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대선 1년전, 국민 의식변화 조사…] 대북대미인식, 이중적

  • 2006-12-18
  • 정한울 (한국일보)

"한미동맹 중요" 인식 증가 "미군감축 지지"도 올라가

 

안보 이슈에 대한 국민 여론은 미국과 북한이라는 두 극단 사이에서 끊임 없이 변화해왔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민족공조론과 주한미군 철수론이 힘을 얻고 남북관계가 냉각되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여줬다. 북한의 핵실험 후 대북포용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2006년 조사 포용정책 축소47.2%, 포용정책 폐기 10.2%)가 커지고 한미동맹 강화(2006년 조사, 38.6%)를 바라는 의견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북한과 미국에 대한 인식에서 국민들의 이중적인 태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02년 조사에 비해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크게 증가하지만, 주한미군 감축을 지지하는 응답(54.9%)도 2002년 촛불시위 전후 시점의 조사 결과를(50.9%) 상회하고 있다. 안보공백 논란을 불러일으킨 미군 기지의 후방 재배치에 대해서도 이를 위협으로 느끼는 비율은 2004년에 비해 5% 포인트(21%→25.7%) 상승하는데 그쳤다.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하지 말라는 의견이 67.1%에 달했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의 등장은 국민들이 미국이나 북한을 더 이상 일방적인 위협 요인 혹은 일방적인 협력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를 가져온 요인 중 주목할 것은 미국 선제공격론으로 미국 역시 한국의 위협을 가져올 수 있는 불안요인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해 응답자의 77.9%가 반대했다. 실제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응답자는 49%에 이르렀다.

 

대북 선제공격에 대한 우려는 주한미군 감축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군사조치를 바람직하다고 본 응답자들의 40.5%만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희망한 반면, 미국의 군사조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 응답자들 중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응답이 58.8%로 크게 늘었다.

 

정치권이나 언론의 논의는 여전히 미국위협-민족공조 대 북한위협-한미공조의 논리틀 안에 갇혀 있는 동안 정작 국민들의 시각은 이분법에서 멀리 벗어나고 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