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권보람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약화시키고 고립주의를 자초했다는 일각의 비판과 달리, 국가 주권과 국익을 중시하는 보수적 민족주의와 국제주의를 결합한 외교 정책을 전개했다는 시각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트럼프가 재선되는 경우 동맹 압박 전술이 재현될 우려가 있으나, 공화당 의원 다수가 동맹에 대한 안보 공약을 지지하고 있어 정책적 유연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아울러 최근 공화당에서 대중국 대응을 위한 아시아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그룹이 등장함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외교 전략 방향 변화에 좌우되기보다는 일관적 전략 지향성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Ⅰ. 왜 여전히 트럼프인가? 공화당은 트럼프의 당인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세 번 연속으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사람이다. 비록 아웃사이더로 정치생활을 시작해 얼떨결에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지만, 사업가 기질을 바탕으로 그만큼 탁월한 정치인으로 거듭난 인물도 드물다. 트럼피즘(Trumpism)은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이제 공화당의 이념으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 개인의 소신과 카리스마도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미국내 정치경제적, 문화적 변화를 간파해 인종과 이민 문제, 무역 정책과 대중국 정책 등 국내정치 이슈와 외교정책을 긴밀하게 연계시키는 성공적인 선거 전략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왜 공화당은 여전히 트럼프인지는 크게 놀랍지 않다. 그 답은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부터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지지 극우파들이 바이든(Joe Biden)의 대선 승리 인증을 저지하기 위해 벌였던 의회 난입 사태에 이르는 과정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2003년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공화당 지지자 대부분이 찬성했을 때, 트럼프는 과감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이력이 있다. 이 전쟁의 실패를 계기로 부시 공화당원들의 신뢰가 회복할 수 없을 만큼의 타격을 입었다면, 공화당 주류를 상대로 정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트럼프의 입지는 견고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로부터 20년 후, 워싱턴포스트와 메릴랜드 대학이 2023년 12월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와 의회 난입 사태에 가담한 사람들에게 동조하는 여론이 더 커져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전에 비해 상당히 완화되었다. 반면,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의 당선이 합법적이었다고 보는 응답자 수는 줄어들었다(The Washington Post 2024-01-02). 오히려 연방수사국(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FBI)에 의해 의회 난입 사태가 조작되었다는 인식이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될 정도로 사실이 왜곡되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가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정서가 공화당 내에서 탄력을 받고 있다. 트럼프를 소위 “억압한” 행위자에는 민주당뿐 아니라 언론, 사법제도, 엘리트, 그리고 심지어 트럼프 내각에 있었던 주류 공화당원들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의회 난입 사태에 가담한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강행하면서 트럼프는 주기적으로 뉴스에 소환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리고 그는 선거 결과를 불법적으로 조작하려고 한 사람이 아닌, 억압받은 자들을 위해 투쟁하는 챔피언으로 거듭났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면서 공화당에서 더 이상 트럼프의 역할은 없다는 평가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 시기 플로리다 주지사인 디샌티스(Ron DeSantis)는 트럼프와 정책적 방향성은 유사하면서도 통치 능력이 있고 성격이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떠오르는 공화당 대표 주자로 조명받기 시작했다(Dueck 2023). 그러나 예상과 달리 경선 과정 내내 디샌티스의 지지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그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채 패배를 인정하고 선거운동을 접어야 했다. 트럼프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도 있었지만, 그 시기 진행된 트럼프 개인에 대한 사법조사가 연일 뉴스에 보도되면서 그가 누린 홍보 및 동정 효과가 동력을 회복하는 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다(Harb 2023).

