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심각한 미·중 갈등땐..."中지지할 것" 2% "美지지할 것" 41% [한ㆍ중 수교 30년]

  • 2022-08-21
  • 강태화 기자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오는 24일 한·중 수교 30년을 맞아 국민 의식을 알아보고 그간의 양국 관계를 진단하며 미래 30년을 생각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국민의 대중(對中)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선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손열 연세대 교수)과 면접조사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EAI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7월 21일~8월 8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28명을 상대로 심층 대면 면접조사(PI)를 진행했습니다(최대허용 표집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로, 표집은 성별·연령별·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

 

중국이 가까운 미래에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을 놓고 ‘그렇다’는 전망과 ‘그렇지 않다’는 전망이 팽팽하게 나왔다. 그럼에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중국을 지지해야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대부분은 ‘미국 지지’ 또는 ‘중립’으로 양분됐다.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면서도, 중국 주도의 국제질서 재편에 대해선 불안감과 견제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대면 면접조사에서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적 리더 국가가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48.2%가 ‘그렇다’고 답했다.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응답은 3.7%, 대체로 그렇다는 응답은 44.5%였다.

중국에 대한 시각은 세대별로 차이가 났다. 10대(18~19세) 응답자 가운데 중국의 미국 추월 가능성을 전망한 비율은 28.6%였지만, 60세 이상에선 50.5%에 달했다. 60세 이상에선 오히려 ‘미국 승리’를 전망한 비율(49.5%)이 더 낮다. 나이 든 세대일수록 중국의 부상을 더 진지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의 급부상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회의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AI의 2015년 조사에선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거란 응답이 73.4%에 달했지만, 이러한 평가는 7년만에 48.2%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의 미국 추월 가능성을 낮게 본 응답 비율은 거의 2배(26.6%→51.8%)가 됐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21일 “최근 몇년 사이 미ㆍ중 간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과거 막연하게 전망했던 경제 등 하드파워적 측면의 패권 경쟁의 양상을 더 현실적 근거에서 미국의 우세 쪽으로 평가하게 된 측면이 있다”며 “정서와 체제 등 소프트파워 측면에서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문제로 불거진 경제 보복 등을 직접 경험하면서 중국이 패권국이 되는데 대한 반감과 견제심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손 원장의 진단처럼 상당수 응답자들은 중국의 부상을 기회가 아닌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을 위협 요인으로 바라보는 입장은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의 부상이 한국의 경제ㆍ안보에 어떻게 작용할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9.3%가 ‘기회’라고 답했고, 이보다 4배 가까이 많은 75.4%가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2019년ㆍ2021년 조사와 비교하면 중국을 위협으로 평가한 비율은 66.9%→69.2%→75.4%로 급격히 늘었고, 기회라고 본 응답은 22.6%→21.9%→19.3%로 줄었다.

 

이같은 대중 불안감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응답에서도 나타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할 경우 누구를 지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미국을 지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41.2%였고, 56.7%는 미ㆍ중 간의 일방을 선택하는 방식이 아닌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국을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1%에 불과했다. 즉 중국의 부상 가능성을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예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략적 판단은 ‘미국 또는 중국 중 양자선택’보다는 ‘미국 또는 중립의 양자선택’에 가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과 최상의 외교관계를 유지했던 시기로 평가받는 2015년 조사 때도 유사한 경향성을 보였다.

 

당시 조사에서는 26.1%가 미국을, 2.9%가 중국을 지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밀착’으로 불릴 정도로 중국과의 관계가 가까웠지만, 응답자의 71%는 중국이 아닌 중립을 택했다. 2016년 ‘사드 보복’ 이후부터 미국을 택한 비율이 꾸준히 증가했고, 중국을 택한 응답은 0.9%(2018년)까지 줄어든 적도 있다.

 

남궁영 한국외대 교수는 “긍정적으로 본다면 미ㆍ중 패권대결의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합리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번 조사에선 한ㆍ미 동맹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재확인됐다.

 

‘강력한 한ㆍ미 동맹의 필요성’에 대해선 86.1%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한ㆍ미 동맹이 없다면 더 많은 국방비를 써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66.1%가 동의했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3.9%였다.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20년 조사에선 동의(49.8%)와 미동의(50.2%)가 뒤바뀌었던 것을 제외하면 한ㆍ미 동맹의 효용성에 대한 인식도 대체로 확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단 ‘한ㆍ미 동맹으로 국익과 무관한 아시아 지역의 분쟁에 휩쓸릴 수 있다’는 항목에 대해선 62.5%가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중과 대만간 양안 갈등이 커지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만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8년에 51.6%에 그쳤던 해당 항목의 동의 비율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획취재팀=강태화·정영교·정진우·박현주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