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수년내 美中 군사충돌 가능성…獨·日·호주와 연대해야"

  • 2020-10-29
  • 안정훈 기자 (매일경제)

◆ 동아시아연구원·MBN 공동포럼 ◆ 
 

29일 동아시아연구원과 MBN이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외교전략 심포지엄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원곤 한동대 교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전재성 서울대 교수.  [김호영 기자]

사진설명29일 동아시아연구원과 MBN이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공동 개최한 외교전략 심포지엄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원곤 한동대 교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전재성 서울대 교수. [김호영 기자]

"미·중은 10년 안에 본격 패권 전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은 그 전에 중견국 간 연대를 통해 `제3의 길`을 마련해야 합니다." 

29일 MBN과 동아시아연구원이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외교전략 심포지엄 `미·중 전략 경쟁과 한국의 중견국 외교`에서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미·중 갈등 격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한국의 중견국 외교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미·중 갈등이 점차 심해질 가능성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한국과 비슷한 환경에 노출된 중견국 간 연대가 잘 이뤄진다면 미국과 중국을 갈등에서 상생·공존 국면으로 이끌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미국과 중국 경제 규모가 2030년쯤 백중지세가 되고, 2050년에는 국방비 지출이 같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 10년 후 양국이 경제 규모가 같아지는 시기에 본격적인 군비 경쟁과 군사 대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우리 선택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미·중 사이에 낀 여러 나라들이 협력·연대한다면 패권 경쟁 속에서 상당한 여지와 선택의 길을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슷한 처지인 독일·호주·인도네시아·일본 등과의 연대 협력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축사를 맡은 정세균 국무총리는 "미·중 간 무역·안보·첨단기술을 둘러싼 전략적 경쟁이 우리 외교력을 시험대에 올려놨다"면서 "국제기구는 물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와 긴밀히 협력하며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윗전 아랫전 어디도 챙겨주지 않는다`는 속담을 기억해야 한다"며 "나라의 명운을 건다는 생각으로 진로를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선 중견국 간 연대를 위해 `한일 과거사 관계`를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00년엔 1조달러를 간신히 넘겼으나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반면 2050년이 되면 한국과 일본의 1인당 GDP는 같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의 문제가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과거 청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에 관심이 없었으나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다를 것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며 "한일 관계를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을 미국에 먼저 하는 쪽이 우위에 서서 대미 외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략적 모호성을 얘기하는데 모호한 전략을 취하는 것과 입장 자체가 모호한 것은 다른 문제"라며 "때로 입장을 감추는 것이 전략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 전략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라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도 "한미동맹과 북한에 대비해 `우리는 어떻게 정책을 정하느냐`는 큰 그림 차원의 얘기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미·중 경쟁의 핵심이 `기술 패권`인 만큼 중견국들 간 과학기술 협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숙종 동아시아연구원 시니어펠로우 겸 성균관대 교수는 "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고 있으며 위험 부담이 있는 통신 업체에 대해 일반적인 대응 전략을 내놓고 있다"면서 "반면 아시아는 지역적 협력 원칙이나 공조 틀을 세우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규범 부문에서 중견국들과 협력해 원칙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싱가포르, 호주 등 미·중 사이 압박을 받는 유사한 나라들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 혁신 부문에서 `중견국 과학기술 협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아세안이 생산기지 이전이나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 한국을 보완해줄 수 있으므로 아세안 협력을 강화해 기술 밸류체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주 동아시아연구원 무역·기술변환센터 소장 겸 중앙대 교수는 "반중국 기술협력체제인 `클린네트워크`에 한국이 협력하겠다는 시그널을 미국에 보낼 필요도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