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부동산 실정에 `86세대` 등돌려…민주, 실용정당 거듭나야"

  • 2022-03-28
  • 이지용 기자 (매일경제)

보수·진보 대선 이후 어디로…전문가 진단

 

진보 대변 `86세대` 일부 이탈

이념 버리고 실용노선 갈아타

중도층 못잡으면 지지기반 위태

 

0.7%P 역대 최소 표차 의미는

보수 진영도 지켜보겠다는 것

尹, 부동산 해결능력 보여줘야

 


 

◆ 달라진 대선 표심 ③ ◆

 

△지난 24일 매일경제·동아시아연구원(EAI)이 서울 중구 을지로4가 삼풍빌딩에서 개최한 `대선 표심 정밀 분석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담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 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한나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 [이충우 기자]

 

지난 3·9 대선은 진보 진영의 '20년 집권론'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목표였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180석 거대 여당이 불과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정권 심판 대상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뒤 진보 정치의 주축이었던 '86세대'는 쇄신이냐 쇠퇴냐의 기로에 섰다. 이긴 쪽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0.7%포인트라는 역대 최소 표차는 국민이 상황에 따라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회색지대'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 새 정부에 온전히 힘을 실어주기보다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게 진짜 민심이라는 얘기다.

 

매일경제가 동아시아연구원(EAI)·한국리서치와 공동 기획한 'EAI 대선 패널 2차 조사'와 유권자 정밀 표심 분석에 참여했던 강원택 서울대 교수,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 김한나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 등이 한국 보수·진보 정치 세력이 대선 이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토론했다. 토론 진행은 손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이 맡았다.

 

―20년 집권론을 말했던 진보 진영이 대선에서 패한 이유는.

 

▷정한울 전문위원=2018년 총선 때 50% 넘게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치솟았는데 대선 과정에서 30%대로 빠졌다. 이탈층을 분석해보니 세대로는 2030, 지역적으로는 경기·인천, 이념적으로는 중도보수가 많았다. 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였다. 대장동 특혜 등 이슈는 민주당 지지층을 이탈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민주당 지지로 잔류한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영향도 있어 희석됐다고 본다.

 

―민주당 지지층 이탈이 일어난 것치고는 표차가 크지 않았다.

 

▷정 전문위원=여론조사 공개가 금지된 막판 '깜깜이 유세' 일주일 동안 민주당의 결집 효과가 컸다. 민주당의 이대녀 공략 등 소위 '밭갈이'가 통한 반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 극단적 보수층을 겨냥한 이념적 강경 발언이 많았다. 이념적 캠페인 동원에 반발한 4050층에서 거부감이 커졌는데, 나중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본투표율을 공개하면 40대 투표율이 눈에 띄게 높게 나왔을 것 같다.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유권자들의 정치 이념 변화 특징은.

 

▷강원택 교수='586'의 색깔이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유권자 이념 성향을 분석해보니 가장 진보 성격이 강한 진보층은 1970년대생, 1980년대생, 1960년대생 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평가 여론조사에서도 1970년대생이 가장 후한 점수를 줘 1등, 1980년대생이 2등, 1960년대생이 3등이다. 그런데 사안별로 보면 1960년대생은 대북 문제 등에 있어서는 여전히 진보적 색깔이 강하지만 부동산·복지 등 생활 관련 이슈에 있어선 보수성이 커지고 있다.

 

―진보를 대변하던 '86세대'가 흔들리고 있다는 건가.

 

▷강 교수=86 대표 주자인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최근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거대 담론의 시대는 갔다"고 말하지 않았나. 이번 선거에 이어 오는 6월 지방선거, 2년 뒤 총선에서도 과거 운동권 중심의 586세대를 겨냥한 정치 캠페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본다. 그간 민주당을 규정한 건 김대중·노무현이었는데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등극으로 진보 진영도 실용 노선으로 갈아탄 것이다. 다만 진보 세력이 보수와 차별화 전략 차원에서 '이재명의 지향 가치가 뭐냐'는 질문엔 여전히 명확한 답이 안 보인다. 진보가 대체 가능한 핵심 가치를 찾지 못하면 현재 지지 기반이 위태롭고 2년 뒤 총선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진보의 위기가 보수에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이재묵 교수=전혀 아니다. 특히 윤 당선인 개인 역량으로 보자면 초반에 정권 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 나선 엄청난 인기도에 비해 유세 기간 중에는 실언, 가족 문제 등으로 위기가 많았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도 개인 역량보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화해,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외부 의존 요인이 많았다. 대선이 일주일 뒤에 실시됐으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말을 쉽게 부인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 20여 일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운영 상황을 평가하자면.

 

▷이 교수=역대 최소 표 차이,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볼 때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모든 국정 운영 방향 이슈를 '블랙홀'처럼 삼키고 있다. 당장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기더라도 압도적 승리를 거두지 못해 단체장 숫자가 소폭 앞서는 데 그치면 바로 '취임덕'이 올 수도 있다.

 

―그럼 뭐부터 해야 하나.

 

▷정 전문위원=진보는 청렴함으로, 보수는 능력으로 먹고산다는 말이 있지 않나. 대선 국면에서 표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동산 문제에 있어 보수가 과연 능력 있는 대안을 제시한 건지 의심스럽다. 국민은 이 부분을 계속 지켜볼 것이다. 민주당은 부동산이 약점일 수밖에 없다. 이런 틈새를 파고들어 중도층 마음을 얻을 방안을 정책으로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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