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한국의 민주화 진전에 따른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2002년 대통령의 성공조건, 2007년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조건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민주화 이후 바람직한 대통령의 역할, 권한, 책임에 관한 제도화 방안을 강구해 왔다. 이제는 SN기술 확산에 따른 정치환경의 변화 속에 증대하는 정치참여와 소통 요구를 안정적 제도로 담아내려는 요구가 시급하다.

 

이에 EAI는 지난 정부들의 국정운영의 성과와 방식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정치환경에 부합하는 거버너빌리티(governability) 형성과 성공적인 대통령직 수행의 조건을 탐구하고자 ‘2013 대통령의 성공조건’을 기획하였다.

 

2012년 3월 22일에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김병준 교수(국민대)를 모시고 제2차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였다. 발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성공적인 대통령의 출발점은 충실한 인수위 활동에서 시작된다

 

대통령 당선자는 전 정부로부터 과거의 정책을 이어받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전 정부의 공과를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전 정부의 성공은 이어받고 실패는 실패대로 교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전 정부로부터 제대로 인수인계를 하지 않았다. 실패한 ‘아마추어 정부’라는 전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정책의 단절로 인한 막대한 비용을 소요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대북관계에서 과거 10년 동안 축적해 온 대북라인이 모두 붕괴됨으로써 대북정책의 중요한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 대통령직 인수의 성과에는 당선자의 마인드가 중요하지만 당선자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정권을 인수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집권은 했지만, 정작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출발은 인수위원회에서 전반적인 국정운영의 로드맵을 만들고, 이들이 실제 국정운영에 참여하여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수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인수위원회에는 주로 학자나 정치인들이 참여하게 된다. 학자들은 대체로 내부에서 보고서를 분석하는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인들은 인수위원직의 이점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하지만 정작 인수위 활동과정에서 정치인들은 정권출범 이후의 공직 로비에만 치중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인수위는 되도록 정책분석에 충실한 학자나 전문가로 대부분 충원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운영의 로드맵을 구축하라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보다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더 어렵다. 대통령의 권력은 역의 삼각형 같아서 국민의 큰 기대를 받고 있지만 이를 수행할 권력기반은 매우 좁다. 그래서 전체적인 국정 방향을 그려주는 로드맵이 매우 중요하다. 로드맵이 없으면 국정운영이 흔들리기 쉽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임기과정에서 수많은 비난과 공격을 받기 마련인데 로드맵이 없으면 그로 인해 국정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로드맵 설정과 함께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청와대 참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통령 취임초기에는 관료조직의 동조과잉으로 인해 대통령의 실제의지와는 다르게

 

국정 방향이 설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명확한 로드맵이 없고 관료조직이 대통령의 진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국정운영의 비효율성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가 청와대의 비서실과 정책실을 분리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비서실의 업무는 정책업무와 다르기 때문이다. 비서실장은 정치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적절하지만 정치인은 정책문제에 대한 전문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대통령의 정책의지가 왜곡되지 않고 국정운영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책역량을 보유한 정책실장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이다.

 

의사소통의 장애가 대통령직 실패의 원인이다

 

대통령직 수행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정보의 왜곡이다. 대통령의 지위와 권력 때문에 참모나 국무위원들이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태도 여하에 따라 정보왜곡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대통령이 강한 의견을 피력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특히 여론에 대한 전달이 왜곡되기 쉽다. 이러한 정보왜곡이야 말로 대통령의 실정을 초래하는 중대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의사전달 시스템의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관료조직에 대한 대통령의 의사가 명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직 공직자에 대한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관료사회는 장관의 지시보다 청와대의 의중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로 인해 국정운연의 혼선이 야기되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처책임주의나 부처자주권을 강화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관료조직에 대한 통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또한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손발인 관료조직을 제대로 통솔해야 한다. 관료조직의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는 부처에 따라 차이가 크다. 행정안전부 등 내무부처에 비해 경제부처는 자신의 판단력을 매우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부처와 달리 경제관료들은 관직 유지의 인센티브가 약하다. 고위 경제관료의 퇴직 후를 책임지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선후배로 구성되는 관료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대통령보다 자신들의 커뮤니티에 대한 충성도가 더 크게 작용한다. 또한 관료조직의 연공서열 문화와 부서간 인사이동을 막는 칸막이는 대통령의 효과적인 인사권 행사를 제약하는 한계이다. 따라서 관료조직의 충성심을 확보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요구된다. 이는 대통령이 관료조직을 좌지우지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해 관료조직이 국익을 위해 봉사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효율적인 인사를 위해 고위공무원단을 도입하여 개혁을 시작했지만 현 정부에서는 유명무실해 진 것 같다.

