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18년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은 무역을 넘어 기술, 에너지 부문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EAI는 미중 관계의 미래를 조망하고자 2019년 7월 "미중 경쟁의 미래: 4단계 경쟁 동학" 스페셜 이슈브리핑 시리즈를 발간하였습니다. 그 후속으로, EAI는 현재의 미중 경쟁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자 특별 논평 시리즈 "미중 경쟁과 세계 정치 경제 질서의 변환"을 기획하였으며, 발간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승주, 미중 무역 전쟁의 동학: 외연의 확대와 상호의존의 역습 (8월 23일 발간)
2) 김상배, 사이버 안보와 미중 기술패권 경쟁: 그 진화의 복합지정학 (8월 27일 발간)
3) 신범식, 에너지 이슈와 미중 전략경쟁 (9월 5일 발간)

그 시리즈의 세 번째 보고서로, 신범식 서울대학교 교수가 집필한 미중 에너지 전략경쟁에 관한 논평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신범식 교수는 세계적 에너지 다변화에 따른 국제석유시장, 천연가스, 신기술 에너지기술 분야에서의 미중 경쟁 구도를 논합니다. 석유 분야에서는 미중 양국이 서로에게 느끼는 위협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에너지운송로 확보 문제는 안보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천연가스 분야에서도 무역갈등으로 인해 양국은 경쟁구도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신기술 분야야말로 장기적 전략경쟁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며 에너지안보를 위해서는 유연하고 외교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미중 전략경쟁의 고조와 확산

미중 간 무역 갈등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쟁과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미중 양국 간의 전략적 경쟁이 에너지 분야에서는 어떤 양태로 전개되고 있으며,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가고 있다.

많은 평론가들이 현재 미중 간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의 심화와 환율전쟁의 조짐을 본격적 패권경쟁의 서막으로 단정하여 논한다. 하지만 전략경쟁과 패권경쟁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양자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에 대한 합의는 없으며, 특히 양자가 연속적이라는 점에서 구분이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패권경쟁은 수위를 두고 다투는 경쟁으로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고려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 수단으로는 전쟁이라는 최후수단까지도 포함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패권의 교체에는 전쟁이 수반되었다는 과거의 경험이 현실주의 시각에 더욱 힘을 더해준다. 

그러나 미중 양국은 현재 진행 중인 무역 전쟁이 노골적 패권경쟁으로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힘을 과시하여 중국의 도전을 제어하고 싶어한다면, 중국은 기존 세계 시장경제 체제에서 자국이 누렸던 이익의 추구가 가능한 시장적 기제를 좀 더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중국의 부상을 가능하게 만든 세계 경제체제에의 편승과 그로 인한 과실이 중국에게는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중국이 미국에게 결정적인 한방을 날릴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을 아직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시기 중국의 도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 위기로 현 상황을 확실히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는 ‘자유주의적 무역질서의 후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2018년 4월 초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본격적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의 정책과 중국의 중상주의적이며 고립주의적인 대응이 야기할 갈등과 충돌이 세계 시장경제체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정도로 격화될 것인가에 답하기는 아직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경쟁을 본격적 패권경쟁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기 보다는 전략경쟁이 고조되는 과정으로 파악하는 것이 더 균형적인 관찰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전략적 경쟁의 고조가 이슈 영역별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고 그에 근거하여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에너지 분야에서의 미중 경쟁 양상을 본격적으로 살피기에 앞서 에너지 분야의 전략경쟁이 지니는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분야는 사실 경제 전반의 기초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이다. 그래서 전략경쟁의 주요한 분야가 될 수밖에 없으며, 사활적 이익이 걸린 분야로 취급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과의 전면전으로 돌입한 결정적 이유가 미국의  대일본 석유 금수조치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에너지안보는 경제는 물론 군사안보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취급된다.  현재 고조되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은 그동안 경쟁과 협력의 복합적 성격을 띠며 전개되어 온 에너지 분야에서의 미중 관계를 경쟁 우위의 상황으로 변모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경쟁 고조가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양국 간 패권경쟁이 본격화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에너지의 주종을 이루는 석유와 가스로 대변되는 화석연료 분야에서 미국은 셰일혁명을 통해 풍부한 에너지원을 확충하는데 성공하였고, 중국은 수입 다변화 정책을 일찍이 지속적으로 펴온 덕분에, 양국이 단기적으로 화석연료 분야에서 격렬하게 충돌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에너지 믹스의 변화와 4차 산업 혁명에 따른 새로운 에너지 관련 기술개발 경쟁은 미중 에너지 경쟁을 분야별로 차별화 시키면서 다양한 양상을 연출해 가고 있다.

