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국에서도 민주주의 퇴보 징후 나타나고 있다."(래리 다이아몬드 미 스탠퍼드대 교수)

  • 2020-07-22
  • 배진영 기자 (월간조선)

"한국에서도 민주주의 퇴보 징후 나타나고 있다."(래리 다이아몬드 미 스탠퍼드대 교수)
"대통령 권한 강화와 야당에 대한 무관용, 견제와 균형 약화,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위협 등""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부터 시작된 아시아 대륙에서의 민주주의의 후퇴가 코로나19사태로 확산되고 있으며, 한국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7월 16일 동아시아연구원(원장 손열)이 주최한 ‘코로나19 사태와 아시아 민주주의의 미래’ 온라인 세미나에서 민주주의 연구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래리 다이아몬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2006년부터 자유를 비롯한 헌법주의, 법치주의, 견제와 균형 등 여러 민주주의 지표들이 퇴보하고 있었으며,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되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45년 간 분석해 온 ‘제3차 글로벌 민주화 물결’에서 최근 5년(2015-2020년) 동안 처음으로 상당수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체제에서 벗어나면서 헌팅턴이 규정한 ‘민주주의 실패 물결의 역습(reverse wave of democratic breakdown)’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추세가 몇 년 더 지속된다면 전 세계는 민주주의 퇴보 상태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필리핀, 인도, 방글라데시 등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민주주의 퇴보 경향이 집권여당의 권력 강화나 야당의 견제 약화 등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현재 민주주의의 퇴보 현상은 이전처럼 군사 쿠데타나 비상계엄령 선포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보다는, 견제와 균형이 교묘히 무너지며 공고화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대통령이나 총리 등 행정부 수반의 권한이 교묘하게 강화되어 권력 장악이 보다 용이해지며, 이에 자연스레 사법부, 언론, 감사, 검찰, 입법부 등 권력 견제 기능을 가진 기관들은 독립성 및 권한을 잃어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의 경우도 언급했다. 그는 “민주주의 퇴보 추세는 한국처럼 비교적 자유민주주의가 잘 정립된 아시아 국가를 예외로 삼지 않는다”면서 “실제로 한국에서도 최근 대통령 권한 강화와 야당에 대한 무관용, 견제와 균형 약화,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위협 등 타 국가들에서 보이는 것과 유사한 민주주의의 퇴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민주주의 가치의 핵심인 자유 또한 급격히 쇠퇴하였으며, 자유 수호가 꽤나 기만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면서 인도의 경우를 그 예로 들었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의 예를 살펴보더라도, 확실히 시민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다원주의, 선거 토론의 개방성 등이 약화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 사태 전에도 민주주의의 퇴보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민주주의로의 과도기 진통을 겪고 있는 미얀마, 민주주의 불씨 탄압과 시진핑에 대한 권력 집중 양상을 보이는 중국, 야당의 분열과 종말을 맞고 있는 캄보디아, 군부 출신의 정권 장악이 지속되는 태국 등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의 모범사례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퇴보 추세를 경험하던 아시아 민주주의는 ‘팬데믹을 전화위복 삼거나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유능한 민주주의), 내리막길 삼거나 (민주주의 퇴보 추세에 편승해 코로나19 대응 과정 중 권위주의에 굴복하는 민주주의)’하는 문제에 직면했다”면서 한국은 그래도 전자(前者)에 속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 “대만과 한국의 사례가 증명하듯, 전자의 경우는 민주주의 체제가 코로나에 대한 효과적 대응에 있어 장애물이 아니다”라면서 “이러한 민주주의 국가들은 정부의 보건당국 전문가들의 의견에 경청과 효과적인 소통 채널과 시민의식이 동반된 마스크 착용 정책, 확진자에 대한 신속한 격리와 추적 등을 통해 바이러스 억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그는 “후자의 경우, 이미 민주주의의 퇴보로 골머리를 썩히던 인도,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코로나 국면이 대중의 두려움을 공포정치의 도구로 삼고 권위주의 정권들이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는 등 자유를 침해하고 권력을 공고화의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지적했다.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 추적 시스템이 정권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권위주의 정권에서 코로나 추적 앱을 반대 세력을 감시하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지도 모른다”면서 “팬데믹 위기 대응 방침의 일환으로 사용하는 추적 앱들이 민주주의의 주요 원칙들을 지키는 선상에서 운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홍콩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 홍콩 사태가 세계사에 기록될 주요 사건”이라면서 “코로나 사태로 국제사회가 홍콩의 민주화 탄압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중국의 홍콩 탄압 조치들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제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향후 시진핑 주석의 권위주의 경향을 더욱 강화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면서 “아시아 역내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역시 홍콩인들의 자유를 보호할 법안을 발의하고 중국 정부에 제재를 가하여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일본, 한국과 같은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이 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 침해 문제 등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여러 상황들에 대하여 더욱 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컨대 중국이 현재 홍콩에 대하여 취하고 있는 조치들에 대하여 잘못된 부분들을 명백히 지적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비단 서구권 국가들의 역할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의 역할이기도 하다”면서 “아시아 민주주의 퇴보 추세에 아시아 국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