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인은 누군가.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손열)과 성균관대 동아시아공존협력연구센터(EACC·센터장 이숙종) 그리고 중앙일보가 ‘2020년 한국인의 정체성’ 연구를 했다. 2005년부터 5년 주기로 조사했으니 올해로 네 번째다.
대한민국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인 10명 중 8명(80.2%)이 ‘나는 어떤 다른 나라 사람이기보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싶다’고 답했다. 이전엔 70.4%(2005년), 72.8%(2010년), 74.9%(2015년)였다. ‘대한민국을 자랑스럽다’고 느끼는 분야도 늘었다. 민주주의 성숙도도 그중 하나로, 2005년엔 42.2%만 긍정 답변했지만 올 조사에선 74.3%로 늘었다. 이에 비해 경제적 성취도에 대한 평가는 횡보했다. 2008년 금융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후인 2010년 64%가 그렇다고 답했으나 현재 68.3%다.
단일민족 단일문화국가 vs 다민족 다문화국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개방성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민족 다문화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응답자는 2010년 60.6%이었다가 올 조사에서 44.4%로 나왔다. ‘다문화가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47.8→50.4→51.8%)이지만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48.9→56.9→57.1%)고 느꼈다. 탈북자, 결혼이민자,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 등 소수자에 대해 느끼는 거리감도 늘었다.
주변국에 대한 적대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중·일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이가 증가했다. 중국의 경우 40.1%로 2015년(16.1%)보다 24%포인트 증가했다. 일본도 58.8%에서 71.9%로 13.1%포인트 늘었다. 결과적으론 북한(65.7%)보다 나빠졌다. 사드(중국)·수출규제(일본) 등 일련의 갈등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에 대한 적대감도 증가해 2015년 4.8%에서 이번 조사에선 10.2%로 늘었다.
바람직한 한·미관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바람직한 한·미 관계’에 대해, 한·미 동맹 강화라고 응답한 비율이 30.3%(2005년)→37.9%(2010년)→43.0%(2015년)→44.6%(2020년)로 늘었다. 중국의 부상에 따라 한·미 동맹을 균형자로 보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선 독자외교 추진(33%)과 한·미 동맹 강화(35.5%)가 비슷하게 나온 데 비해 미래통합당 지지층에선 그 비율이 각각 15.9%와 61.2%였다.
한국전 발발 책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에 대한 비판적 인식은 '한국전 발발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드러났다. 남북과 미·중·일·소(소련·현 러시아) 정부 중 두 나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2005년 조사에선 중국 정부라고 답한 비율이 8.5%였는데 이번 조사에선 33.4%로 늘었다. 북한(77.1%)·소련(42.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