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한국의 민주화 진전에 따른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2002년 대통령의 성공조건, 2007년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조건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민주화 이후 바람직한 대통령의 역할, 권한, 책임에 관한 제도화 방안을 강구해 왔다. 이제는 SNS기술 확산에 따른 정치환경의 변화 속에 증대하는 정치참여와 소통 요구를 안정적 제도로 담아내려는 요구가 시급하다.

 

이에 EAI는 지난 정부들의 국정운영의 성과와 방식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정치환경에 부합하는 거버너빌리티(governability) 형성과 성공적인 대통령직 수행의 조건을 탐구하고자 ‘2013 대통령의 성공조건’을 기획하였다.

 

2012년 4월 5일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대변인, 홍보수석비서관, 청와대 언론특별보좌관을 차례로 역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해 온 이동관 전 수석을 초빙하여 제3차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였다. 발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DNA를 공유한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대통령직 수행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치세력”의 지원이 불가결하다. 제대로 된 정치세력이란 “정치적 DNA, 즉 정치적 가치나 이념을 공유하는 집단”을 말한다. 이 DNA를 공유하는 체세포 분열된 지지집단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느냐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민주화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는 동안 역대 정부에서는 나름대로 DNA를 공유한 자신의 정치세력으로부터 뒷받침을 받았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정치적 지지세력이 효율적으로 구축되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과정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지나친 좌편향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한 ‘뉴라이트’ 그룹의 지지가 있었다. 여기서 내건 신자유주의, 대한민국 정통성, 세계화, 교육 자율화, 북한 인권, 노블레스 오블리주 등의 가치는 이명박 정부에서 각종 정책으로 반영됐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정치세력화를 이루어 국정운영의 핵심에 포진하는데 실패함으로써 국정운영의 방향성을 뒷받침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정치세력의 부재,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보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의 부재는 5년 단임제라는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리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정치적 지지기반 없이는 이를 추진해 나가고 국민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DNA를 공유하는 정치세력이 부재하는 상황 속에서는 취임초기 발생하는 국정운영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 또 대통령 임기 중에 실시되는 각종 중간선거에서는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정치공세가 격렬하게 제기된다. 이 때 강력한 정치세력이 구축돼있지 않으면 이러한 공격에 대응하기 어려우며 결국 국정운영 방향이 흔들리게 된다. 촛불시위에서 정치사찰에 이르는 각종 현안들에 현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주요 현안을 돌파할 수 없는 다른 이유는 정부가 추진 하는 해결방안이 국회에서 좌절될 수 있다 는 점이다. 정당이 균질적인 단일의 정치세력이 아니라 서로 다른 DNA를 가진 이질적 정치세력들이 이해를 중심으로 공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정부에서는 친이와 친박의 대립 양상을 보여 온 한나라당내 정치역학 구도가 국정운영의 장애로 작용하였다. 인사를 둘러싼 논란 또한 정치적 가치를 공유한 응집력 있는 세력대신 단지 이해를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계된 집합체만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이명박 후보를 중심으로 한 각종 이해 집단이 서로 다른 연고를 통해 권력 중심부에 진출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인재 활용을 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건강한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지향하는 국정 어젠다를 지탱해 줄 정치세력이야말로 임기 중 대통령 리더십의 지속성과 진화를 위한 절대 조건이다. 이를 감안하면, 대통령직인수위에서는 정책보다 향후 5년의 통치를 지원할 수 있는 인적 기반 구축을 준비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초기 이미지 관리와 국정 소통이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출범 초기의 이미지 관리 실패가 역대 최고의 국민지지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가치는 “친서민 중도실용”이며, “사회적으로는 진보이면서 안보차원에서는 보수”라는 이른바 ‘개혁적 보수’의 성격을 가진다. 이러한 특성은 집권중반부에 제시된 이명박 대통령의 “좌든 우든 국민에게 도움이 되면 그 정책을 써야 한다”는 이념적으로 유연한 입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에게 친재벌, 강부자 정권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 것은 바로 초기의 이미지 관리 및 홍보의 실패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재벌 편향적이라는 비판에는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오해의 측면이 있다. 사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초기에 불어 닥친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수출과 대기업 중심의 위기극복전략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후 그로 인해 야기될 역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들을 강구하였다.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나 과감한 교육개방 같은 후속 정책의 추진이 좌절 된 것은 한나라당 발(發) 포퓰리즘에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안보 우 클릭, 복지 좌 클릭’의 기조를 가지고 있었지만 정치적인 뒷받침이 없어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특히 여당내부에서 제기되는 반대는 정책추진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중도개혁 정책이 저평가되거나 왜곡되는 것은 DNA를 공유하면서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전파하는 ‘사도 바울’의 역할을 해 줄 정치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통부족의 문제 또한 이러한 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정홍보에 대한 정치세력의 앰플리파이어(amplifiers) 기능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유리할 때는 말하고 불리할 때는 말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는 상황관리적 국정홍보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국정홍보와 이미지 관리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일방적 노력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학계, 시민단체, 언론 등 정치적 동조세력이 스피커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초기부터 ‘불통’의 이미지가 덧씌워 진 데는 동조세력의 지지동원이 부족했던 측면이 크다.

