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교수는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부산개발원조총회의 의미

 

2011년 11월 29일-12월 1일 제4차 세계개발원조총회(4th High Level Forum on Aid Effectiveness: HLF-4, 이하 부산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부산총회는 총 4회에 걸쳐 진행하기로 하였던 세계개발원조총회의 마지막 회의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Development Assistance Group: OECE-DAC)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주요 공여국들의 개발원조 효과성 제고를 위한 노력에 종지부를 찍는 자리였다. 세계개발원조총회는 2003년 로마 제1차 원조효과성을 위한 고위급총회(HLF-1)를 시작으로 2005년에는 파리 2차 총회를 통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 파리선언을 채택하였고, 2008년 가나 아크라(Accra) 3차 총회를 거치며 국제원조레짐으로 제도화되었다. 부산총회는 그 동안의 세계개발원조총회의 활동들을 평가하고 국제‘개발’레짐으로의 포괄적 확대를 추구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었다. 2000년 유엔이 주도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s)가 지정한 시한이 2015년이라는 점에서 볼 때 부산총회는 개발원조 효과성에서 대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재정비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으며, 또한 2010년 G20 의장국이었던 한국이 자신 있게 내놓았던 개도국과 선진국 간 소득 및 개발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인 ‘개발 이슈’와도 연계성을 가지는 한국의 ‘소프트파워 외교’의 시험대이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산총회의 실질적인 의의를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부산총회가 야심차게 추진한 의제는 개발원조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소위 ‘원조효과성(Aid Effectiveness)에서 개발효과성(Development Effectiveness)’으로의 전환은 여러 측면에서 개발원조 국제공조체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공여국 위주•공급자 중심의 제한된 원조방식에 제동을 걸고, 보다 장기적인 개발계획 하에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개발 이슈와 다양한 원조 제공자들을 포함하려는 국제원조사회의 노력을 반영하고 있다. 2011년 초부터 네 차례 진행된 OECD-DAC 원조효과작업반회의에서 도출해 낸 부산총회 결과문서(Busan Outcome Document: BOD) 초안 작업에서도 이러한 기존 원조효과성에 대한 재평가와 새로운 개발효과성에 대한 기본 구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개발효과성이라는 비대해진 개념이 구체적이고 적절한 원칙들로 채워지지 않으면 부산총회는 기존 파리선언의 5대 원칙을 반복하는 정치적 수사만이 무성한 실속 없는 잔치에 그칠 위험성이 있다.

 

둘째, 전통적인 OECD-DAC 중심의 공여주체와 독자적인 행보를 고수하는 신흥 원조공여국(Non OECD-DAC Donors: NODDs)으로 분절화된 국제원조체제의 거버넌스 기능을 통합·복원하려는 시도이다. 이른바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으로 불리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의 NODDs는 내정불간섭, 무조건부, 그리고 상호존중과 평등을 앞세워 주로 인프라 구축에 원조를 집중하기 때문에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취약국가들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고 있다. 이는 기존의 국제원조 질서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2010년 파리선언 체제 중심의 원조효과성 논의는 선진공여국과 DAC 중심의 원조규범에 국한되어 있었기에 이번 부산총회에서 신흥공여국이 원조효과성 심화 구체공약에 참여하게 만드는 의무화의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였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원조국 대표들이 부산총회에 처음으로 참가함으로써 국제원조레짐의 확대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기대하게 되었고 선진공여국도 남-남-북이 상호 협력하는 ‘삼각협력’(Triangular Cooperation)을 제안하며 타협지점의 폭을 넓히게 되었다.

