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사설] 정권 실패 알려 주는 진보층 퇴조

  • 2006-12-19

한국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 리서치에 의뢰해 국민의 정치ㆍ안보 의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2년 대선 당시에 비해 진보층이 괄목할 정도로 줄었다. 자신의 이념 성향을 스스로 평가한 이 조사에서 중도층은 6.5%포인트 늘어 45.1%, 보수층도 1.6%포인트 늘어난 36.3%로 나타난 반면 진보층은 6.3%포인트가 줄어 18.6%에 그쳤다.

이 조사 결과는 특히 오늘로 대선이 꼭 1년 남은 시점에서 주목할 소지가 크다. 조사는 현 정권 하 지난 4년 간 국민이 겪은 일들로 어떤 변화가 초래돼 있으며, 다음 정권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말해준다.

 

현 정권이 지난 대선 때 진보층을 배경으로 집권했음을 상기시켜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토대가 무너져 나갔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를 반드시 진보나 보수 본연의 이념적 의미로 따지지 않더라도 스스로 진보 개혁을 표방해 온 정권의 실패를 재확인한다는 점에서 조사 결과는 통렬하며 일목요연하다.

 

분배보다 경제성장을 원하는 국민이 4년 전보다 두 배나 됐으며, 북한 핵문제, 한미관계 등 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정부와 달리 다수 국민은 보다 신중해지고 현실적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먹고 사는 데 지치고 안보 위협에 시달리느라 겹겹의 고통을 겪은 것이다. 엉뚱한 오기와 고집으로 소모적 혼란을 빚기만 했던 집권층에 이제 달리 할 말이 남아 있을 것 같지 않다.

 

여권의 지지기반이라던 젊은 층의 이반이 가장 격렬했던 결과는 특히 상징적이다. 20대 층에서 보수(29.2%)의 비율은 진보(25.0%)보다 많아져 지난 대선 때의 분포가 역전됐다고 한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대선 예비주자들의 이념 성향이 주로 중도 쪽의 분포를 보이는 것도 우연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후보들의 자질과 안목, 국민의 각성과 변화가 어우러져 내년 대선에서는 최적의 합리적 선택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가를 결정 지을 선택의 과정이 이제 딱 1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