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로 등장한 G20 정상회의의 2010년 서울회의 개최가 임박했다.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쿼터 조정, 은행 자본과 유동성 규제 등과 같은 핵심의제들에 대한 합의를 11월 서울회의로 미루는 과도기적 회의의 양상을 보였다. 이에 동아시아연구원은 G20 서울정상회의의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한국의 G20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2010년 7월 8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의 이창용 단장을 모시고, “한국의 G20 전략”이라는 주제로 제 11회 인프라비전 포럼을 개최하였다. 이창용 단장은 “기존 과제, 서울 이니셔티브, 비공식 이슈”라는 세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한국의 G20 전략을 설명하였고 이어서 토론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발표 및 주요 논의 내용이다.

 

발표 내용

 

기존 과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제, 국제금융기구개혁, 금융규제

 

한국의 G20 전략을 중요 이슈 별로 정리해 보면 가장 먼저 이전 회의의 연장선에서 한국에게 주어진 세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세계경제의 중장기적 성장을 위한 정책 공조방향을 모색하는 프레임워크(framework) 논의이다. 프레임워크 논의는 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됨에 따라,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해 각 국가가 정책을 공조하자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2차 런던 정상회의 이후 경제위기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자, 위기의 근원이 영미 자본주의 금융시장이라는 기존의 비판에 대해 영국과 미국이 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차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세계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무역구조의 불균형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며 “강하고,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제(a framework for Strong, Sustainable, and Balanced Growth)”논의를 제기하였다. 이는 특히 중국의 수출 중심 모델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더 이상 세계경제가 미국의 재정적자에 기대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기에 중국이 위안화를 현실적으로 절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포함한다. 지난 6월 토론토 회의에서는 선진적자국과 신흥흑자국을 각각 그룹으로 묶어 논의를 진행하였으나, 11월 서울회의에서는 개별 국가별(country level) 정책대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이것은 그만큼 더 첨예한 국가간 입장 대립이 나타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하며 따라서 프레임워크 논의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의 형태로 이번 서울 회의의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기준이 될 것이다.

 

둘째, 국제금융기구(International Financial Institution: IFI) 개혁 논의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World Bank)이 이번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는 비판과 이에 따른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됨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기존에 논의된 내용을 살펴보면 국제금융기구들의 추가 재원확보, 권한(mandate) 및 기능의 개선, 그리고 지나치게 유럽 중심적인 구조의 개혁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세계은행의 개혁 문제는 기존 회의를 통해 논의가 거의 마무리 되었고 한국에게 남은 과제는 국제통화기금 개혁이다. 과대 대표된 유럽 국가들에서 과소 대표된 신흥 국가로 의결권의 5퍼센트를 이동하는 문제가 핵심인데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첫째, 세계은행과 달리 국제통화기금은 국내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국가들 간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둘째, 앞서 언급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계” 논의는 비교적 폭넓게 평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국제통화기금 개혁은 성공 여부가 명확히 갈리는 문제로 그 만큼 개최국의 부담이 더욱 크다. 셋째, 이 문제는 강대국 사이의 경쟁을 중재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인데 한국과 같은 중견국이 강대국 사이에서 왕복외교(shuttle diplomacy)를 펼치는 것이 쉽지 않다.

 

셋째, 금융규제 문제이다. 이미 기존의 회의를 통해 총 47개의 세부과제와 일정표가 정해졌고, 따라서 각각의 세부과제들은 일정표에 따라 데드라인 이전에 이행 되어야만 한다. 올해는 3개의 과제가 마무리되어야 한다. 먼저 올 6월까지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었던 은행부과금(Levy)문제는 은행세(Bank Tax)를 통해 금융시스템 복구 및 정리 자금 확보를 위해 지출된 정부 개입 비용을 금융권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분담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이는 토론토 회의에서 대원칙만 합의하고 구체적인 부분은 각 국가의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따라서 한국에게는 나머지 두 개의 과업이 주어졌는데 이것은 47개 과제 가운데서 합의가 어려운 문제에 속한다. 첫째, 대형금융기관 혹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 SIFI)의 규제문제는 영미와 유럽 금융기관의 시스템이 달라 치열한 싸움이 걸려있다. 둘째, 자본 적정성 또는 재무 건전성 강화 문제는 보통주 위주로 자본을 강화해야 한다는 영미의 주장과 이에 대해 유럽 국가들이 유보적 입장을 보이며 맞서고 있다. 이들 과제들은 국제금융기구개혁 문제처럼 구체적인 숫자로 합의를 도출해야 하기 때문에 성사여부가 가시적으로 확연히 드러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서울 이니셔티브: 개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한국은 주어진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 이외에도 개도국과 G20에 속하지 않은 국가들을 대변할 필요가 있고 G20을 영속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입장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 서울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두 가지 추가논의를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글로벌 금융안전망(Global Financial Safety Net)의 구축이다. 이것은 유동성 문제로 환율이 불안정해질 때 발생하는 어려움을 막기 위한 조치로 위기 상황에서 개도국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 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개발 이슈이다.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전한 만큼 개발에 있어서는 “브랜드네임(brand name)”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충분히 의제를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G20 회원국 가운데는 위기가 극복되기 전에 개발 문제로 의제를 확대하는데 반대하는 국가들도 있었다. 많은 국가들이 개발은 원조 문제이므로 G8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특히 유엔 (United Nations)은 개발 문제를 유엔 밀레니엄 개발목표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를 중심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 개발 문제에 있어 G20이 개발과 경제성장을 연계시켜 유엔과 G8의 접근 방식을 보완하면서도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비공식적 이슈: Business Summit, G20 지속성 확보

