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同盟관계, 만만히 볼 게 아니다

  • 2003-10-06
  • 이홍구 (중앙일보 )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일까.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위협은 어디서부터 오고 있으며 가장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는 무엇인가. 과연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하여 어떤 희생도 감수할 자세를 갖추고 있는가.

 

지난 10월 1일 간간이 내리는 가을비와 짙은 안개 속에서 진행된 국군의 날 행사를 지켜보는 우리는 자랑스럽고 흐뭇한 마음으로 갈채를 보내면서도 국가 방위에 대한 일련의 기본 문제를 마음 한 구석에서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냉전 끝나지 않은 예외지대

 

55년 전, 대한민국 독립의 기쁨과 흥분 속에서 맨손으로 출발했던 우리의 육.해.공군이 보여준 당당한 위용에 많은 국민은 감격과 감사의 눈물을 머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험난해지는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 과제는 우리를 계속 긴장시키고 있다. 우선 북한 핵문제와 이라크 파병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닌가.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너무나 많은 갈등과 불평등.불공정으로 인한 아픔이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숫한 진통과 투쟁 끝에 이룩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멀지 않은 날 선진국 대열에 자리를 같이할 수 있다는 기대와 자신도 갖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자유와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과 이에 대한 국민적 믿음이며 이러한 조국 수호의 일차적 임무를 자랑스러운 우리 국군이 맡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사회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위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한반도는 아직도 냉전이 끝나지 않은 예외지대며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북한은 세계사의 흐름에서 낙오한 예외적 체제라는 사실이다.

 

그러한 북한이 체제 생존을 위하여 몸부림칠 때마다 외치는 "전쟁 불사"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겨냥하기보다 우선 대한민국을 볼모로 잡겠다는 직설적 위협인 것이다.

 

둘째,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현실이 내포한 잠재적 위협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이웃에는 중국.러시아.일본 세 나라밖에 없지만 그 셋이 하나같이 우리보다 크고 강한 대국들이다. 물론 강대국이 힘으로 이웃을 짓밟는 제국주의 시대는 지났다지만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너무나 큰 시련을 겪어온 우리로서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수반하는 잠재적 위협에 항상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현존하는 위협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첫째, 무엇보다 우리 국군의 실력을 계속 보강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 국가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강한 군이 있는 나라만이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으며 강한 군이란 사기가 높아야 한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철칙이다. 근래에 내무반의 열악한 실정 등 우리 군의 딱한 복지수준이 빈번히 지적되고 있는 바 이는 군의 사기에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로, 동맹국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계속 국방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주변의 열강 사이에서 맞대결로는 승산이 희박한 우리의 처지에선 동맹관계만이 국가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자유 지키기 위한 국민적 각오

 

셋째는,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의 안보 취약성을 원천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동티모르와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국제평화유지군에 우리가 솔선해 참여한 것은 단순한 국위 선양보다는 안전보장을 위한 국제적 보험체제에 동참한 측면이 크다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지켜 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방에 대한 우리 국민의 공통된 인식이며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국민적 각오다. 국방비 증액이나 이라크 파병 문제도 그러한 국민적 인식과 각오를 토대로 할 때만이 적절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꿈을 실현하는 첫 걸음은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는 튼튼한 국민적 결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되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