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노재팬’ 열기 식으며 웃는 日맥주…3년 만에 수입량 6배 증가

  • 2023-04-26
  • 윤정훈 기자 (이데일리)

1Q 日맥주 수입량 8422t, 수입금액 663만달러…전년比 174%, 149%↑
아사히 판매량 10위권 진입
이마트 4월 아사히 판매량 전월比 15% 증가
유니클로 매출도 급반등…日위스키ㆍ콘텐츠도 인기
업계 "역사문제, 소비생활 분리하는 젊은층 심리 반영한 듯"

불매운동 여파로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던 일본 맥주가 다시 돌아왔다. 포켓몬, 슬램덩크 등 일본 콘텐츠가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과거보다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日 맥주 수입량 2배 이상 증가

26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 맥주 수입량은 8422t, 수입금액은 663만달러(88억원)로 전년대비 각각 174%와 149% 신장했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인 ‘노재팬’이 한창이던 2020년 1분기와 비교하면 수입량은 581%, 금액은 538%나 증가한 수치다. 아사히, 기린, 삿포로 등 일본 대표 맥주의 국내 판매가 그만큼 회복됐다는 뜻이다.

과거 국내 수입맥주 부동의 1위였던 아사히 맥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 4년 만에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아사히를 수입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4년 만에 신제품 ‘아사히 슈퍼 드라이 나마조키캔(생맥주캔)’을 출시한다. 마치 생맥주를 마시는 느낌을 주는 신제품으로 일본에서는 2021년 출시돼 큰 히트를 했다. 롯데아사히주류 관계자는 “일본 출시 이후에 한국에서도 소비자 수요가 커서 다음달 1일 출시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제품 출시로 지난 3년간 불매 여파로 부침을 겪었던 롯데아사히주류의 실적 상승도 점쳐진다. 롯데아사히주류는 2018년 매출액이 1248억원에 달했으나, 노재팬 운동이 시작된 2019년에는 623억원, 2021년에는 17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작년에는 노재팬 열기가 사그라들면서 매출액이 322억원으로 반등하고 영업이익도 흑자전환했다.

아사히 맥주는 편의점 판매 순위에서도 10위권 밖이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순위권에 진입하는 모양새다. 실제 A편의점에서 일본맥주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70% 늘었다. 이마트(139480) 등 대형마트에서도 판매량이 신장하고 있다. 아사히 맥주는 지난 1일부터 25일까지 이마트에서 1만6800원에 판매한 ‘아사히 슈퍼드라이 8캔+미니폴딩스툴’ 패키지가 대박을 치면서 전월 대비 판매량이 15% 신장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일본 총리를 만나서 에비스 맥주를 마실 만큼 한일관계가 가까워진 것은 일본 브랜드에 긍정적”이라며 “맥주 성수기인 여름이 다가오면서 일본 맥주회사가 판매량 증진을 위한 마케팅에 시동을 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재팬 직격탄 ‘유니클로’도 회복세

노재팬으로 타격을 받았던 일본 패션기업인 유니클로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니클로의 2022년 회계연도(2021년 9~2022년 8월) 영업이익은 11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신장했다. 올해 실적 전망은 더 밝다.

최근 2023년 반기 실적을 발표한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은 “한국 시장은 높은 매출액과 이익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일본 콘텐츠도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봉 7주차에 492만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다. 글로벌 관람객수(3000만명)의 16%가 한국 관객인 셈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452만명이 관람했다.

일본 위스키인 산토리와 히비키, 사케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될만큼 인기다. 하이볼은 젊은층의 ‘최애 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의 민간 싱크탱크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비영리 싱크탱크 겐론NPO가 작년 9월 발표한 발표한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에서도 일본에 대한 호감이 2020년 12.3%에서 2022년 30.6%로 큰 폭으로 뛰었다. 비호감은 71.6%에서 52.8%로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2030세대는 역사 문제와 소비 생활을 분리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일본 주류, 패션,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