 

그렇다면 2024년 5월 현재 공화당은 트럼프의 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는 상대에게 질문을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 “당신은 트럼프를 공화당 대표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묻는다면, 공화당 지지자의 상당수는 긍정적으로 대답할 것이다.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 엘리트나 후원자들과 크고 작은 갈등을 빚고 있지만, 당을 결집시킬 수 있는 대표로서는 여전히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상대에게 특정 정책 이슈에 대한 트럼프 지지 여부를 묻는다면 답이 꼭 긍정적이라는 보장이 없다. 트럼프는 자신의 탄핵에 찬성했던 공화당원에 대한 보복은 철저히 했으나, 상하원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고려해 정책에 이견을 표출한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둘러싼 공화당 내 이례적 분열은 이 점을 뒷받침한다.

 

지난 2024년 4월 20일, 우크라이나 지원 내용이 담긴 950억 달러 규모의 안보 지원 패키지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고, 이어 23일에 상원을 통과해 24일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다. 이미 2024년 2월 상원에서 패키지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의원들이 대외 원조보다는 남부 국경 안보 등 국내 문제를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표결이 지연되었다. 트럼프 충성파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하원의장이 일부 내용을 수정하고 4개의 개별 법안으로 분리해 처리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는데,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이 법안을 표결에 부친 점, 마라라고를 방문해 트럼프와 만나 관여하지 않도록 조치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미치 매코넬(Mitch McConnell)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 표결에 앞서 미 의회가 어떻게 행동할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무기 지원이 지연됨으로써 러시아를 굴복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위축되었다. 머뭇거림과 망설임은 우리가 직면한 도전을 악화시켰다”고 역설했다(Kight 2024).

 

이번에 전격적으로 통과된 개별 법안을 요약하자면 첫째는 우크라이나에 약 608억 달러 규모의 군사 · 경제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이었고, 둘째는 하마스와 싸우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과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아우르는 약 264억 달러 규모의 지원 내용을 담고 있었다. 셋째는 대만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동맹국의 안보 강화를 돕기 위해 81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었고, 넷째는 틱톡을 강제 매각하는 내용이었다. 네 가지 법안 모두에 끝까지 반대한 공화당 의원은 14명이었고, 이스라엘 지원은 지지하면서 대만과 우크라이나 지원은 반대한 의원은 17명이었다. 흥미롭게도 하원에서 311 대 112, 상원에서 79 대 18로 우크라이나 안보 법안이 대다수의 지지를 얻어서 통과되었음에도, 극소수의 공화당 의원이 법안을 표결에 부치지 못하도록 시간을 끌면서 철새처럼 입장을 바꾸었다. 일례로 앞선 2월 상원 표결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찬성했던 공화당 의원 중 5명은 4월에 반대로 돌아섰다. 게다가 하원 공화당 의원 16명은 자신의 지역구에 방위산업 일자리가 생기는데도 반대표를 행사했고, 상원 공화당 의원 15명도 마찬가지로 지역구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반대표를 던졌다(Thiessen 2024).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한 공화당 의원 중에는 정치적 소신 때문에 법안의 내용을 인정하지 못한 부류도 있겠으나, 정치적 양극화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바이든을 결코 도울 수 없어서 반대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Ⅱ. 공화당의 외교정책 전통과 트럼프 독트린

 

그동안 트럼프의 외교정책 전략 혹은 독트린을 설명하려는 학계와 언론사의 시도는 많았다. 다가오는 6월 27일 미 대선 후보 토론이 확정된 현 시점에서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한 콜린 듀엑(Colin Dueck)의 저서, 『철의 시대(Age of Iron)』의 핵심 내용을 짚어보겠다.[1] 그에 따르면, 트럼프가 2016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래 미국이 규칙에 기반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는 오래된 미국 외교 정책 전통과 전략을 잘못 이해한 데서 내린 평가이다. 냉전 이후 경제적 도전과 국가주권 차원의 도전, 지정학적 도전으로 인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한계가 예고되었으며, 미국은 건국 이래 국가주권과 경제적 이익, 안보 부담 분담(burden sharing)을 강조하는 보수적 민족주의(conservative nationalism) 성격이 지속적으로 강했다. 보수적 민족주의는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보수적 개입주의(conservative interventionist)로서 랏지(Henry Cabot Lodge) 상원의원이 주도한 공화당 외교정책 전통으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반공주의 및 국방력 강화를 기조로 하는 공화당 주류 기조이다. 오늘날 공화당에서 이 유형에 해당하는 사람은 미치 맥코넬 상원의원, 니키 헤일리(Nikki Haley)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및 주유엔대사,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장관을 역임한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와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H. R. 맥마스터(H. R. McMaster)가 있다.