 

셋째, 이전의 3차에 걸친 원조효과성 고위급회의와 구별되는 부산총회의 또 하나의 특징은 OECD-DAC의 선진공여국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던 고위급회의를 ‘포괄적 파트너십’이란 모토 하에 개발협력분야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변화를 추구하였다는 것이다. 로마회의와 파리회의에는 OECD-DAC 회원국과 주요 다자기구 및 일부 파트너 수원국들만이 논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아크라회의에 와서 비로소 시민사회단체(Civil Society Organization: CSO)가 처음으로 개발협력분야의 독립적인 파트너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아크라에서의 시민사회 참여는 다분히 형식적인 측면이 강하여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안한 안건들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지는 못하였다. 반면, 부산총회는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경험한 한국 정부가 개최하기 때문에 주최국의 수원국 그룹과 공여국 그룹 간 가교역할이 강조되며, 보다 확대된 파트너 수원국, 시민사회단체, NODDs, 기업·재단과 같은 민간부문 행위자들까지 참여자 범위가 확대되었다. 특히, 시민사회는 아크라회의 이후 글로벌 정책연대 기관인 베터 에이드(Better Aid)를 중심으로 세계시민사회 목소리를 대변하는 시민사회단체 개발효과성 열린포럼(Open Forum for CSO Development Effectiveness)을 연대·조직하여 BOD에 인권, 양성평등, 건강한 일자리 마련 등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정책을 반영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참여자의 다양화가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실제로 부산총회에서 다양하고 중층화된 행위자들의 요구를 최종 BOD에 얼마나 반영하고 이를 정책화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새 개발원조 파트너십’과 남남원조 끌어안기

 

그렇다면 과연 부산총회는 실질적으로 어떠한 결실을 거두었는가? 부산총회가 남긴 성과를 위의 세 가지 관전포인트에 맞추어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부산총회는 결과문서(BOD)에서 남남협력을 껴안은 포괄적 ‘파트너십’(Partnership)을 채택함으로써 국제개발레짐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에는 일정 부분 기여한 바가 있다. 그러나, 부산 파트너십은 파리 ‘선언’(Declaration)보다 한 단계 낮은 수위의 결의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결과문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기존의 국제개발협력 원칙을 부분적으로 양보하는 정치적 타협으로 마무리 되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부산총회는 ‘개발효과성’을 기획한 만큼 주요 의제로 격상시키는 데에는 실패하여 2005년 파리선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성을 보였다. 광범위한 개발 이슈 부문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개발효과성, 촉매로서의 원조, 글로벌 개발 파트너십 등 명확하게 합의되지 않은 개념들을 나열함으로 인해 개발효과성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의 합의 도출을 어렵게 만들었다. 파리선언의 원조효과성이 주인의식 제고, 원조일치, 원조조화, 결과중심관리, 상호 책무성의 5대 원칙으로 구성되었는데, 부산파트너십도 이와 거의 흡사한 (1) 개도국 중심의 주인의식 제고, (2) 결과중심의 접근법, (3) 포괄적인 개발파트너십, (4) 상호간 투명성과 책무성 보장 등의 4대 원칙으로 종결되었다. 물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규합하는 포괄적인 개발파트너십과 개발원조활동 관련 모든 정보의 공개라는 상호투명성 제고가 새롭게 포함되긴 하였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파리선언의 내용을 반복하는 재생산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새롭게 제안한 양성평등이나 지속가능한 환경중심의 녹색개발, 그리고 시민단체가 주장한 권리중심접근(Rights-based Approach) 모두 명시적으로 부산 파트너십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부산총회의 BOD 제목 자체가 본래 계획되었던 ‘개발효과성을 위한 부산 파트너십’(Busan Partnership for Development Effectiveness)에서 ‘효과적 개발협력을 위한 부산 파트너십’(Busan Partnership for Effective Development Cooperation)으로 바뀌면서 개발효과성이란 새로운 개발패러다임이 전면에서 일보 후퇴하는 결과를 낳았다.

