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한국의 민주화 진전에 따른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2002년 대통령의 성공조건, 2007년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조건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민주화 이후 바람직한 대통령의 역할, 권한, 책임에 관한 제도화 방안을 강구해 왔다. 이제는 SNS기술 확산에 따른 정치환경의 변화 속에 증대하는 정치참여와 소통 요구를 안정적 제도로 담아내려는 요구가 시급하다.

 

이에 EAI는 지난 정부들의 국정운영의 성과와 방식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정치환경에 부합하는 거버너빌리티(governability) 형성과 성공적인 대통령직 수행의 조건을 탐구하고자 ‘2013 대통령의 성공조건’을 기획하였다.

 

2012년 7월 12일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한 박형준 교수(동아대)를 초빙하여 제6차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였다. 회의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근본적 제약조건으로서 국가능력의 한계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은 모두 저마다 국가개조 수준의 방대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따른다. 실제 국정과정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여 대통령의 리더십이나 개인의 능력만으로 원하는 수준의 개혁이나 국가 개조를 이루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오늘의 시대적 조건에서 국가능력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청와대 보좌진의 역할이나 관료조직의 문제, 권력 이너서클의 부작용, 그리고 의회관계의 딜레마 등은 국정운영의 복잡한 정치적 역학을 형성한다. 따라서 성공적 대통령을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장애요인에 대한 적절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역량은 국가능력의 한계에 따른 제약을 받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기에는 다음 네 가지 측면이 중요하다.

 

첫째,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민국가의 주권 개념이 약화되고 있고 그에 반해 시장과 시민사회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국가의 자율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외치의 내치화’가 크게 진행되어 있으며, 외치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대통령의 의지나 비전과 무관하게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정세가 형성되기도 한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의 출범초기에 발생한 세계적 경제위기는 당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발전 전략에 치중하기 보다는 위기극복을 위한 방어 전략에 급급하게 만들었다.

 

둘째, 민주화 이후 높아진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정부는 ‘발전촉진자’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경제 주체들을 이끌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의 선도적 역할수행이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졌고 실제로 할 수 있는 범위도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능력을 과대평가해서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무리한 개혁을 추진하게 되면 오히려 국가위기를 조기에 촉발할 수 있다.

 

셋째, 우리사회의 심화된 양극화 문제이다. 우리의 복지수준은 여전히 미숙한 상태이며 정부가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능력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직적인 불평등 수준보다 국민이 체감하는 불평등이 더 크기 때문에 제도적 혹은 구조적으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개발은 불가결하다. 동시에 정부는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사람들의 기대수준과 현실 사이의 괴리, 이로 인해 나타나는 불만과 박탈감 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제도나 정책의 문제 이전에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넷째, 지식과 정보의 측면에서 국가능력이 축소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국가는 계몽적인 선지자 역할을 자임할 만큼 지식과 정보역량에 있어 다른 부문보다 앞서 있었고, 어느 정도는 독점적 지위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와 같은 정부의 지위나 역량은 크게 약화되었고 오히려 민간부분이 우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어 지식정부라는 말이 무색한 실정이다. 또한 관료 사회의 속성 상 능력이 뛰어난 관료들도 미래를 위한 창의적 발상과 정책을 실행에 옮기기를 꺼린다는 점도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대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국정운영의 장애요인과 대응

 

이와 같은 근본적인 한계 외에도 대통령의 국정수행에는 다양한 장애요인이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국정운영의 관제탑인 청와대 보좌진, 실질적 국정집행자인 관료조직, 국정운영의 파트너인 의회 및 정당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청와대 보좌진의 효과적 운용

 

