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인권강연

  • 2005-07-28
  • 김정섭기자 (연합뉴스)

"기존 국가안보 개념 탈피, 인간안보 지향해야"


메리 로빈슨(Marry Robinson) 전 아일랜드 대통령 초청 인권 강연회가 27일 오후 민통선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역에서 열렸다.

내달 1일 개막될 세계평화축전 첫 사전 행사로 열린 이날 강연회는 손학규 경기도지사, 김영선 국회의원, 유화선 파주시장, 송태호 경기문화재단 이사장, 클럽 데 마드리드 숀 캐럴 집행위원장, 교수, 대학생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로빈슨 전 대통령은 "평화와 인간안보(Peace and Human Security)" 주제의 강연에서 인간안보와 인권을 중심으로 세계 평화의 소중함을 역설했다.

그녀는 인권 문제와 관련, "9.11 테러가 국제인권 기준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졌다"고 전제, "현재 전 세계 대부분 정부들이 국가안보와 대 테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아와 에이즈 감염, 폭력 등으로 고통받는 세계인을 감안할 때 이제 세계 정부가 적절한 인간안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인간안보는 사람의 권리와 발전, 개발에 초점을 둔 개념으로 보호와 권한 부여가 두 축"이라고 규정하고 "선진국과 저개발국 정부 모두 기존의 국가안보 개념을 넘어 광범위한 인간안보의 개념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녀는 "지난 6년간 3만명이 테러로 목숨을 잃었지만 같은 기간 기아와 말라리아 등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매일 3만명이 죽어가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에너지를 어디에 집중해야 하느냐는 명약관화하다"고 인간안보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녀는 이어 "유엔회의의 새천년 개발 목표가 새 기회를 주고 있다"며 "시민사회에 권한이 부여돼 (세계 정부가) 진보적으로 국제규약에 맞게 하는지 감시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여성 문제도 언급, "여성은 취약한 구조적 본질로 인해 고통받고 인간안보를 위협받고 있다"며 "여성테러 근절노력이 필요하고 여성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는데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 줘야 성평등을 이뤄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녀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인권 전문가로서 북한의 인권 유린을 규탄한다"며 "북측 지도층이 인권 침해에 대한 협상에 복귀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하기도 했다.

그녀는 "강연 장소가 군사적 긴장이 감도는 DMZ 근처의 남한 최북단역 도라산역인 뜻을 잘 알고 있다"며 "현재 (한반도는) 민감한 시기지만 6자회담이 시작돼 희망의 시기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북한 뿐만아니라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정부의 역할이 문제 해결에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끝으로 "평화는 민주주의 활동하는 사람들의 최종 목표"라고 정의한 그녀는 첫 아일랜드 여성 대통령으로 아일랜드를 국가 경쟁력 5위의 강국으로 탈바꿈시켰으며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을 역임한 세계적 인권 운동가로 유명하다.

그녀는 제3세계 국가는 물론 미국, 호주, 이스라엘 등에 대해서도 비난 발언을 쏟아 붓는 등 소신성 발언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9.11 테러 이후에는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저질러지고 있는 "반(反)테러입법" 등 강대국의 인권 유린상황을 강력히 비난해 왔다.

한편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김병국)이 주관한 이번 "도라산 평화 인권강연회"는 이날 로빈손 전 대통령의 첫 강연에 이어 개막일인 다음달 1일에는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 17일에는 테드 터너 미국 CNN 창설자가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