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0개국 한 목소리, 무역협정체결과정에서 환경과 노동기준을 적용해야

- 환경과 노동기준도 핵심쟁점이다.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어,
- 해외진출 한국 기업, 환경 및 노동기준 준수하는 체질개선 필요하다.

 

정한울(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3월 26일 한미양국 통상장관회의에서 한미FTA 협상의 최후 담판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의 미국의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미국의 목표로 △한국 농산물 시장의 개방 △자동차 관세, 비관세 장벽 철폐 △통신, 의약품 서비스 시장 진입 확대 △투자자 보호 조항과 함께 강력한 “노동”과 “환경” 조항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한국경제, 2007/03/ 22).

한미 FTA를 지켜보는 시선은 온통 “쌀”과 “자동차”에 맞춰져 있지만, 강력한 노동과 환경조항을 협상 막바지 다다른 시점에서 “노동과 환경”문제를 들고 나온 미국의 의도를 쉽게 흘려버릴 일은 아니다. 사실, “노동기준과 환경기준”을 엄격히 다루자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이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당위만을 가지고 이 문제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노동과 환경기준을 지키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선진국의 입장에서는 노동과 환경기준의 엄격한 적용을 통해 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존재하는 가격경쟁력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미국이나 유럽 등 거대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개도국의 입장에서는 노동과 환경기준 도입을 선진국의 신종 보호정책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지고 보면 교토의정서 가입을 미루고 있으며 선진국 중에서는 그다지 노동권의 보장 수준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이 한미FTA에서 노동과 환경이 문제를 들고 나온 데에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결국 노동과 환경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무역협상의 안건으로 상정되면서 양날의 칼이 된 셈이다.

국민인식(perception) 차원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국민사이에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국민 다수가 노동과 환경기준 도입에 찬성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었다. EAI(동아시아연구원, 원장 김병국 고려대 교수)가 미국의 시카고국제문제협회(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와 함께 2006년 ;cat2_name=세계%2017개국%20대외인식조사">17개국에서 실시한 국제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10개국 국민 다수는 협정당사국들이 상대국가에 대해 최소한의 노동 및 환경기준을 요구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미국민의 93%가 노동기준 도입에 찬성을 했고 환경기준에 대해서도 91%가 찬성을 했다.

심지어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개도국 국가들에서조차 다수 국민들은 과반수 이상이 무역협정 내에 환경 및 노동기준을 적용하는 데 찬성을 했다. 중국국민의 84%가 노동기준 도입에 찬성했고, 환경기준 도입에 대해서도 85%가 찬성을 했다. 인도국민은 중국국민의 찬성 비율에는 못 미치지만 노동기준과 환경기준 각각에 대해 56%, 60%가 필요하다고 대답해 과반수를 훌쩍 넘었다.

중국은 이미 한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대상국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인도 역시 국내기업의 해외투자처로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이들 정부의 경우 해외에서 자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시장에서 노동 및 환경기준을 엄격히 강화하는 방향으로 급작스럽게 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 역시 무역협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언제까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1999년 동남아 아동노동 고용으로 위기직전까지 몰렸던 나이키사 사건을 상기해보면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안이하게 대응할 수는 없다. 자칫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한 중국과 인도의 노동 및 환경규제만 믿다가 뜻하지 않은 소비자 행동주의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권, 환경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상대 국가들이 이 문제들을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논리로 접근하고 있는데 우리만 가치와 윤리적 문제로 접근하는 것도 순진한 느낌이다. 우리 사회가 “FTA 자체의 타결 여부”나 “쌀”과 “자동차”에만 관심을 집중했던 하는 동안 중요한 쟁점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시점이다.

 

[그림] 무역협정 요구조건으로서의 “환경기준” 및 “노동기준”에 대한 찬성여론(%) 

주: “국제무역협정에서 특정국가들에게 최소한의 환경(노동) 기준을 요구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보십니까?”에 “요구해야 한다는 응답한 비율 (CCGA 2006)

 

- 한국조사에서는 이 문항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하였습니다. 문항 수의 제한이 있었을 뿐 아니라 문항이 자칫 응답자의 실제 생각과 달리 소위 “사회적으로 바람직해 보이는 응답(socially desirable response effect)”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이 질문의 핵심은 노동과 환경이라는 보편적 가치의 문제가 무역협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보느냐는 것인데 응답자들이 노동과 환경 가치에 대한 찬반으로 여길 경우 압도적으로 찬성여론이 높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조사결과의 수치에는 이러한 응답이 어느정도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위의 조사결과는 대체적인 경향성으로 파악해야지 수치에 절대적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6대 프로젝트

무역ㆍ기술ㆍ에너지 질서의 미래

세부사업

미래혁신과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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