 

앞서 논의된 것 이외에도 한국은 비공식적으로 두 가지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첫째, 세계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 100여명이 참석하여 무역, 투자, 금융, 녹색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논하게 될 Business Summit의 개최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추진되고 있는 사안으로 경기 회복은 민간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비롯되었다. 전 세계 100대 기업들이 서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민간 중심의 경기회복 채널이 마련되고 제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기업들과의 소통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둘째, G20 지속성 확보 문제이다. 아직까지도 G20의 구성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상태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도 G20이 “프리미어 포럼(premier forum)”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하기 때문에, G20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와 한국개발연구원 (Korea Development Institute: KDI)은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컨퍼런스를 개최했고 오는 9월 서울에서 두 번째 컨퍼런스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들 연구기관들은 G20의 역사, 한계, 다른 국제기구와의 관계, 의제 범위, 국제정치학적 역학구도, 테이블 세팅, 효과적 의사소통 방향, 실행계획 등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국제적인 주요 이슈들에 대한 기록이 취약한 한국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가 될 것이다.

 

질의응답

 

서울 이니셔티브 발전 방안

 

Q: 서울회의에 주어진 기본 과제 이외에 한국이 새로 제안할 서울 이니셔티브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A: G20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공식적으로 새로 제안하고 있는 서울 이니셔티브를 각국이 지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모든 회원국가들이 의장국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고 있으나 서울 이니셔티브가 성공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비非 G8 국가들 중에서 처음으로 의장국을 맡게 된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번 회의를 통해 단순히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브로커 이상의 지적 능력, 즉 정책개발, 조율, 새로운 아이디어 제시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또한 G20에 속하지 않는 다른 국가들의 요구와 기대도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서울 이니셔티브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은 독자적인 추동력과 다른 국가들과의 연대를 동시에 추구하여 개발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특히 의장국이 가진 의제 조정 역할을 활용하여 국가들 간의 입장 대립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금융안정망 문제와 개발 문제 모두 세부 이슈에 있어서 각 국의 입장이 복잡하게 엇갈려 있다. 이것은 주제에 따라 연대 구조가 역동적으로 계속해서 바뀌는 G20 체제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G20 체제에서는 G8 국가들뿐 아니라 나머지 11개국들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고 무엇보다 의장국의 레버리지(leverage)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G20의 지속성 확보

 

Q: G20 체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가?

 

A: G20 회원국 구성에 대한 논의는 현재까지도 물밑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다. 계속해서 G20의 구성을 두고 문제가 제기된다는 것은 향후 G20 체제가 폐기되지는 않더라도 변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이 초기에 의장국을 맡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G20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각국의 리더들이 G20 체제가 효과가 있다고 평가해야 한다. 현재는 경제 위기 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고, 아직은 G20 체제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G20 체제의 유용성이 지속적으로 증명되지 못하면 그 위상이 격하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추상적인 내용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확실한 내용을 결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것이 제대로 이행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G20의 지속성과 관련하여 비 G20국가들을 대변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정부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사실 어려운 부분이 많다. 비 G20 국가들이 원하는 것 중 하나가 G20 체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지만 회원국을 늘이는 문제는 한국 만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G20의 제도화와 관련하여 사무국을 설치문제도 논의되고 있고 아국은 이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는 반대 의견이 더 많다. 따라서 사무국 설치문제는 차후의 논의로 미루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어떻게 결론 나게 될 지 알 수 없다. ■

 

 


 

 

이창용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 단장은 하버드대학교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 인수위원,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발표자

이창용

 

사회자

손열

 

토론자

이숙종

이승주

전재성

조홍식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EAI)은 미국 맥아더 재단의 ‘아시아안보이니셔티브’(Asia Security Initiative) 프로그램 핵심 연구기관으로 선정되어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EAI는 대한민국의 미래 인프라 개발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자 국내 지도층 인사들을 모시고 현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한 열린 토론의 자리를 제공하는 ‘인프라비전 포럼’(InfraVision Forum)을 2007년부터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본 회의록에 포함된 모든 내용은 개인의 견해로 G20 준비위원회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하며, 또한 본 연구원에서 발표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므로 본인의 견해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인프라비전 포럼 회의록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무역·기술·에너지 질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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