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NSP '중국의 대외전략'

  • 2005-04-22
  • 이태환 (중앙일보)

동아시아연구원 "중국의 대외 전략" 토론회

 

21세기 중국의 대외 전략은 무엇일까. 중국은 한국에 미국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김병국 고려대 교수)은 최근 이와 관련한 토론회를 열고 정책 제언을 했다. 하영선 서울대 교수가 진행한 토론회에는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김태현 중앙대 교수, 박철희.전재성.신성호 서울대 교수, 이상현.이태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정진영 경희대 교수, 한용섭 국방대 교수, 정한울 EAI 외교안보센터 부소장이 참석했다.

◆ 중국의 대외전략=중국 지도부는 21세기 초반 20년을 번영 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중요 기회로 보고 "화평굴기(和平起.평화적 부상)" 전략을 채택했다. 강대국들의 세력 분포를 최대한 활용하는 균형 전략이다. 중국은 세계적 차원에서 미국의 우위를 인정하는 한편 아시아에서 중국의 우월적 지위와 역할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과 비대칭적 힘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실리를 취해 전략적 입지를 점진적으로 넓혀 가는 방식이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미국을 자극함으로써 미.중 관계가 경쟁 관계로 나아가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중동과 대테러전으로 바쁜 미국은 아시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중은 경제적으로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양국은 중단기적으로 대립보다는 협력 속의 견제를 선택할 것이다.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일본과의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은 없는가. 일본은 신방위대강에서 중국을 북한과 더불어 위협 대상으로 명시하는 등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미.중 관계이며 중.일 관계는 미.중 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결 구도로 나아가기보다는 균형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지역 전략 구도와 역내 질서를 먼저 고려하는 것은 북한.대만 문제를 다루는 데서도 마찬가지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일본이나 대만의 핵무장 가능성과 향후 동북아 질서 수립 과정에서의 중국 위상과 역할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대만 통일은 중요 국가 목표이지만 기본 전략은 중단기적으로 현상 유지다.

◆ 한국의 전략적 선택=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미.중 가운데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을 꺼린다. 미국과 중국이 대결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향후 10년을 내다볼 때 미.중의 대결구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우리의 전략은 이러한 미.중의 전략 구도에 적응하거나 편승하면서 전략적 입지를 넓히는 것이어야 한다. 중국이 대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데 우리가 미국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하면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한다면 우리에게 득이 될 게 없다. 미국과의 관계가 불편하면 주변 강대국들에도 대접받기가 어렵다.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일본과 협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도 껴안고 가는 것이어야 한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과의 동맹이 우선돼야 한다. 중국과의 협력도 미국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의사소통을 하면서 미.중 게임에서 희생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중이 직접 대결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리 우리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없다. 분쟁 위험 정도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중단기적으로 먼저 할 일은 한.미.중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