 

둘째는 보수적 비개입주의(conservative non-interventionist)로서 라폴렛(Robert M. La Follette) 상원의원이 주도했다. 경제 · 사회 ·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특히 대외적으로 평화와 군축, 불개입을 주창했다. 오래도록 변방의 목소리로 치부되었지만 미국의 이라크 전쟁 실패 이후에 복원된 측면이 있다. 이 유형의 인물로는 텍사스 주 하원의원이었던 론 폴(Ron Paul)의 아들, 랜드 폴(Rand Paul) 상원의원이 대표적이다.

 

셋째는 강경한 일방주의(conservative hardline or hawkish unilateralist)로서 보라(William Borah) 상원의원이 주도했다. 잭슨주의(Jacksonianism)라고도 불리는 이 유형은 미국이 합당하게 누려야 할 지위와 체면을 중시하면서 국방력 강화를 옹호하지만 적극적 관여가 아닌 선택적 개입을 요구한다. 티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의 이념과 궤를 같이 하며 여기에 동조하는 인물로는 J. D. 밴스(J. D. Vance) 상원의원, 짐 조던(Jim Jordan) 하원의원, 마크 메도스(Mark Meadows) 전 하원의원과 같이 극우적 색채가 짙은 하원 프리덤 코커스 계파(House Freedom Caucus) 멤버가 있다.

 

트럼프는 이 세 가지 중 어디에 속할까? 그는 민족주의자인 동시에 국제주의자이고, 이 결정은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I’m a nationalist and a globalist. I’m both. And I’m the only one who makes the decision.”) (Nicholas et al. 2017). 듀엑은 이런 트럼프가 고립주의자는 결코 아니라고 강조한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국제 공약을 모두 철회하는 것과 트럼프처럼 기존 워싱턴의 외교정책을 미국의 실익을 위해 재조정하고 재협상해 나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곧,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보수적 민족주의와 국제주의적 요소를 모두 담고 있는 하이브리드 형태이고, 공화당의 변천을 보면 과거가 그러했듯,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듀엑은 트럼프 독트린을 네 가지 압박 캠페인(pressure campaign)으로 요약했는데, 미국이 안보와 경제 이슈 각각에 대해 적국과 동맹국 구분 없이 압박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첫째, 안보 이슈에 대한 적국 압박은 북한에 최대 압박을 유지하면서 대화를 시도한 예가 있다. 둘째, 안보 이슈에 대한 동맹국 압박은 유럽 국가, 특히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나토 회원국에 우선적으로 적용되었고, 한국은 그 다음 대상이었다. 셋째, 경제 이슈에 대한 적국 압박은 대중국 정책에서 가장 확실하게 적용되었다. 넷째, 경제 이슈에 대한 동맹국 압박의 사례는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에 대한 관세 부과이다. 듀엑은 앞선 첫 세 가지 압박 캠페인은 합당한 측면이 있으나 마지막 경제 이슈에 대한 동맹국 압박은 전략적 이익이 없다고 평가하고, 대중국 견제 공동 전선 형성을 위해 네 번째 캠페인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관세라는 수단에 집착하기보다 양보를 얻어내는 목표에 집중하고, 관세 외 수단도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한 높은 관세를 부과한 상황에서 트럼프 독트린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다.