 

또 다른 문제는 5년 단임제 하에서는 국정운영 경험이 미숙해서 생기는 초기의 실수들을 시정해 나갈 수 있는 기회나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정운영의 경험이 국가사회적으로 재활용되는 메커니즘이 구축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청산과 단절이 반복되는 정권교체의 역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퇴행적 양태를 보이는 한국의 정당정치 상황에서 그와 같은 생산적 국정운영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처음에는 이념 투쟁에서 출발했지만 나중에는 “밥그릇싸움”과 “살육전”으로 전개되어 국가쇠락을 초래한 조선 당쟁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준비된 대통령과 건강한 정치세력을 함께 육성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의 대표적 덕목으로는 소통과 정치적 리더십이 강조되고 있다. 관리적 리더십이 강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러한 소통이나 정치적 역량이 다소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 카터 대통령의 재선 실패 경험에서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아무리 바른 방향의 정책이라 하더라도 정치적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제대로 평가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것이야말로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과 더불어 정치세력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해가 분화되고 이념 대결이 강화되고 이전투구의 “밥그릇 싸움”양상으로 전개되는 현재의 정당정치는 우리 사회의 중도세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자기이익 추구에만 매몰되어 정치적으로 퇴행함으로써 중도 유권자의 불만과 소외는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적절히 흡수해서 정치세력으로서 제도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장악하고 있던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중원’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효율적으로 정치세력화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의 안철수 현상 또한 이러한 중도 유권자의 정치적 소외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차기 18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중원을 차지하는 후보가 승리할 것이다. 그렇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를 뒷받침해 줄 효율적이고 강력한 정치세력이 없다면 국정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5년의 단임제 시스템에서 정치세력화의 기반을 갖추지 못한 취약한 대통령은-혹시 후대의 역사적 평가는 받을지 모르지만-임기 중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준비된 대통령 후보와 더불어 정치적 이념과 방향성을 공유하는 제대로 된 건강한 정치세력이 함께 육성되어야 한다.■

 

 


 

 

이동관 전 청와대 언론특별보좌관은 서울대 정치학 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동아일보에 입사하여 동경 특파원, 정치부 부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주로 한국정치와 남북관계 분야에서 활약 하였으며 한국기자상과 서울언론상 등을 수상하였다.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 대통령실 대변인,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 등을 차례로 역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홍보정무직으로 보좌하였다. 2011년 1월부터 12월까지 청와대 언론특별보좌관으로 재직하였다.

 

사회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학교 교수

 

참석자

강원택, 서울대학교 교수

윤성이, 경희대학교 교수

이곤수, EAI 거버넌스연구팀 팀장 

이내영, EAI 여론분석센터 소장, 고려대학교 교수

이재열, 서울대학교 교수

장용석, 연세대학교 교수

정원칠, EAI 여론분석센터 선임연구원

정한울, 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한규섭, 서울대학교 교수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민주주의 협력

대통령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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