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다른 나라 사람이기보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싶다.’
EAI·성균관대 EACC·중앙일보 공동기획
‘진정한 한국인’ 조건 배타성 커져
혈통 81% 국적 95% 한국어 92%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싶다”
50대 이상선 86%, 20대는 68%
한국인 10명 중 8명(80.2%)이 그렇다고 답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손열)과 성균관대 동아시아공존협력연구센터(EACC·센터장 이숙종) 그리고 중앙일보가 실시한 ‘2020년 한국인의 정체성’ 조사 결과다. 2005년 조사에선 70.4%, 2010년엔 72.8%, 2015년엔 74.9%였다. 대한민국 소속감(정체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나 [단위: %]
‘대한민국을 자랑스럽다’고 느끼는 분야도 늘었다. 민주주의 성숙도의 경우 2005년엔 42.2%만 긍정 답변했지만 올 조사에선 74.3%로 늘었다. 사회보장 수준도 같은 기간에 17%에서 80.9%로 급등했다. 올해 처음 조사한 보건의료 수준에 대해선 95.9%가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일부 있을 수 있다.
다만 세대 차이는 있어 대한민국 소속감에 대한 긍정 답변이 60대 이상(86.8%)과 50대(86.4%)에서 높은 데 비해 20대에선 67.6%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진정한 한국인’의 조건은 협소해졌다. ▶한국에서 태어나야 하고(89.7%) ▶국적을 유지하며(95.2%) ▶생애 대부분을 한국에서 살고(80.8%) ▶한국어를 사용하며(91.8%) ▶대한민국의 정치제도와 법을 따르고(94.3%) ▶한국인의 혈통을 가지며(81.1%) ▶한국의 역사를 이해하고 전통과 관습을 따르는(89.4%)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2005년에 비해 대부분 지표가 10%포인트 안팎 늘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특히 국적 유지와 법 준수 등 정치적 차원의 정체성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단일민족 단일문화국가 vs 다민족 다문화국가 [단위: %]
이에 비해 한민족·아시아인·세계인으로 느끼는 소속감은 2015년까지 증가하다가 올 조사에서 하락했다. 더불어 다문화에 대해 유보적이 됐다. ‘여러 민족,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다민족 다문화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응답자는 2010년 60.6%에서 2015년 49.6%로 줄었다가 올 조사에선 44.4%로 나왔다. ‘다문화가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47.8→50.4→51.8%)이지만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48.9→56.9→57.1%)고 느끼고 한국 사람과 동등한 권리를 주어야 한다(56→55.6→52.1%)는 데 소극적이 됐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거리감도 늘었다. 탈북자들의 경우 2010년 조사에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답변이 27.2%였고 ‘대한민국 국민에 가깝다’는 답변이 44.2%였다. 하지만 올 조사에선 각각 9.5%, 51.4%였다. 남에 가깝다(23.2→31.1%)거나 완전 남(5.5→8%)이라고 느꼈다. 이 같은 경향은 결혼이민자나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에 대한 인식에서도 드러났다.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란 인식은 2010년에 각각 24.8%, 36%였으나 올 조사에선 8.1%, 17.1%로 줄었다. 완전 남 혹은 남에 가깝다는 응답이 각각 29.5%→43.3%, 18.8%→32.4%가 됐다.
조민효 성균관대 교수는 “일자리 위협, 사회보장제도 제공, 주권 획득 등 실질적·제도적 차원에서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질적·제도적 통합 방안, 융합의 방향, 사회적 비용 등에 대한 진지한 담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고정애 정치에디터 ock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