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기대에 못 미치는 17대 국회

  • 2006-07-29
  • 강원택 (한국일보)

지방선거 때문에 세인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렸지만 지난 5월 말로 17대 국회의 전반기가 끝났다. 2년 전의 17대 총선은 여러 가지 "사건" 속에서 치러졌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 역풍이 불었고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된 차떼기 논란도 있었다. 게다가 "3김" 이후 치러진 첫 국회의원 선거이기도 했다.

 

선거 결과 17대 국회는 전체 의원의 3분의 2가 정치 신인으로 채워졌고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제3당으로 국회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여성 의원들의 수도 이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처럼 17대 국회는 새로운 정치를 위한 변화의 여망을 담고 출범했다.


개별 의원들의 의정활동 활발

지난 2년간의 활동을 살펴볼 때 가장 주목할 점은 개별 의원의 의정 활동이 이전에 비해 크게 활성화된 점이다. 의원의 법안 발의 건수도 크게 늘었고 상임위나 본회의 출석률도 높아졌다. 공청회 개최 건수, 국정감사 피감기관의 수와 채택된 증인의 수도 많아졌다.

 

이처럼 각 의원의 의정 활동이 활발해 진 것은 3김 퇴장 이후 당내 민주화의 진전으로 인해 "제왕적 당 총재"와 당론의 구속에서 의원들이 다소 자유로워진 상황의 변화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의원들의 활발한 의정 활동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지만 양적 증대가 질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지원책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점도 동시에 낳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17대 국회 전반기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원내 갈등을 조절할 정치력의 부재가 심각한 문제였다. 17대 국회는 개원 때부터 시작해서 지난 2년 내내 국회가 열릴 때마다 계속해서 여야 간 충돌과 파행을 겪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정쟁이 극심했다.

 

지난 2년간 국회가 파행으로 공전한 기간이 모두 193일에 달한다. 17대 국회 역시 이전과 다름없이 "싸움박질"만 하는 국회로 국민들이 바라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원 구성부터 시작해서 쟁점 사안마다 여야가 충돌하고 국회를 파행으로 이끈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이견이 생길 때마다 타협보다 대결로 몰고 가게 된 것은 정치적 상호 신뢰의 부재, 여권의 정무 기능의 약화, 정치적 경험이 짧은 정치 신인의 대거 유입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여야 모두 정치력의 부재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한편, 17대 국회 2년 동안에는 의원의 "품위 실추"와 관련된 사건들이 유독 많았다. 성추행이나 술자리 폭행, 욕설 등 지난 2년간 의원들의 추태와 비윤리적 행위는 국회 윤리특위에 접수된 것만 해도 20건에 달한다.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이처럼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점은 이런 추태의 재발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국회에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윤리특위가 이런 기능을 해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거의 제 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일이 생겨나도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갈등 조절하는 정치력은 부족

이처럼 17대 국회 전반기의 활동은 몇 가지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총선 직후 국민들이 가졌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과연 이런 문제점이 17대 국회 후반기에는 해결될 수 있을까.

 

지난 2년간의 국회 활동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이런 목표가 저절로 이뤄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오히려 국회 내 정파적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국회의 개혁을 이끌어 내기 위한 시민 사회의 노력과 관심은 지난 2년보다 앞으로가 더욱 중요할 것 같다.

강원택 EAI 시민정치패널 위원장 · 숭실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