 

둘째, 중국을 위시한 신흥 원조국을 국제원조체제로 편입시키려는 노력은 국제개발협력의 원칙을 역행하는 정치적 타협이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기존의 선진 원조공여국들이 연속적인 재정위기로 인해 개발원조 예산이 감소되고 있는 반면에, 남남협력의 주인공들인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은 전략적 대외원조 증액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OECD-DAC 공여국들의 신흥공여국 끌어안기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아프리카 거버넌스 이니셔티브 (Africa Governance Initiative) 의장인 토니 블레어(Tony Blair) 전 영국 총리는 부산총회에서 중국이 올 한 해 아프리카의 인프라 구축에 쏟아 부은 원조규모가 세계은행의 지원규모를 넘어서고 있으며 중국은 이제 아프리카에서 거대한 존재가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구속성 원조의 부활을 암시하는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미국무부 장관의 부산총회 개막식 모두 발언에서도 이러한 국제원조레짐의 정치적 지형 변화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발언의 논지는 미국은 비구속성 원조의 확대를 원칙적으로 지지하지만 비구속성 원조를 고집함으로써 원조의 효과성을 반감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부분적이나마 구속성 원조를 허용하는 대신 원조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발언들의 배경에는 NODDs와의 포괄적 파트너십을 통해 축소되고 있는 선진 원조규모를 보완하고, 규제가 불가능한 신흥 원조국을 OECD-DAC 내로 통합함으로써 개발을 빙자하여 공여국의 이익을 위해 추진되는 구속성 원조와 자원외교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중국식 개발원조를 통제하기 위한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즉, 구속성 원조와 비민주정권 지원이라는 정치적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및 남남협력 국가들과의 삼각협력 연대를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제원조체제의 새 판짜기가 미국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부산총회는 이러한 신흥 원조국 끌어안기 과정에서 기왕의 국제개발협력 노력에 역행하는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국제개발협력의 원칙인 비구속성 원조의 확대에 대한 합의를 보류하고 신흥 원조국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거래로 구속성 원조를 부분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포괄적 파트너십의 경우 다양한 행위자들이 부산총회에 실제로 참여하였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BOD에 서명하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성하는 주체의 범위가 기존의 개도국과 선진국 각료, 다자 및 양자기구의 대표에서부터 다양한 공공 및 민간 기구, 의회 내 조직들, 각 지방 및 지역 기구의 대표들까지 포함하도록 확장되었고, 시민사회의 개발효과성을 위한 이스탄불 원칙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어 부산총회 개막식 모두 발언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폴 카가메(Paul Kagame) 르완다 대통령, 클린턴 미국무부 장관 등과 나란히 베터 에이드의 대표가 시민사회를 대표하여 공동선언문을 낭독할 정도로 시민사회의 위상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주체들이 내놓았던 개발효과성을 위한 제안들은 높아진 위상과 달리 일부만 부산총회에서 적극적으로 거론되고 반영되었다는 문제점이 있다. 실제로 부산총회 BOD 2차 초안에 포함되어 있던 내용 중 원조의 비구속화 달성, 국제원조투명성이니셔티브(International Aid Transparency Initiative: IATI)를 투명성의 기준으로 제정하는 문제, 원조분절화 감소, 원조의 장기적 프로그램화, 부산총회 이후의 모니터링 체제 마련 등이 추후 논의 과제로 남겨지게 되었다. 특히, 시민사회가 주장해 온 인권, 민주적 주인의식, 투명성, 정책의 일관성 등의 내용은 부분적으로 논의되었으나 적극적으로 부산파트너십에 반영되지 못하였다. 이는 대다수의 공여 주체들이 새로운 공약에 합의하고,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원칙을 만들거나 시한을 정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갖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따라서 부산총회는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대신 다양한 주체를 참여시키는 것으로 현실적 타협을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포스트 부산의 과제

 

