하고 상황에 부합하는 개혁과 개방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확한 통계 시스템의 구축을 국정 운영과제로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현실을 곡해하는 군부 행태는 부활하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2021년 12월 7일, 미얀마 투자 및 대외경제부(Ministry of Investment and Foreign Economic Relations) 아웅나잉우(Aung Naing Oo) 장관은 미얀마의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18%에 달한다는 통계를 두고 정권을 반대하는 측에서 낸 신뢰할 수 없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그는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8-9% 수준이며, 포스트 팬데믹 이후 성장률은 IMF가 예측한 2.5%를 웃돌 것이라고 주장했다(Duangdee 2021/07/26; Nitta 2021/12/10; World Bank 2021/07/23). 주요 기관은 2022년 미얀마의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4-5%로 예측함에 따라 역시 그의 예측과 괴리를 보인다.

 

아웅나잉우 장관의 주장과 달리 쿠데타 이후 미얀마의 경기침체는 심상치 않고, 이로 인해 국민의 생활 수준도 다시 군사정부 시기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졌다. UNDP에 따르면, 2021년 2월 1일 이후 가구소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75%가 쿠데타였고, 코로나 19 팬데믹은 25%라고 응답했다(UNDP 2021, 35).

 

이미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2019년 말부터 2021년 7월까지 320만 명이 일자리를 일었고, 수백만 명은 근로시간을 단축했다(ICG 2021, 8). 쿠데타 직후부터 현금 인출과 미국 달러와 금 매입자가 증가함에 따라 2021년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 달러 대비 짯(Kyat) 가치는 33% 하락했다(OCHA 2021, 14). 미얀마의 위기에 국제사회는 경종을 울렸다. 2022년 초까지 약 5천5백만 미얀마 인구 중 절반에 가까운 2천5백만 명이 국가 빈곤선 아래에서 생활할 것이며, 이 현상은 2005년 이전 생활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UNDP는 경고한다(UNDP 2021/12/01).

 

미얀마 경제의 적신호는 환율 문제로 가중될 전망이다. 미얀마 중앙은행(Central Bank of Myanmar)은 환율 급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2021년 12월에만 6차례에 걸쳐 8,800만 달러를 판매했다(GNLM 2021/12/25).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환율은 급등하지 않았다(<그림> 참조). 그러나 세수 감소와 군비 지출을 충당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2021년 12월, 우즈베키스탄으로부터 지폐용 종이 35톤을 수입했다. 만약 화폐 유통량이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은 기정 사실화할 것이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화폐 추가 발행 및 유통은 과거 군사정부에서도 흔한 정책이었다.[2]

 

<그림> 미얀마 짯화 변동 추이(달러 대비)

※출처: https://www.xe.com/currencycharts/?from=USD&to=MMK

 

쿠데타로 인해 2021년 한 해만 사업 등록 건수가 44% 감소했다(Walker 2021/12/01). 그러나 군부는 서방의 제재 강화를 돌파하고, 그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군 기업과 정실 기업을 동원하여 중국과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11월, 국경이 재개방되자 중국 기업은 희토류, 루비와 옥을 포함한 보석류, 원유와 천연가스 등 군부가 독점하는 추출산업 분야에서 교류를 복원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을 포함한 서방세계는 군 고위인사, 군 기업 등에 대한 표적 제재를 단행했고, 국내외 NGO는 미얀마 군부와 협력관계에 있는 기업의 투자 철수를 포함한 관계 단절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서방세계는 20년 이상 미얀마를 포괄적 수준에서 제재했으나 효과는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대 미얀마 제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처럼 미얀마 경제에 지대한 국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참여 당사국의 제재를 동시에 시행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쉐브론(Chevron)을 포함하여 싱가포르와 태국 정유회사들의 로비와 이의제기에 부딪혔고, 미얀마 고위 군 인사의 자금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아닌 동남아 국가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부의 자금을 옥죄기에는 불가능해 보인다. 사실 중국 자본과의 협력이 중장기적으로 군부에게 긍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만, 현실적 대안은 없다. 중국과의 밀월관계는 군부 내 반중 정서를 넘어 국민까지 더 강화할 것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에 대한 군부의 대처는 위기관리에 취약한 역대 군사정부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군부는 대규모 시민 저항이 사그라든 8월 이후 코로나19 대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고 한다. 그 결과 2021년 12월 28일 현재, 보건부(Ministry of Health)는 1,345만 명의 성인이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등 인구 50%의 접종 완료라는 2021년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GNLM 2021/12/28). 그러나 약 3개월 만에 1천만 명 이상이 접종했다는 객관적 통계 자료가 없고, 미얀마에 보급되는 백신의 다수가 국민이 접종을 꺼리는 중국산이라는 사실에서도 군부의 주장은 재차 따져볼 만하다.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군부의 주장도 검증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2022년에는 중국 지원으로 백신을 자체 생산하겠다고 하지만, 생산 시설 준비와 인력 투입 등 구체적 계획도 명확하지 않다.

