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관계 개선 나선 한일, 朴정부 위안부 합의로 회귀할까

  • 2022-07-20
  • 파이낸셜 뉴스 (박대로 기자)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법으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간 합의를 꺼내들었다. 당시 합의가 피해자 반발 등으로 사실상 파기됐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9일 일본 현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위안부 합의는 기시다 총리께서 외무대신 시절 합의한 내용이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문제"라며 "저의 입장은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공식 합의로 존중해 그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경청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법으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공식적으로 제시한 셈이 됐다.

 

그러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이후 전개 과정은 어땠을까.

 

2015년 12월28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현 일본 총리(당시 외무상)는 공동 기자 회견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를 발표하고 그 발표 내용을 양국 외교부·외무성 누리집에 올렸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아베 내각 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 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도 본 문제에 진지하게 임해 왔으며 그러한 경험에 기초해 이번에 일본 정부의 예산에 의해 모든 전(前) 위안부 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를 강구한다"며 "구체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전 위안부 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고 일한 양국 정부가 협력해 모든 전 위안부 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 한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정부는 이상을 표명함과 함께 이상 말씀드린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동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며 "또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하는 것을 자제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앞서 말씀드린 예산 조치에 대해서는 대략 10억 엔 정도를 상정하고 있다"며 "이상 말씀드린 것은 일·한 양 정상의 지시에 따라 협의를 진행해 온 결과이며 이로 인해 일한관계가 신시대에 돌입하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당시 윤 장관은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표명과 이번 발표에 이르기까지의 조치를 평가하고 일본 정부가 앞서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실시하는 조치에 협력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합의는 의미 있는 노력이나 성과 없이 사실상 방치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도 반발했다. 정부 간 외교 교섭을 통한 합의에 피해자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합의의 의미가 퇴색했다.

 

일본 정부 역시 합의 내용보다는 합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점만 부각시켰다. 일본 측은 또 위안부 피해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이미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화해·치유 재단 해산 후 약 56억원과 여성가족부에 예치된 103억원을 어떻게 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문재인 정부는 이 합의에 대한 내부적 검토를 했고 2017년 11월 화해 치유 재단을 해산하겠다고 공식 발표함으로써 합의는 사실상 파기됐다.

 

문재인 정부 외교정책 전반을 뒤집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이번에 한일 위안부 합의까지 되살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2015년 합의를 인정하는 게 위안부 문제 해법이라고 조언해왔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은 `대일정책: 백년대계의 장기적 안목으로 한일관계 재건축`이라는 글에서 "차기 정부의 해법은 비교적 분명하다"며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공식 합의로 존중하고 이를 토대로 해서 보완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정책 과제`라는 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2015년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이면서 화해치유재단의 기능을 살림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2015년 합의에는 여러 결함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조약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면서 법적 성격에 관한 논란이 이어져왔다.

 

법적 구속력도 불분명하다. 2015년 합의에는 `해야 한다`와 같이 의무를 명시하는 어미가 사용되지 않았다. 의무 불이행 시 법적 책임이 발생한다는 조항이 없다. 나아가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인지 아니면 도의적 책임만을 인정한 것인지 역시 불분명하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 관점에서 본 2015 한일 외교장관 합의` 논문에서 "2015 합의는 그 애매성 때문에 대다수의 한국인 피해자들에 의해 거부된 1995년의 `아시아 여성기금`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방식이며 오히려 더 후퇴한 것이기도 하다"며 "10억엔을 얹는 것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지난 20년의 세월 동안 정의로운 해결을 외쳐온 피해자들에 대한 오만한 폭력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혜원 이화여대 법학연구소 국제인권법연구센터 연구원은 `2015 위안부 합의를 통해 바라본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국제법적 의미` 논문에서 "위안부 합의는 문제의 해결을 가져오는 것이 결코 아니며 오히려 양국 정부 간에 문제를 정치적으로 처리해 봉쇄해 버릴 것을 목적으로 한 종결시키는 합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2015년 합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합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민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한일 간 위안부 합의의 법적 쟁점과 개선과제` 논문에서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조선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여성들을 강압에 의해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성노예화한 행위에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이 전문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조사관은 또 "진정한 반성과 참회의 토대 위에서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조속히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의무에 관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동시에 일본군 위안부와 같은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내용을 역사교과서에 충분히 기술하고 올바른 역사교육을 시행할 의무에 관한 규정도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