부산총회 이후 국제개발원조체제에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각 공여국의 부산파트너십 이행 점검을 위한 글로벌 모니터링 지표 개발이 포스트 부산 개발체제의 가장 시급한 사안이다. 부산총회에서는 각 공여주체들을 평가하는 모니터링 분석틀을 2012년 6월까지 도입하겠다는 계획안만 합의하였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진척시키지 못했다. 또한 부산파트너십에 새롭게 포함된 개발원조의 ‘투명성’을 이행하기 위해 IATI를 보다 실질적 구속력이 있는 기준치로 규정하는 사후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포괄적인 파트너십 하에 대폭 늘어난 신흥 원조 파트너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서로 협력하고 국제규범을 이행하게 할 것인지도 또 하나의 중요한 포스트 부산의 과제이다. 이미 원조의 비구속화 시기를 부산총회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분적으로 구속성 원조를 허용하는 분위기로 전도되어 부산총회 이후에 구속성 원조를 비롯하여 공여국 이익 중심의 상업원조가 다시 득세할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글로벌 거버넌스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속성 원조 허용에서 야기되는 국제개발레짐의 지형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국제적 공조가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 세력이 확장되고 있는 NODDs와 개발효과성에 대한 정책조율을 논의할 수 있는 삼각협력협의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번 부산총회에서 OECD가 제안한 개발전략 정책 중 공적개발원조 이외에 토빈세, 글로벌 환경세와 같은 혁신적 개발재원을 마련하자는 논의도 포스트 부산 원조체제에서 진지하게 고려해 볼만한 과제이다.

 

부산총회는 파리선언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새로운 개발효과성에 대한 충분한 합의 없이 다양한 원조관련 주체들의 민주적 참여성 만을 강조한 나머지 개발원조체제의 실질적인 내용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부산총회가 차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행 프로그램으로 보완되지 않으면 부산총회에서 합의된 약속들은 결국 공염불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특히, 2015년에 막을 내리는 유엔 MDGs 체제와 포스트 부산 개발원조체제가 어떠한 유기적 연계성을 가지면서 국제사회 공동목적 달성을 위한 개발원조의 근본적인 원칙들을 재구성할 수 있을지 그 구체적인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소프트파워 신장

 

부산총회의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계개발원조총회를 통해 한국의 소프트파워 외교력은 한층 제고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은 과거 어느 원조효과성 고위급회의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원조행위자들 ― 공여국과 수원국 정부, 시민단체, 민간기업, 다자 및 양자기구 ― 을 부산총회로 초대하는 능력을 발휘하였고, 특히 중국을 비롯한 신흥 원조국들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개발원조레짐의 가교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포스트 부산 체제에서도 한국이 지속적으로 선진공여국과 신흥원조국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이어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적이고 국지적인 그림보다는 보다 전체론(holism)적인 관점에서 국제원조레짐의 변화와 동향을 파악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앞으로는 외연의 확장보다는 취약국의 실질적인 역량발전(Capacity Development)과 장기적 개발프로그램의 책무성(Accountability) 확보와 같이 내용 측면에서 충실한 결과물들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최빈국에서 선진 공여국 그룹인 OECD-DAC의 회원국으로 탈바꿈한 한국의 사례는 최빈국에게 분명 유용한 교훈을 제시할 수 있다. 실제로 새마을운동과 같이 한국만이 고유하게 전수할 수 있는 개발의제가 있고, 이 분야의 개발을 한국이 여타 다른 선진공여국보다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너무나 한국적인 개발모델을 외치면서 원조정책의 보편성과 공공성을 주장하는 자가당착에 빠지지 말고 한국적인 개발 콘텐츠가 국제원조사회가 권장하는 개발원칙들과 공유될 수 있는 맥락들을 찾아 정책화하여 다시 국제사회에 재수출하는 작업이 필요한 때이다.

 

많은 사람들이 원조는 소프트파워의 중요한 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개발원조는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의 결합체이지 소프트파워만 일방적으로 양산하는 수단이 아니다. 개발원조를 2차적인 소프트파워로만 인식하는 것보다 오히려 공여국의 1차적인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대변하는 하드파워의 일환으로 재인식할 수 있다면, 개발효과성이라는 보편성과 국익추구라는 현실성의 괴리에서 벗어나 국제원조레짐 지형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국익 중심의 원조정책과 원조효과성으로 대변되는 유럽 선진 공여주체들의 보편적 공조체제 대립 구조 하에서 미국은 이미 중국을 끌어안기 위하여 구속성 원조를 부분 허용하고 신흥 원조국과 협력관계를 도모하는 현실주의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은 개발효과성과 국익 추구 사이의 양자택일 논리를 극복하고, 포괄적이고 유연하게 개발원조레짐 구축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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