 

Ⅲ. 2024년 미 대선, 공화당의 미래와 한반도 안보

 

공화당의 이념 및 정체성을 결정하는 요인 중 외교정책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트럼프는 2015년 경선에서 공화당 내 외교정책 분야를 아우르는 새로운 균열선을 노출시켜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고 2016년에 당선된 이력이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문제는 트럼프 1기 때 시연된 민족주의와 국제주의의 하이브리드 혹은 균형적 조합이 트럼프 2기에도 지속될 것인가이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보수적 민족주의로 불리는 외교정책 전통이 다시금 조명받게 될 것이고 이 혼합된 전통의 연속성을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트럼프의 존재감은 소셜미디어와 뉴스 보도를 통해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그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또 당선되지 않는 이상 서서히 영향력을 잃어갈 것이다. 대신 니키 헤일리와 론 디샌티스, J. D. 밴스와 같이 국제주의적 시각부터 고립주의 시각까지 망라하는 공화당원 간 경쟁과 경합이 격렬하게 이루어져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양산될 것이다.

 

트럼프가 동맹에 갖고 있는 부정적 인식과 예측 불가한 언행, 압박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선제적 압박 강화(escalate to de-escalate) 전술 모두 트럼프 1기 때의 압박 캠페인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만들었다. 다만 앞서 살펴본 의회 내 우크라이나 지원 사례에서 본 것처럼, 세부 동맹 정책에 대한 공화당의 유연성은 기대해 볼 수 있겠다.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동맹을 자산이 아닌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어도 공화당 의원 다수는 나토와 동아시아 동맹에 대한 안보 공약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동맹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국제주의 전통의 공화당원과 선택적으로 지지하면 된다는 강경한 일방주의 전통의 공화당원, 동맹국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게 자립시켜야 한다는 고립주의 전통의 공화당원 외에도 지역적 우선순위를 강조하는 한 가지 유형이 더 등장했다. 소위 대중국 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되 아시아 우선주의(Asia First)를 따라야 한다는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 전임 국방부 부차관보, 조시 홀리(Josh Hawley) 상원의원과 같은 사람들이다(Colby and Maestro 2022). 미국이 중국의 전방위적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에 군사적, 전략적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유럽 동맹국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반면 아시아 동맹국은 다소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유럽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옹호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은 러시아를 억제하는 목표가 중국의 부상을 지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Grygiel 2024). 적어도 전통적 국제주의자 맥코널, 콜비, 홀리와 같은 아시아 우선주의자 공화당원들이 동아시아 개입과 방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공화당 내 거대다수(supermajority)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아시아에 집중하는 만큼, 아시아 동맹국 스스로의 방어에 더 투자하고 대중국 견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 또한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한국이 부담하는 분담금 총액을 늘리라는 압박과 함께, 주한미군 주둔 비용 외 연합군사훈련 및 연습 비용, 확장억제 비용 등을 더 전가하려는 요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국 견제 동참과 관련해서 워싱턴은 중국의 공세적 행동에 대한 외교적 비판과 함께 더욱 공세적인 연합군사훈련과 무기체계 도입과 운용, 한미일 안보 협력 추가 확대 및 미사일 방어체계 통합 등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희일비하지 않는 한국 정부의 일관적인 전략적 방향 설정과 대비이다. 트럼프 1기에서는 강대국 간 경쟁(great power competition)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대전략과 트럼프 독트린이 주문하는 보수적 민족주의적 대외정책 간 간극이 있었다(Wright 2018). 결과적으로 전자로 수렴되었지만, 강대국 러시아와의 경쟁을 거부하고 북한에 적극 관여함으로써 트럼프의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대국 세계관과 정면으로 충돌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승리하고 2기 행정부에 제임스 매티스(James Mattis) 국방장관이나 H. R.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어른”이 부재한 상태라면 이 간극이 민족주의 쪽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한반도 안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트럼프는 “힘을 통한 평화” 구호 아래 오직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공격에 관심을 갖고 2017년 예방적 공격을 고려했다. 그대로라면 북한과의 핵동결 혹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 시험 중단-제재 완화(freeze-for-relief)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중러, 러북, 중러북 관계가 긴밀해지는 가운데, 대만 해협과 한반도에 동시 분쟁이라도 발생한다면 한국은 미국이 대만에 묶여 있는 사이 북한의 공격을 스스로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공약은 언제까지나 “확장된(extended)” 공약이기 때문에 한미 간 긴밀한 동맹 협력이 긴요하다. 핵무기 확산 위험에 대해 트럼프도 잘 이해하고 있지만, 미국이 갈수록 민족주의적으로 변하고 동맹에게 더 많은 안보 부담을 분담시키는 기조가 유지된다면, 한국 리더십의 요구에 따라 한국의 자체 핵무장, 최소한 핵개발 잠재력 확보 정도는 용인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참고 문헌