 

국제석유시장과 미중 경쟁

국제석유시장은 최근 몇 가지 이유로 인하여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우선, 전반적으로 석유의 수요가 전 세계적 수준에서 증가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는 매일 140만 배럴(barrel)의 석유 수요의 증가가 이뤄진다. 이는 주로 신흥개도국의 경제성장에 의해서 견인되고 있으며, 수요 측면에서의 가격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석유시장은 공급의 과잉으로 인한 불균형의 영향 하에 노출되어 있다. 이는 주로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대별되는 비전통 화석연료의 공급 급증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여파로 유가의 하락은 걸프협력회의(GCC: Gulf Cooperation Council)의 핵심 국가들과 러시아의 생산량 증대를 야기하였으며,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의 생산량 감축을 위한 노력도 이같은 과잉 공급으로 인한 유가의 급락을 막지 못하였다.

미국의 석유생산 증대는 빠른 속도로 이루어져 2018년에는 하루 1531만 배럴의 생산량을 기록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최대 산유국이 되었으며, 에너지정보국(EIA)은 예상보다 빨리 2020년부터는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써 국제석유시장의 주도권은 OPEC의 손을 떠나 미국과 사우디 그리고 러시아가 유가를 주도해 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은 미중 경쟁의 상황에서 중국이 그 높은 석유 의존도 때문에 미국의 가격 주도력 앞에 심각한 취약성을 노출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다행히 석유시장에서의 공급자 점유율 확보를 둘러싼 산유국들의 출혈적 경쟁으로 인한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 미중 간 직접적 갈등의 소지는 커 보이지 않는다.

한편 중국은 고도 경제성장을 통한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였으며, 1993년 에너지 순수입국이 된 이후 지속적으로 전 세계적 수준에서 석유 수요의 증대를 주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리더십은 지속적 경제성장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중국은 석유 자원 확보를 위하여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안정적 석유 공급을 확보하는데 성공하게 되었는데, 특히 중국은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개발원조(ODA) 및 각종 차관의 공여를 통하여 아프리카 석유시장을 장악해 왔으며, 일대일로(BRI) 사업을 통한 인접 지역 개발사업과 투자 확대를 통하여 중앙아시아와 중동 등지에서의 에너지 공급처를 확보해 가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공세적 팽창에 대하여 미국 정부는 중국이 인권을 유린하는 독재국가들을 비호하고 빈국을 착취하는 신식민주의적 행태를 보인다고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미중관계에서 에너지 이슈는 미국 의회에 의해 보다 적극적으로 안보의제화되었다. 2005년 청문회에서 미 의회는 중국의 에너지 문제를 본격 다루기 시작하며 중국의 캐나다 오일샌드 접근에 우려를 표명하였고, 같은 해 미 의회는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China National Offshore Oil Corporation)의 미국 유노칼사 인수를 위한 입찰에 대하여 국익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였다.

중국은 미국에 의한 에너지 봉쇄가능성에 대응하여 해외 에너지 시장 개척과 진출을 더욱 매진하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거나 국제사회의 비판 대상이 되고 있는 이란, 수단 및 리비아 같은 국가들에 집중하여 투자를 확대하였다. 특히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수송로를 둘러싼 불안정성에 대비하여 중국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과 미얀마 그리고 태국 등을 통한 대안적 석유수송로의 구축을 모색해 왔는데, 미국의 견제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사실 석유수송로를 둘러싼 수면하 경쟁은 매우 치열한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에너지와 연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6월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선언”을 발표하였으며, 러시아 화석연료 자원개발을 위한 대러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미국 석유에 대한 구매 동학이다. 사실 중국은 상당 기간 동안 미국산 석유제품을 거의 구매하지 않았는데, 2017년부터는 급증하여 2018년에는 하루 수입량이 450만여 배럴에까지 이르면서 정점을 찍게 되었다. 하지만 미중 전략경쟁의 고조 결과 2019년에는 급감하게 되었다. 이는 정확히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전략 2017』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한 것 그리고 『국방전략 2018』을 통해 미국의 번영과 안보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적성 세력으로 중국을 규정하면서 미중 전략경쟁의 재부상을 경고한 것에 대하여 중국이 취한 대응책과 궤적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중국은 에너지 구매를 레버리지(leverage)로 사용해 미국의 압력을 헤징 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그것이 실패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국제석유시장은 여전히 다양한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불안정성을 노정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태나 대이란 석유 제재 및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유조선 공격, 리비아 문제 등으로 인한 국제석유시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이란에 의한 유조선 공격은 에너지안보에서 석유수송로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셰일혁명을 통해 에너지안보가 강화된 미국에 비해 석유의 높은 대외 의존 때문에 에너지안보가 취약한 중국에게 해양 석유수송로의 안정은 더욱 중요해 지고 있으며, 이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이 벌이는 군사행동이 자국 에너지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에 미중 전략경쟁의 와중에서 대안적 에너지 공급처와 운송로를 확보해 두기 위한 중국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되도록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기도 하다.

