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국 체감경기 양극화 심해졌다

  • 2006-01-24
  • 배진석 (매일경제)

◆ "2006 경제전망" 32개국 여론조사 / BBC월드서비스ㆍEAIㆍ매일경제ㆍ한국리서치 ◆

체감경기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국민 다수는 경기가 나빠졌다고 느끼고 있지만 1년 전에 비하면 가계경제, 국가경제 모두 호전된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인, 경제 비관 세계 최고"로 기록됐던 1년 전 같은 조사 결과와는 차이가 났 다.

 

일단 가계경제가 좋아졌다는 응답(34.7%)이 1년 전 조사(26.4%)에 비해 8.3% 늘어 났고, 나빠졌다는 응답도 17.7%나 줄어서 52.9%로 나타났다.

 

국가경제가 좋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작년에 비해 9.9% 늘어나 21.3%였고, 나빠졌다는 비율은 11.3% 줄어서 76.8%였다.

 

지난해 조사에서 경제에 대한 비관적 평가는 사회계층별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비관론이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했다는 말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해와 달리 소득, 연령, 정치적 태도 등 응답자의 특성에 따라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

 

가계경제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우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응답 비율이 높아졌다.

 

월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서는 살림살이가 좋아졌다는 응답이 20% 남짓이고, 나빠졌다는 응답이 무려 70% 가까이 나왔다.

 

반면 월소득 300만~400만원대, 그리고 401만원 이상에서는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응답은 각각 41.3%, 44.6%로 미세하게나마 나빠졌다는 응답을 상회했다.

 

지난해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저소득층은 개인 살림살 이가 나아졌다고 본 응답이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에서는 나아졌다는 답변이 2005 년 조사에 비해 15%가량 늘어났다.

 

소득별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국가경제에 대해서는 보다 부정적이었다.

 

물론 가계경제에 대한 평가가 국가경제에 대한 평가보다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특징이 주로 고소득층의 경제평가에서 두드러 지게 나타나고 있다.

 

고소득층의 경우 가계경제에서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응답이 나빠졌다는 응답보다 조금 높게 나타났지만 국가경제에 대해서는 나빠졌다는 응답 이 7대3 혹은 8대2 정도로 높았다.

 

국가경제의 불안정성에 대한 고소득층의 경계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소득수준뿐만 아니라 연령별 차이도 대조를 이뤘다.

 

젊은 세대일수록 가계경제가 좋아졌다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20대에서 는 41.2%가 좋아졌다고 답했지만 30대(39.1%), 40대(32.4%), 50대(32.7%)로 가면서 낮아지다가 60대 이상은 23.7%만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국가경제 역시 20대가 좋아졌다는 비율이 제일 높았고(34.5%), 40대가 12.1%로 제일 낮았다.

 

국가경제가 좋아졌다는 응답은 30대와 40대가 20%대 아래로 떨어져 이들 세대가 국가경제를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결과와 비교하면 20대에서는 국가경제가 좋아졌다는 응답이 24.8%나 늘어나 34.5%였으나 40대는 오히려 작년 응답보다 조금 줄어서 12.1%에 그쳤다.

 

10명 중 1명만 국가경제가 나아졌다고 했던 지난해에 비해 20대의 국가경제에 대한 평가가 많이 좋아진 것도 특징적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가계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모든 계층을 막론하고 만연해 있던 것에 비해 이번 조사결과는 가계경제가 조금씩 숨통을 트고 있는 것으 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체감경기의 호전이 고소득층의 가계소득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소득구조뿐만 아니라 연령 및 정치적 태도 역시 경제적 평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의 균열구조와 사회적 통합에 대해 보다 종합적인 접근법이 새롭게 모색돼야 할 것이다.

 

배진석 EAI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