 

Colby, Elbridge, and Oriana Skylar Mastro. 2022. “Ukraine Is a Distraction From Taiwan.” Wall Street Journal. February 13. https://www.wsj.com/articles/ukraine-is-a-distraction-from-taiwan-russia-china-nato-global-powers-military-invasion-jinping-biden-putin-europe-11644781247 (검색일: 2024년 5월 20일)

 

Dueck, Colin. 2019. Age of Iron: On Conservative Nationalism. Oxford University Press.

 

______. 2023a. “The DeSantis Doctrine At Home.” The National Interest. February 8. https://nationalinterest.org/feature/desantis-doctrine-home-206193 (검색일: 2024년 5월 20일)

 

______. 2023b. “The DeSantis Doctrine Abroad.” The National Interest. February 9. https://nationalinterest.org/feature/desantis-doctrine-abroad-206198 (검색일: 2024년 5월 20일)

 

Grygiel, Jakub. 2021. “Deter Russia in Ukraine and Avoid a Sino-Russian Dual Alliance.” The National Interest. April 16. https://nationalinterest.org/feature/deter-russia-ukraine-and-avoid-sino-russian-dual-alliance-182898 (검색일: 2024년 5월 20일)

 

Harb, Ali. 2023. “Donald Trump stumbled in 2022. How is he leading the 2024 race?” Al Jazeera. December 27. https://www.aljazeera.com/features/2023/12/27/donald-trump-stumbled-in-2022-how-is-he-leading-the-2024-race (검색일: 2024년 5월 20일)

 

Kight, Stef W. 2024. “McConnell blasts “dithering and hesitation” on Ukraine aid.” Axios. April 23. https://www.axios.com/2024/04/23/mcconnell-ukraine-aid-senate-vote (검색일: 2024년 5월 20일)

 

Nicholas, Peter, Paul Vieira, and José de Córdoba. 2017. “Why Donald Trump Decided to Back Off Nafta Threat.” Wall Street Journal. April 27. https://www.wsj.com/articles/trump-says-nafta-partners-persuaded-him-to-keep-u-s-in-trade-pact-1493320127 (검색일: 2024년 5월 20일)

 

The Washington Post. 2024. “Dec. 14-18, 2023, Washington Post-University of Maryland poll.” January 2. https://www.washingtonpost.com/tablet/2024/01/01/dec-14-18-2023-washington-post-university-maryland-poll/ (검색일: 2024년 5월 20일)

 

Theissen, Marc A. 2024. “These politicians voted against their states’ best interests on Ukraine aid.” The Washington Post. April 25. https://www.washingtonpost.com/opinions/2024/04/25/senators-house-members-opposed-ukraine-aid/ (검색일: 2024년 5월 20일)

 

Wright, Thomas. 2018. “Trump Wants Little to Do With His Own Foreign Policy.” The Atlantic. January 31. https://www.theatlantic.com/international/archive/2018/01/trump-foreign-policy-russia-china-nato-mcmaster-tillerson-mattis/552002/ (검색일: 2024년 5월 20일)

 


 

[1] 지난 5월 16일 화상면담을 통해 책 내용 중 수정하거나 업그레이드할 부분은 없는지 물어봤을 때, 듀엑 교수는 부분적 업그레이드는 필요하고 중요하나 핵심 주장은 변함이 없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권보람_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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