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원 설문조사, '美 신뢰 안 해' 응답도 1.5배 증가
'무역‧관세 등에서 강압적 태도 때문' 80%…"韓 여론 민감하게 반응"
日에 대한 긍정 인식(63%)은 역대 최고…부정적 인식 처음 앞질러
일본 방문 급증하며 이해 증진…미중경쟁 속 동병상련의 전략적 협력도 작용
현재의 한미관계가 '나쁘다'는 설문조사 응답이 일년새 2배 이상 급증하고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1.5배 늘어나는 등 미국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최근 공개한 '2025 EAI 동아시아 인식조사'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조사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최대 위협을 비롯한 주변국에 대한 국민인식을 파악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 대해 '매우 나쁘다'(3.7%)와 '약간 나쁘다'(30.2%)는 인식이 전년도 조사(매우 나쁘다 1.5%, 약간 나쁘다 13.4%)보다 2.27배 증가했다.
좋다(약간 좋다 11.9%, 매우 좋다 1.3%)는 응답은 전년(각각 22.4%, 5.9%)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신뢰할 만하지 않다'(2.7%)와 '대체로 신뢰할 만하지 않다'(25.9%)로 응답해 부정적 인식이 전년(각각 2.2%, 16.0%)보다 1.57배 늘어났다.
미국에 대한 인상도 부정적 인식이 17.1%로 전년(12.7%) 대비 4.4% 포인트 증가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무역‧관세 등에서 강압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란 응답이 79.9%로 전년(34.4%)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한편 특이하게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도 전년 16.1%에서 올해 25.8%로 동시에 늘어났으며, 대신 중립적 인식은 줄어들었다.
전년(조 바이든)과 비교한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의 인상을 묻는 질문에는 부정적 응답(매우 나쁜 인상 21.0%, 대체로 나쁜 인상 54.5%)이 전년(각각 1.6%, 15.5%)보다 무려 4배 이상 폭증했다.
미국의 대중국 경제관계 제한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도 부정적 응답(매우 반대 17.3%, 반대하는 편 53.5%)이 전년(각각 12.6%, 42.8%)보다 15.4% 포인트 늘어나며 압도적 인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미 경제관계에 대해서도 '상호보완적'이 아닌 '상호경쟁적'에 가깝다는 응답이 37.6%로 전년도(25.4%)보다 12.2% 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대해 손열 동아시아연구원 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를 지적하며 "이는 한국에게 주한미군의 규모 축소와 전략적 유연성 확대,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 주둔군 비용 분담 대폭 증액 등의 압력으로 드러나고 있고, 한국 여론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 가운데 하나는 일본에 대한 긍정적 인상(대체로 좋은 45.9%, 좋은 17.4%)이 63.3%로 전년(41.8%)보다 21.5%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이는 2013년 조사 시작 이래 최대 수치이며 부정적 응답(30.6%)을 처음, 그것도 갑절로 앞섰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일관계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 인식(매우 나쁘다 5.2%, 약간 나쁘다 25.5%)은 전년대비 6.3% 포인트 줄어들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일본 방문객이 근래 급증하면서 접촉이 활발해지는데 따른 자연스러운 상호 이해 증진의 결과라는 점 외에도 국제정치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열 원장은 "중국 의존에 대한 두려움, 미국 쇠퇴에 따른 동맹 불안과 신뢰 저하,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와 갈등에 따른 위협감은 한국이 일본의 전략적 가치를 새롭게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며 "동병상련의 입장인 일본과의 안보, 경제, 기술 등 분야에서의 협력을 우선시하는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지난 4~5일 전국 만18세 이상 국민 1509명(응답률 22.5%)을 대상으로 웹조사 방식으로 실시했고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2.5%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