 

국정조정 시스템을 잘 운용하라

 

국정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직적 구조를 가진 단절적인 부처조직간의 협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국정조정의 시스템으로서 총리실의 기능은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즉 총리의 적정한 권한과 역할 범위를 설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외교와 국방 및 대통령 어젠다 중심으로 하고 현안과제는 총리실이 담당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그 동안 청와대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고 총리실로의 권한이양이 쉽지 않다. 참여정부 초기에 나타난 일련의 혼선으로 청와대의 정책실이 현안을 담당하게 되었다. 총리실의 역할은 누가 총리가 되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해찬 총리처럼 정책문제를 잘 알고 조정자의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할 경우에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대통령의 상징성이나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기 때문에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대통령이 현안과제에 관여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제도적 차원에서 총리를 집권여당에서 선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집권여당에서 총리를 선출하게 되면 대통령도 함부로 하지 못하고 여당의 국정책임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치현실에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태스크포스로서 유관부처를 관통하는 위원회 조직이 불가피하다. 위원회는 정책결정권이나 법안제출권이 없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조직이 될 수도 있으나, 관련부처 장관을 위원으로 둠으로써 실질적인 효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당정 관리와 여당의 국정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대통령 임기 중에 실시되는 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 보궐선거 등 각종 선거는 국정운영에 심각한 장애로 작용한다. 선거전 3개월과 선거후 1, 2개월은 선거이슈로 인해 당정간에 갈등이 발생한다. 대체로 높은 국정지지도를 보이는 취임 초기의 허니문시기가 지나면 대통령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그 결과 중간선거에서 대부분 여당이 열세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거가 다가오면 대통령은 여당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게 된다. 선거가 끝난 후에는 당정간 책임공방에 따른 갈등으로 인해 국정추진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야당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할 경우에는 여론의 비판을 받는다.

 

이런 점에서 정부와 여당간에 정책협의가 중요하다. 참여정부에서는 당정분리를 통해 대통령이 여당의 인사권이나 공천권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정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대통령 임기후반으로 갈수록 대통령의 권한은 급격히 약화되고 당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더 강력해 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이 정치적 이유로 대통령과 차별화하게 되면 책임있는 국정운영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당정분리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전제할 경우,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 책임있는 국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것이나 4년 중임제 등과 같은 권력체제 개편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정당의 입장에서는 정책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집권 후 국정의 큰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할 수 있는 정책역량이 필요한데 현재 우리 정당들은 이를 뒷받침 해주지 못한다. 대통령의 국정역량 제고와 여당의 국정 책임 강화를 위해서는 여당의 인물들이 청와대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정당에 정책역량이 있는 인물이 없기 때문에 관료출신들로 채워지게 된다. 그 결과 당정간 정책협의에 장애가 발생하기 쉽고, 여당은 국정운영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정당의 후진성이 국정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정당의 정책역량 부족이 서구 정당과 우리의 차이이다.

 

장기적 국가과제와 정권과제를 구분하라

 

우리사회의 양극화는 단순한 수치 이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참여정부에서 양극화를 공식적 국가의제로 설정하였지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였다. 양극화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복지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양극화는 결코 어떤 특정 정권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닌 시대적 과제이다. 대통령이 된 사람은 장기적인 국가과제와 임기 내 정권과제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자기 임기 내 큰 실적을 내겠다는 임기이기주의는 막대한 예산낭비와 정책실패를 가져올 위험이 크다.

 

대통령에게 무한 책임을 지우는 국민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정책결정자는 국민들이 잘 이해해 주겠거니 하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이익을 추구하며 자기가 원하는 방향과 다르면 반대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국민은 정책의도가 아닌 결과를 가지고 말한다. 그래서 공적 이익 추구를 위한 시스템이 중요하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는 기본적 관념에 입각하여 개별적인 이해관계가 공적 이익이나 공공성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김병준 교수는 델라웨어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경실련 지방자치특위원장을 지냈으며,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후보 정책자문단장을 맡았고,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청와대 정책실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현재 사단법인 사회디자인연구소 이사장, 공공경영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최근 <99%를 위한 대통령은 없다>(개마고원, 2012)을 발간하였다.

 

사회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학교 교수

 

참석자

강원택, 서울대학교 교수

윤성이, 경희대학교 교수

이곤수, EAI 거버넌스연구팀 팀장

이내영, EAI 여론분석센터 소장, 고려대학교 교수

이재열, 서울대학교 교수

장용석, 연세대학교 교수

정원칠, EAI 여론분석센터 선임연구원

정한울, 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한규섭, 서울대학교 교수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민주주의 협력

대통령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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