정리해 보면, 석유 부문에서 미중 경쟁은 계속적으로 확대되어 온 것은 분명하다. 특히 미국의 최대 산유국 등극과 유가에 대한 장악력이 높아진 것은 외견상 석유에 대한 높은 대외의존 때문에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전쟁을 벌이는데 불리하게 작용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그 이유는 국제석유시장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으며, 사우디와 러시아로 대변되는 전략적 석유공급자들의 대응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다양한 석유 공급원 확보를 위한 오랜 노력이 중국에게 미국과의 석유 분야에서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해갈 수 있는 전략적 여지를 주고 있는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석유 부문 미중 경쟁이 점증할 수는 있겠지만 그 강도는 당분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천연가스 분야에서의 미중관계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이는 천연가스 분야에서도 양국관계를 살피는데도 유사한 배경이 되고 있다.

2018년 중국이 수입한 액화천연가스(LNG: liquefied natural gas)의 총량 70 bcm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양은 3 bcm을 조금 상회한다. 그러나 중국의 천연가스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여 2025년 경에는 150 bc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2018년 30 bcm이던 미국의 LNG 수출량도 2025년 경 130 bcm까지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에 많은 관측가들은 LNG가 미중 간 교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물론 중국 입장에서 미국이 에너지를 지정학적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중국 내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는 급속히 증가되고 있었기 때문에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기존 공급자들의 천연가스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이를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미 투르크메니스탄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던 중국이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궁지에 몰린 러시아와의 계약을 통해 파이프라인가스(PNG: piped natural gas)를 수입하기로 했으며, 러시아 야말(Yamal)에서 생산되는 북극 LNG를 수입하기 시작했으며, 호주 및 동남아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하는 등 천연가스의 공급처를 다변화 및 확대해 가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향후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스 수요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국 천연가스 수입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중국 내 가스 수요의 증가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다.

국제적으로 신기후체제가 출범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는 미세먼지에 대한 심각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면서 중국 정부는 원유 및 석탄보다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더 많이 사용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믹스의 변화를 꾀하게 되었다. 2014년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 1차 에너지 믹스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당시 5% 미만(세계 평균인 24%)에서 2040년에는 13%까지 높이는 정책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은 무역 흑자 축소를 통한 미국과의 무역 갈등 압력을 완화하는 한편, 호주 천연가스 및 러시아 등의 유라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려는 다중적 목적을 가지고 미국산 천연가스의 수입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이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10가지 방안들 중 하나로 미국산 LNG 수입의 확대를 제안하였다. 또한 약국 기업들 간의 천연가스 공동개발 투자에 대한 논의도 급진전되어 양국은 알래스카 LNG 개발을 위해 430억 달러 규모의 공동투자 프로젝트에 합의하였고, 이에 따라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은 LNG 수출시설의 확충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2018년 2월 미국 셰니에르(Cheniere) 에너지회사는 중국석유집단(CNPC: China Natural Petroleum Corporation)과 대규모 천연가스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미중 전략경쟁의 고조는 무역갈등을 심화시켰다. 2018년 7월에 이어 9월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6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보복관세를 부과하였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2018년 7월 디젤, 가솔린, 나프타, LPG 같은 미국 에너지 제품에 대하여 25% 관세를 부과했고, 2018년 말에는 LNG에 대하여 10% 관세를 부과하게 되었다. 이로써 미국산 LNG를 비롯한 에너지 제품에 대한 중국의 수입량은 크게 감소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같은 미중 전략경쟁의 천연가스 분야에 대한 영향이 미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나타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예측은 세계 천연가스 시장의 성격 변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미국산 셰일가스가 수출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영향은 천연가스 시장을 지배해 온 ‘도착지 제한 조항’과 같이 공급자 우위를 보장하던 시장 관행이 셰일가스 등장 이후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천연가스 시장을 점차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변모시키고 있으며, 낮은 가스가격 또한 이러한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미국이 가지는 입지는 상당히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고객인 중국을 잃어버리게 된 미국으로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나라들에 대한 압력을 높여갈 것임에 분명하다.