 

2021년 7월, 각 주택에서는 가족 전체가 코로나 19에 감염되었으니 도와 달라는 의미로 노란 깃발을 내걸기 시작했다. 그러나 군부는 이들의 치료에 필요한 산소통 보급을 차단하고, 불경(佛經)을 외우면 병이 나을 것이라는 황당한 대책을 내세웠다. 당시 군부는 국민의 생명보다 정권을 장악하는 일에 치중했고, 이미 반군부 시위에 가담하는 국민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으면 국민을 품을 의도가 있는 군부였는지 되물어 본다.

 

3. 지역 간·세대 간 균열: 사회적 갈등과 통합 가능성

 

군부가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군부가 독점하는 무기도 있지만, 국민적 연합과 궐기가 불가능하다는 확신에 기반한다. 1962년 이래 군부는 소수민족 무장단체(Ethnic Armed Organization, EAO)가 연방의 분열을 꾀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 그들이 정치권에 남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다수인 버마족(Burman)은 소수민족에 대한 지지는커녕 이들에 대한 관심이나 연민도 보이지 않았고, 그러는 동안 소수민족은 연방에서 철저한 탄압의 대상이자 이방인이 되었다. 그러므로 소수민족은 정권을 장악한 주체가 군부이든, 민간이든 관심이 없으며, 군부 쿠데타는 버마족 정치 엘리트 간 갈등으로 본다(Ardeth Maung Thawnghmung and Noah 2021, 301). 이 시각은 1988년 민주화운동과 2007년 샤프론 혁명에서도 동일했다. 만약 두 번의 정치적 격랑에서 소수민족이 시위대와 연대했다면 미얀마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을 수도 있다.

 

2011년부터 두 정부는 EAO와 정전협정을 통해 국민화해와 국민통합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채택했다. 그 결과 떼잉쎄인 정부 말기에 15개 무장단체 가운데 8개 단체와 연방 수준(Union level)의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아웅산 수찌 정부는 기존 방식을 바꾸어 21세기 삥롱회담(21st century Panlong conference)이란 이름으로 총 네 차례에 걸친 정전협정을 시행했다.

 

소수민족이 아웅산 수찌 정부를 지지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최소한 폭력과 강제적 병합으로 일관하던 군부와는 다른 노선을 취할 것으로 기대했다. 21세기 삥롱회담에서 정부-군부-EAO가 협상 대상자가 되었으나 정부는 EAO를 배려하지 않는 고자세로 일관했고, 군부는 정부와 EAO를 이간질했다. 그 결과 정전협정의 성과는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2017년과 2018년 보궐선거에서 국민민주주의연합(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NLD)은 소수민족 지역에서 패배함에 따라 정부와 여당의 국민통합을 위한 저의마저도 의심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 NUG)가 EAO와 연대하여 연방군(federal army)을 창설한다는 포부는 비현실적이다. 일부 EAO는 PDF에 대한 군사훈련 및 무기를 지원하고 있으나, EAO가 전격적으로 연방군에 가담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만약 NLD 정부가 진정성으로 소수민족에게 접근했다면 양자 간 신뢰 구축은 가능했을 수도 있다.

 

2022년 초 군부는 각 EAO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연말까지 일방적 휴전을 발표했다. 그러나 군부는 PDF의 활동지역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대한 무차별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약 8천 명의 PDF 소속군이 40만 명이 넘는 정규군과 싸우기에는 역부족이다. 1988년 민주화운동이 실패한 뒤 일부 청년들은 무장투쟁으로 군부를 타도하기 위해 전버마학생연합전선(All Burma Students` Democratic Front, ABSDF)을 조직하고 밀림으로 들어갔다. 이들의 무장투쟁은 채 5년을 넘기지 못했다. 정규군과 PDF 간 교전은 해당 지역민의 피해만 더욱 키울 것이다.

 

2021년 2월 17일, “88세대” 지도자인 밍꼬나잉(Min Ko Naing)은 “이 혁명은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X, Y 그리고 Z세대의 결합”이라고 주장하면서 모든 구성원의 일치단결을 요구했다(Jordt et. al 2021, 18). 그러나 실제 거리를 메운 시민이나 시위 주동자로 체포된 인물들은 모두 Z세대였다. 일부 88세대도 시위에 참여했지만, 지도자급이었던 인물은 정치적 발언이나 행동을 삼갔다. 그 대신 청년들은 부모의 만류에도 큰 절인 거도(kadaw)를 하고 거리로 나섰다. 왜 청년만 거리를 메운 것일까?

