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內需 부족으로 고민하는 중국 경제

  • 2005-11-12
  • 이근 (조선일보)

중국은 2002년 WTO 가입이라는 시장 개방의 파고를 무사히 넘기고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년 사이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것은 아니다. 3년 전 50%를 맴돌던 무역의존도, 즉 수출입 총액 대(對)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이제는 80%에 육박하고 있다. 물론 작은 나라는 이 비율이 100%를 넘기도 하지만 미국·일본과 같은 대국은 20%가 안 된다. 대외의존도의 상승은 무역 성장을 의미하는 동시에 중국 경제의 취약성을 의미한다. 어떤 취약성인가. 바로 내수 부족이다.

 

세계 최대의 공장이 된 중국이 목마르게 필요로 하는 것은 중국산 제품을 사줄 시장이며, 내수가 아직도 취약하니 대국이면서도 무역의존도가 80%에 달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내수든 수출이든 수요가 조금만 부족하면 중국 경제는 공급 과잉 발생과 디플레이션 압력에 1990년대 중반 이후 노출되어 있다.

 

현 후진타오(胡錦濤) 정부는 바로 이 내수 회복과 균형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내수 부진의 한 원인이 삼농(三農:농촌·농민·농업) 문제라고 보고 농민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해 농업 관련 조세를 철폐하였으나 농민들은 지방 당 관료들의 준조세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어 각종 농민 소요가 빈발하고 있다. 농민 소득 증대의 궁극적 방안은 농촌의 2억 과잉 인구를 도시로 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이농을 허용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나, 도시 실업률이 높은 상태에서 이를 무작정 허용할 수 없다. 대책 없는 이농은 도시 빈민화이고, 이는 중국도 다른 자본주의 제삼세계 국가의 전철을 똑같이 밟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도시의 실질 실업률은 10%에 이르고 있으며, 특히 대학입학 정원 대폭 확대 이후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반면 GDP 1% 성장이 낳는 고용증가율은 1980년대 말 0.3%였으나 지금은 그 3분의 1인 0.1%로 떨어졌다. 한마디로 1990년대 10년 동안 경제규모는 90% 이상 커졌지만 일자리로 보면 10% 증가한 것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중국도 개방돼 세계경제에 편입되어 같이 경쟁하다 보니 자꾸 첨단 산업을 추구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함정에 빠진 것이다.

 

요컨대 중국의 딜레마는 두 가지다. 소득 증대를 위해 이농을 허용하는 것과 도시 실업 증대 사이의 딜레마와, 산업구조 고도화와 고용 없는 성장 사이의 딜레마다. 1990년대까지의 성장은 도시화 억제, 높은 저축률, 고투자, 고성장, 일자리 증가라는 선(善)순환 구조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 간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지고 있어 도시화를 이용해서 소비를 촉진해 볼까, 저성장을 감수하더라도 일자리 증가와 소득분배 구조를 개선해 볼까 하는 온갖 정책 딜레마에 빠져든 것이다.

 

물론 이런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올림픽을 치르며 적어도 향후 10년간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그러나 위의 문제들은 계속 강도를 더해가며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목을 죄어나갈 것이다. 결국 지구 최대의 인구를 먹여 살리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역사적으로 오래된 문제로부터 21세기 중국은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현재의 정책 대응은 대도시로의 인구 유입 허용보다는 중소도시 건설이어야 하고,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육성이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중소도시 건설을 받아낼 재원이 충분한가 하는 점이다. 또 서비스업은 결국 대도시에서 발달한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 관전(觀戰)의 초점은 위의 딜레마를 중국이 어떤 정책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근 EAI 경제추격연구센터 소장 · 서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