이에 비해 중국 입장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LNG 관련해서 중국은 카타르와 호주로부터의 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로부터의 수입도 여력이 있다. 게다가 러시아 야말에서 생산되는 북극 LNG가 중국으로의 수출을 확대해 가고 있으며,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건설을 통한 러시아산 PNG 공급이 2020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은 북극 LNG-2 사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여 새로운 공급처를 확대해 가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최근 동아시아의 천연가스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지역 국가들의 노력인데, 이 과정에서 대륙 천연가스를 PNG로 수입하면서 다양한 공급처의 LNG를 수입하고 있는 중국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대륙과 해양의 가스에 모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중국이야말로 거대한 내수 시장의 힘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가스시장의 주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미-중 전략경쟁에서 미국이 가진 셰일가스의 효용을 상당히 제한할 요인들이 훨씬 많음을 보여 준다.

정리해 보면, 미국의 셰일 혁명과 중국의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 확대로 양국 간에 고조되어 가던 천연가스 협력은 중국에 의한 미국 LNG의 다량 수입 및 장기공급계약으로 결실을 맺기 시작하였다. 특히 중국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흑자 해소의 압력을 돌파하는 수단으로 중국의 미국산 LNG 구매를 매력적인 카드로 활용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최근 전개된 미중 전략경쟁은 에너지 분야, 특히 천연가스 분야에서 고조되는 양국 간의 협력을 무산시킴으로써 중장기적인 양국 에너지 협력의 전망은 어두워졌다. 2018년 하반기부터 조짐을 보이던 양국 간 천연가스 협력 기조의 이반은 양국 간 전략경쟁의 결과임에 분명하지만, 이 경쟁이 구조적으로 고조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에게는 기존 천연가스 공급국과 유라시아 및 북극의 새로운 대안들이 다수 존재할 뿐만 아니라,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천연가스 시장의 성격 변화가 미국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은 환경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에너지기술 분야와 미중의 협력과 경쟁

셰일혁명과 신(新)기후체제로 시작된 에너지 국제정치경제의 격동은 4차 산업혁명을 향한 신기술 융합 및 그에 따른 에너지 생산ž소비의 새로운 패턴의 등장과 맞물리면서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를 추동하고 있다. 이미 2017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에너지 분야의 게임체인저로 전기차 등으로 대변되는 모빌리티의 혁신, 마이크로ž스마트그리드 등과 같은 에너지시스템의 분산화 그리고 예측을 뛰어넘는 속도의 에너지신기술의 발전을 지적한 바 있다.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에너지 시장은 격변하고 있으며, 또한 많은 과제를 양산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전환의 과제가 4차 산업혁명 논의와 결부되면서 다양한 기술 혁신이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4.0’의 시대를 이끌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활발히 개진되고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위원회도 에너지패러다임의 전환을 중국경제 패턴의 변화와 연결하면서 지난 30년간 거의 평균 9.4%의 에너지소비 증가폭을 이끌어 온 제조업 중심의 경제모델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런 지향은 중국 에너지믹스에서  2016년 기준 62%를 차지하던 석탄의 소비를 20년 내 20%대까지 줄이려는 목표 설정으로 연결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정에너지로 석탄을 대체하는 것인데, 발전 부문에서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비화석연료의 비중을 31%까지 늘리고, 천연가스의 비중도 2020년까지 10%, 2030년까지 15%까지 증대시키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2050년까지 비화석연료 사용 비중을 50%까지 증대시키는 목표를 추진해 나가려는 것이다.

이같은 중국의 에너지전환에 대해 미국은 상당 기간 동안 긍정적이며 협력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미중 간 에너지 분야의 협력 논의는 이미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1993년 중국이 에너지 순수입국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에너지기술 발전과 효율성 제고 및 환경문제 등을 포함한 보다 광범위한 협력 의제들이 확대 논의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에너지효율 향상 기술 개발, 신에너지 및 청정에너지 체제로의 전환 등을 위해 다국적 에너지연구개발 과정에 중국을 참여시키고자 노력하였다. 특히 오바마 정부 시기 양국 간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는데, 특히 신재생 및 청정에너지 개발 분야에서의 협력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2009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은 북경을 방문하여 미중 ‘청정에너지공동연구센터’(CERC: Clean Energy Research Center)를 설립하기로하고, 양국 간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였다. 이런 협력 기조는 양국 간 ‘미중 에너지정책대화’(US-China Energy Policy Dialogue) 채널을 가동시켰으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에너지협력은 중요 의제로 논의되었다. 특히 CERC에서는 발전된 석탄기술, 효율적 건축기술, 청정 차량기술 등이 논의되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같은 에너지협력에 대해 완전히 만족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보호조치로 인해 청정에너지 기술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고, 고조되는 미국의 에너지기술 보호주의가 중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최근 청정에너지 부문에 대규모 연구개발 자금을 투입하게 되었고, 2010년 중국의 청정에너지 투자는 미국과 유럽연합을 뛰어 넘었으며,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의 특허출원도 미국, 일본, 독일을 뒤쫓고 있다.