 

미얀마 Z세대는 정치적 개혁과 경제적 개방의 산물이다. 지난 10년간 미얀마 경제는 매년 6-8%의 성장률을 보였고, 경제적 과실은 국민의 몫이 되었다. 모바일 보급은 정치적 의견의 표출을 온라인까지 확산할 수 있게 했다. 개방이후 국민은 외국인과 접촉 기회를 늘리면서 국제적 기준과 외국인의 사고방식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으며, 특히 Z세대는 정의의 원칙을 확고히 세웠다.

 

이에 반해 기성세대는 군부에 대한 도전보다 패배의 기억과 생명에 대한 즉각적인 위협이 없으면 저항하지 않는 생계 우선의 도덕적 생활 방식에 익숙하다. 이런 행태는 2021년에도 반복되었는데, 쿠데타 이후 식용유와 정유 등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자 전체 가정의 76.2%는 비식품 소비를 줄여 생계를 유지한다(ICG 2021, 8; UNDP 2021, 31). 일례로 2007년 8월, 군사정부가 유가를 5-10배 인상하자 반정부 시위에 나선 승려와 달리 대다수 국민은 이에 수긍하는 입장이었다. 즉, 군부의 잔학성을 경험하거나 직접 목격한 승려와 기성세대는 쉽게 거리로 나서지 못한 반면, 20대 청춘은 그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다. 다만 이들의 의지를 집결하고 표출할 지도세력의 부재는 역대 민주화운동의 맹점과 맞닿았다.

 

한편, 2021년 4월, 실각한 민주진영은 국민 지지를 등에 업고 국민통합정부(NUG)를 설립하고 군부통치 종식과 민주주의 재건에 나섰지만, 그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첫째, NUG의 위상으로서 과연 이 단체가 군부 통치에 반대하는 국민과 밀착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NUG는 NLD 고위 당국자가 코로나 19 감염으로 사망할 때마다 애도를 표했지만, 거리의 사상자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021년 9월, 대 군부 선전포고를 발표하면서 희생되는 국민이 영웅이나 애국자가 될 것이라고 선동하면서 정작 NUG는 몇 장의 성명을 내는 복지부동의 자세를 유지해 오고 있다. NUG가 국민과 괴리되어 있는 것을 넘어 국민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집단이 아닌가 한다.

 

둘째, NUG의 활동이다. NUG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인물들은 NLD 당원과 버마족 출신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실제 행정부나 입법부 근무 경험이 없고, 군부의 체포를 염려하여 활동 영역을 온라인으로 국한하고 있다. 업무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고, 의사결정 구조도 투명하지 않은 탓에 NUG는 국제사회에 군부가 아닌 그들을 미얀마 공식 정부로 인정하라는 요구에만 천착한다. 이 행태는 1990년 창설부터 2012년 해체할 때까지 미얀마보다 버마라는 국명을 홍보한 것이 유일한 치적이었던 망명정부 버마연방국민연합정부(National Coalition Government of the Union of Burma, NCGUB)의 전철을 따르는 것 같다. [3] NUG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나 민주진영의 주도권을 독식할 권리가 없고,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집단이 아니다. 각종 구호와 선동이 아니라 군부와 대적해서 승리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고 이행할 방안을 국민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4. 맺으며: 위기 속 희망을 찾아서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사회·경제적 위기에 봉착해 있고, 군부의 전향적인 자세나 퇴진 없이는 이 위기를 돌파할 뾰족한 수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쿠데타는 국민의 각성을 불러일으킬 예상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것은 민주진영에 대한 내부 비판, 탄압받은 소수민족의 역사에 대한 객관적 이해이다. 아웅산 수찌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었으나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성과는 크지 않았다. 이미 성인(聖人)이 된 그에 대한 비판은 용납되지 않았으며, NLD 정부는 아웅산 수찌에 의한, 그리고 아웅산 수찌를 위한 정부가 되는 형국이었다. Z세대는 특정 인물에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비난해 왔으며, 군부에 거세게 저항한 이유는 아웅산 수찌의 복권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회복이다.

 

일부 정치인은 정치적 계산에 따라 로힝자족(Rohingya)을 포함한 소수민족 지역에서 인권을 무시한 아웅산 수찌 정부의 행태를 사과했다. 그러나 청년층을 중심으로 소수민족과 관련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버마족과 소수민족 간 갈등을 빌미로 정권을 유지하려는 군부의 전략에 더 이상 농락당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 청년들은 종족적 정체성을 버리고 연방의 구성원으로 공존해야 한다는 담론을 쌓기 시작했다. 이번 쿠데타는 연방 내에서 타인처럼 살아온 집단 간의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확인했다는 차원에서 향후 국민화해와 통합의 주춧돌을 놓을 수 있는 전기가 되었다.