성공적인 대통령직을 수행을 위해서는 국정운영의 조타수 역할을 하는 청와대 보좌진 구축 문제를 좀 더 진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 하에서 잦은 정권교체로 인해 국정의 연속성은 근본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오랜 기간 국정에 관해 훈련된 지속성이 있는 관료조직을 통제해야 할 청와대조직은 외인부대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조직의 능력 문제로 이어진다. 현실적으로 청와대는 국정경험이 풍부한 사람보다는 선거공신 중심으로 구성된다. 그러면서 정권교체 시 과거정권에서 청와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정치적 이념의 차이를 이유로 완전히 배제되는 양상을 보인다. 결국 아마추어가 프로페셔널을 관리하는 국정수행 구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새로운 청와대조직이 능력을 발휘하려면 일정한 국정운영의 학습기간이 필요하지만, 언론이나 국민이나 정당이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에 정권초기에 실책들이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출범 초기에 무너진 정부신뢰는 쉽사리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다. 따라서 청와대는 나름의 운영 메커니즘, 이슈 관리, 관료조직과의 관계형성 등에 대한 노하우와 매뉴얼을 가져야만 한다. 그리고 청와대조직은 항상 비상상황이라는 맥락에서 운영될 필요가 있다. 국정의 비상상황이 빈번하게 아니 거의 매일 발생하는 현실 속에서 일상적인 국정관리는 관료조직에 맡기고 청와대는 위기관리를 위한 조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위기관리 시스템을 적절하게 구축했기 때문이다. 비상경제대책회의 중심으로 국정운영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청와대의 홍보기능 강화

 

청와대는 기본적으로 정무조직이지만 실질적으로 정무, 정책, 홍보의 삼각 축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오늘날 새로운 소통환경에 대한 관료조직의 적응은 충분치 않다는 것을 매 순간 느낀다. 모든 정책이 정치적 사안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부처 칸막이에 갇혀 밀어붙이려는 행태를 보임으로써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각 부처는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전체적인 시각을 갖지 못한다는 취약점이 있다. 따라서 관료조직을 통제하고 조정해야 할 청와대수석들은 정무, 홍보, 정책 기능 모두에 능숙해야 하며, 부처간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관제탑이 되어야 한다. 부처간 소통의 부재는 정책간 충돌을 일으키고 정책전달과정에서 본래의 의도가 변질되어 불필요한 오해를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의 경우 정부의 홍보기능 부족으로 인한 매끄럽지 못한 정보 전달이 어떤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덧붙여 ‘홍보’는 단순한 메시지 전달이 아니라 정책이나 정책결정 과정을 효과적으로 조직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통상 청와대 홍보담당에는 메시지 전달에 유능한 언론출신 인사들로 기용되지만, 공보와 홍보는 다르기 때문에 정책과정을 전체적으로 조율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현재의 인터넷 등을 통한 개방적 소통 환경 속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홍보기능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청와대와 정부의 홍보 조직과 기능은 오히려 약화되었다는 것도 문제이다. 그리고 소통을 위해서는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정부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생산해도 제대로 전달이 안 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하드웨어 대해 투자할 뿐 컨텐츠 개발이나 정부 정보의 마케팅에 대해서는 소홀하다. 따라서 새 정권에서 청와대조직을 구성할 때 이러한 문제를 감안하여 홍보기능 확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권력 이너서클의 관리

 

정권을 막론하고 대통령 단임제에서는 소수로 이루어지는 권력의 이너서클 생성은 피하기 어렵다. 이너서클은 인사와 사정기관의 관리에 깊숙이 개입하는 소수의 핵심그룹을 의미한다. 그래도 이 이너서클에 있는 사람들이 국정에 대한 철학, 동태적 균형감각, 자기 절제의 윤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면 문제가 덜하지만, 권력쟁투로 인해 내부파벌이 생기고 불공정한 인사편향이 이루어지면 정권 주체 세력 내부에서 심각한 마찰이 일어나게 된다. 특히 특정 인맥중심으로 인사를 하게 되면 권력기관 내에서도 내부 반발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로 인해 이너서클과 청와대의 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정상적인 국정운영에도 걸림돌이 된다. 정권초기에 이너서클을 없애거나 강력히 견제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원활한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의회 및 정당관계의 재형성

 

