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사설]막 오른 일본 기시다 총리 시대, 한ㆍ일 관계 정상화해야

  • 202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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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새 총재가 4일 오후 중·참의원 양원 총리 지명투표를 통해 제 100대 총리로 공식 선출됐다. 기시다 총리는 선출 직후 스즈키 슌이치 자민당 전 총무회장을 재무상에, 마쓰노 히로카즈 전 문부과학상을 관방장관에 임명하는 등 새 내각을 출범시켰다. 외교·안보 라인은 기시 노부오 방위상과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을 유임시키고 신설된 경제안보담당상에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방위정무관을 임명했다.

 

기시다 총리 취임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방향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그가 공약집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내각 이후 20년간 이어져온 신자유주의 노선 대신 분배를 중시할 것”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시장 개입과 함께 만성적인 재정 적자 축소에 집중하는 한편 기술 유출 방지 등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을 헤쳐 나갈 경제 안보에 특히 힘을 쏟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일 관계에 관한 한 우리의 시각은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기시다 총리가 온건·합리적인 인물로 통한다고 해도 큰 틀에서 “아베 신조 내각의 외교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게 우선 큰 이유다. 혐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던 아베 전 총리와 아소 타로 부총재 등 자민당 실력자들의 그림자가 신임 각료들 면면에서 그대로 확인된 것 또한 앞날을 낙관하기 힘든 배경이다. 때문에 기시다 총리 소신과 내각의 컬러로 볼 때 일본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 해도 얼어붙은 양국 관계를 이대로 더 놓아둘 수는 없다. 우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위안부 문제 합의가 공식합의였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외무상으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마무리한 기시다 총리의 취임은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정치·외교 갈등에다 코로나19 장벽까지 겹친 탓에 두 나라 관계는 민간 교류까지 극도로 위축돼 있다.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 싱크탱크 겐론NPO의 ‘상호 인식 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양 국민(한국 84.7%, 일본 54.8%)이 “현재의 대립 국면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답했음을 기시다 내각은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