 

여러 분야의 위기 속에서도 나타나는 공통점은 군부는 과거를 좇지만, 국민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군부가 정치권에서 더 오랫동안 생존하려면 그들의 선배들처럼 무력을 전시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인 출신인 떼잉쎄인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이유를 군부는 성찰해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ALTSEAN. Coup Watch Special Edition: A Year of Struggle in Burma. Bangkok: ALTSEAN. 2022/02/09.

Ardeth Maung Thawnghmung and Khun Noah. 2021. “Myanmar`s Military Coup and the Elevation of the Minority Agenda?” Critical Asian Studies. 53(2). 297-309.

Duangdee, Vijitra. “World Bank: Coup and Coronavirus Shrink Myanmar’s Economy by 18%.” VOA(Voice of America). 2021/07/26.

GNLM(Global New Light of Myanmar). 2021/12/25; 2021/12/28.

ICG(International Crisis Group). 2021. The Deadly Stalemate in Post-coup Myanmar. Asia Briefing No.170. Yangon/Bangkok/Brussels: ICG.

Jordt, Ingrid, Tharaphi Than and Sue Ye Lin. 2021. How Generation Z Galvanized a Revolutionary Movement against Myanmar’s 2021 Military Coup. Trends in Southeast Asia Issue 7. Singapore: ISEAS.

Nitta, Yuichi. “Myanmar to End Kirin Row Based on Law: Investment Minister.” Nikkei Asia. 2021/12/10.

OCHA. 2021. Humanitarian Needs Overview: Myanmar. https://reliefweb.int/sites/reliefweb.int/files/resources/mmr_humanitarian_needs_overview_2022.pdf

Steinberg, David I. 2021. The Military in Burma/Myanmar: On the Longevity of Tatmadaw Rule and Influence. Trends in Southeast Asia, Issue6. Singapore: ISEAS.

UNDP. 2021. People’s Pulse: Socio-economic Impact of the Events since 1st February 2021 on Households in Myanmar. Yangon: UNDP Myanmar Office.

_____. “Myanmar Urban Poverty Rates Set to Triple, New United Nations Survey Finds” 2021/12/01.

Walker, Tommy. “Myanmar’s Coup Economy is ‘Boom and Bust’.” VOA. 2021/12/01.

World Bank. “Myanmar Economy Expected to Contract by 18 Percent in FY2021: Report.” 2021/07/23.

 


 

[1] 쿠데타의 배경에 대해서는 Steinberg(2021, 30)를 참조하라.

[2] 정보 접근을 제한하려는 현 군사정부의 정책도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기 전 군부는 심(Sim) 카드 가격을 2천-3천 달러를 유지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정보 접근을 제안했다. 2021년 12월 들어 군부는 시민방위군(PDF: People’s Defence Force)을 포함한 반군부 세력의 연락체계를 약화하기 위해 모바일 데이터 가격을 2배 인상했고, 2022년 1월에는 심 카드 개통 세금으로 2만짯을 부여하고, 데이터 가격도 추가로 15% 인상했다.

[3] 1990년 이후 해외에서 전개한 민주화 운동은 사실상 어떠한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2007년 샤프론 혁명 당시 필자는 방콕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민주화 운동가들은 자신과 소속된 단체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외부의 재정적 지원을 호소했다. 국내 민주화 운동가와 협력과 연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는 민주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는 원론적 대답만 했다. 태국에서 활동하는 한 언론인은 이들의 행태를 두고 망명 산업(refugee industry)으로 정의했다. 2011년 미얀마 정부가 대사면을 발표했지만, 해외에서 활동한 다수의 민주화 운동가들은 고국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저자: 장준영_서강대에서 동남아학과 정치학 석사(2003)를 취득, 미얀마 군부 연구로 한국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2009)를 취득했다. 주요 저서로는 『미얀마 외교정책의 변화와 주요국과의 관계』, 『미얀마의 정체경제와 개혁개방: 성과와 과제』, 『하프와 공작새: 미얀마 현대정치 70년사』, 『언어 평등 미얀마어 첫걸음』 등이 있다. 주요 일간지를 비롯하여 다수의 언론 매체에 미얀마 관련 기고를 꾸준히 하고 있다.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책임연구원, 북벵골만연구단 연구교수, 인도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동남아연구소 연구교수 및 미네르바 교양대학에서 재직 중이다.

 


 

담당 및 편집: 전주현 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4) | jhjun@eai.or.kr
 

6대 프로젝트

아시아 민주주의 협력

국제정세와 전략

세부사업

미얀마 시민사회 역량 강화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