중국의 빠른 성장은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긴장을 불러 일으켰으며, 미국 정부와 의회는 미국의 태양광 패널 기술과 풍력발전 관련 기술의 중국에 대한 수출 및 지원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였고, 점차 경쟁의 국면이 강화되었다. 특히 서방은 중국의 미흡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첨단 기술의 중국 수출에 민감히 대응하게 되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1월 태양광 패널의 미국 수출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등 중국의 에너지기술과 관련된 제반 활동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 부문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태양광 발전 등 몇몇 분야에서는 최고의 기술력을 성취해 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향후 신재생에너지 기술 부문에서 양국의 경쟁이 고조될 것을 의미하며,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중 간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경쟁적인 양상이 연출될 분야가 바로 이 에너지 신기술 분야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미중 간 전략경쟁 혹은 나아가 도래할 지도 모를 패권경쟁의 핵심적 내용 중 하나는 바로 첨단 에너지 기술과 관련될 것이라는 예측은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국방수권법 2019』는 중국이 첨단기술을 도용하고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국가라고 적시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여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미국 내 첨단 기술의 유출을 막고 중국의 불법적 기술패권의 추구를 저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에너지 신기술 이슈야말로 미중 간 전략경쟁이 향후 가장 지속적으로 고조될 수 있는 분야로 인식하고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

 

결론을 대신하여

최근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은 본격적 패권경쟁의 시작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도리어 경제 분야에서의 우위를 향한 전략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이같은 전략경쟁은 다양한 영역에서의 경쟁으로 확산되고 고조될 가능성은 높다. 이런 의미에서 패권경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관측자들의 예측도 이해 안가는 바는 아니다.

에너지 분야에서 미중 전략경쟁의 여파는 분야에 따라 정도와 양상이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석유 부문의 경쟁에서 미국은 셰일혁명 덕분에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 지위에 오르고 스윙프로듀서(swing producer)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오랜 동안 수입선의 다변화 노력 등으로 대비해 온 결과 상대적으로 미국에 대해 느끼는 위협의 강도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에너지운송로의 안보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미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 견제를 위한 카드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ž태평양 전략’의 주요한 두 축은 미일호주인도 4국을 연계하는 군사적 견제와 태국, 필리핀, 파키스탄 등 다양한 국가들과의 협력 및 여타 수단을 동원하는 경제적 견제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 견제에서 에너지 분야, 특히 중국의 석유 수송로와 연관된 미국의 강압적 조처는 심각한 군사적 긴장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미국측의 조처를 야기할 군사적 모험주의를 동ž남중국해에서 벌일 가능성에는 제약적 조건이 작동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천연가스 분야에서의 협력은 결국 양국 간 전략경쟁의 여파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중국이 수입선 다변화와 풍부한 대안 카드의 존재로 미국의 위협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히 반응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천연가스이다. 하지만 비슷하게 양국 간 협력의 기조가 전개되었던 신에너지 및 청정 에너지기술 분야에서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가장 포괄적인 협력이 논의되고 시도되었던 이 분야에서 양국이 에너지 신기술을 두고 경쟁하게 되었고 이 지점은 조용하지만 가장 격렬한 싸움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바로 이 에너지 기술의 선점과 우위야말로 시간이 지날수록 양국 간 전략경쟁의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 전략경쟁의 파고에서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된 한국과 같은 중간국들은 자국의 에너지안보를 위한 다면적 전략을 수립하고 유연한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분야의 경쟁은 안보적 성격과 경제적 성격을 동시에 가지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로서 안보와 경제가 상호 영향을 미치는 기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향후 고조될 것으로 보이는 미중 간 전략경쟁의 상황에서 에너지안보의 확보는 결국 다면적 외교의 성과와 효율적이며 선진적인 소비 패턴의 구축 그리고 기술적 혁신성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

 

 

■ 저자: 신범식_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MGIMO)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러시아 외교정책과 유라시아 국제관계다. 주요 저서로는 《21세기 유라시아 도전과 국제관계》(2006, 편저), 《에너지 국제정치의 변환과 동북아시아》(2015, 편저), 《지구환경정치의 이해》(2018, 편저), “Russia’s Perspectives on International Politics” (2008)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김세영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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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프로젝트

무역ㆍ기술ㆍ에너지 질서의 미래

미중관계와 한국

세부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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