대통령 단임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의회 및 정당과의 관계이다. 극단적인 대결의 정치에 의존하는 정치환경 속에서 야당은 새 정권의 출범 초기부터 대통령의 흠을 찾으려 든다. 대통령 임기 중에 실시되는 각종 선거마다 정권심판론에 의존하는 정치현실에서 야당으로부터 정부에 대한 협조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여당 또한 정세에 따라 청와대와 일정한 선 긋기에 나서기도 한다. 이 같은 바리케이드형 정치를 극복하기는 현재의 제도와 정치 환경에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년 단임제에서 대통령의 의지와 의회의 작동 메커니즘은 일치하기 어렵다. 그래서 임기 4년차에 레임덕이 오고 5년차에는 국정수행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대통령은 임기 3년 내에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은 중요한 국가프로젝트의 추진에 있어 조급해질 수 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역대정부들이 해결하지 못한 어려운 여러 분야의 국가적 과제들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농협 개혁,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 복지전산망 통합 등 부처나 지역 이익집단 갈등이 심한 의제들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해결하려 했다. 또 4대강 등 대통령 프로젝트도 강력히 추진하다 보니 일방적 밀어붙이기라는 인상을 주었다. 여기에 대해 대통령이 정치적 노력을 하지 않고 청와대의 정무기능이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그러나 잦은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이라는 가장 손쉬운 무기를 포기하기 어려운 야당의 입장이나 확고하고 당론 투표가 강고한 우리의 현실에서 한 대통령이 개별 의원들을 직접 설득하고 타협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의 적극적 소통의지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원탁형 정치의 틀이 갖추어져야만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차기 대통령도 구조적으로 이러한 장애에 봉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차기 대통령 리더십의 세가지 요건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공약과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국가능력의 한계를 인식하고 지나치게 욕심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의 연속성을 이해하고 대통령직의 한계를 미리 학습해 두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가 성립될 때, 대통령과 청와대가 보다 신중하게 국정문제를 풀어 나가면서 다른 세력의 이견도 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극단적인 바리케이드 정치에서 탈피하고 공감과 통합의 정치를 통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세대와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유연한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나아가 현 시점에서 차기 대통령은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갖추기를 기대한다.

 

공감의 리더십 차기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수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가능력이 전체적으로 축소되고 정부역할에 한계가 생기면서 원만한 대외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여기에 양극화와 사회적 박탈감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대통령의 공감능력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연구에 따르면 많은 정책적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없었던 존슨과 같은 대통령도 많았고, 정책 성과보다는 대중적 인기에 의존했던 케네디와 같은 대통령도 많았다. 링컨, 루즈벨트, 레이건 등은 정책적 성과를 국민 공감으로 연결한 드문 사례들이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성공적 국정수행을 위해서는 국정운영 과정 자체에서 국민의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국민적 공감은 일회성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언어, 인품, 지식, 제스처, 상징, 화술,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자질을 충분히 쌓은 대통령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리더십 세계화 시대에 원활한 외교관계를 위해서는 지도자 개인의 역량과 소통능력이 중요하다. 국가간 이해관계가 부딪히기 때문에 외국의 정상들을 설득하고 좋은 외교관계를 형성 하려면 대통령 개인이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진국 정상들 가운데 재무관료 출신이 많은 이유는 그들이 국제경제 분야의 뛰어난 전문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의 정상이라고 하더라도 세계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비전을 제시하면 공감을 얻고 지도자로서 힘을 가질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녹색성장 비전, 타 국가와의 우호관계 증진, G20 의장국으로서의 성과나 금융위기 대처 등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한 점은 높이 평가된다. 차기 대통령 또한 대한민국의 이익과 세계적 어젠다를 일치시킬 수 있는 글로벌 리더십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대북정책 능력 북한문제는 우리나라의 외치와 내치 모두에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한 대북정책이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진보정권 10년간의 편향된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균형을 모색한 현 정부는 대북정책의 원칙을 보여주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어내지는 못했다. 북한의 3대 세습체제의 안정성 여부가 판가름 나고, 북한의 변화 방향이 결정되는 차기 정부에서는 북한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가 한민족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성을 갖는다. 이런 점에서 효율적인 대북정책 추진과 한반도 신질서 구축을 위해서는 국제정세를 잘 읽고, 고도의 전략적 사고를 펼쳐내는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

 

 


 

 

박형준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사회학박사를 취득하고 현재 동아대 사회과학대 사회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냈고, 2007년 9월 한나라당 공동대변인, 2008년 대통령실 홍보기획관, 2009년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2011년 청와대 사회특별보좌관을 차례로 역임했다.

 

사회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 교수

 

참석자

박형준, 성균관대 교수

윤성이, 경희대 교수

이곤수, EAI 수석연구원

이내영, 고려대 교수

이재열, 서울대 교수

장용석, 연세대 교수

정원칠, EAI 선임연구원

정한울, EAI 수석연구원

한규섭, 서울대 교수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민주주의 협력

대통령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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