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정치를 바꾸자] 정책능력없는 당 도태시키자

  • 2003-11-12
  • 장훈 (조선일보)

정책연구소-정강정책-정책 네트워크등이 필수 조건

 

"법정 지구당 23개" 하드웨어 기준은 폐지 바람직


국가경영형 정치를 이끌어 갈 정책세력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정치세력들의 주된 활동 무대인 정당의 구조와 역할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즉 지금까지 투쟁형 정치를 뒷받침해온 전근대적 정당의 역할과 구조는 국가경영형 정치를 뒷받침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이 같은 정당개혁은 크게 두 갈래로 이뤄져야 한다. 첫째, 정당의 구조와 활동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정책 인프라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지구당의 숫자와 분포, 당원의 규모와 같은 외형적 조건보다 정책능력의 구축이 정당의 존재 이유가 되고 성공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

 

정당들은 돈과 조직을 통한 소모적 경쟁보다는 정책 네트워크, 정책 인력의 양과 질, 체계적이면서 현실적인 정강 정책, 정책 연구소와 같은 정책 인프라를 중심으로 경쟁해야 한다. 정당이 어떠한 정책적 입장을 갖추고 있고 또한 이러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어떠한 인적·지적·사회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가가 모든 정당활동의 기본축이 돼야 한다.

 

예컨대 공직후보들을 공천하는 데 있어서 후보들의 정책능력이 가장 핵심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 예비 후보자들은 당내 정책토론회를 통해서 정책능력을 검증받아야 하는데, 이들의 정책대안이 얼마나 실현가능한 것인지, 또 그것이 구체화되기 위한 법률상·예산상의 조건은 무엇인지의 문제들이 세밀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또한 정당 조직에 있어서도, 당 정책위원회 의장의 권한과 서열은 당 대표 다음으로 격상되어야 하고 모든 국고보조금의 집행권한은 대표가 아닌 정책위원회가 갖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정당체제의 차원에서 정책능력을 갖춘 새로운 세력의 등장이 용이하도록 기존의 독과점적 진입규제가 철폐되어야 한다. 현재의 정당법은 새로운 정당이 등장하기 위해서 전국적으로 23개 이상의 지구당과 지구당별로 30명 이상의 당원을 유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상의 요건들로 인해서 정당 조직들은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지고 조직 유지에 거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공룡조직이 탄생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성과 공익의식을 지닌 정책형 정치인들이 정당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들을 정당정치로부터 소외시켜 왔다.

 

따라서 정책형 정치인들이 발붙이기는 어렵고 오직 투쟁형 정치인들에게만 유리한, 정당법상의 요건들을 전면적으로 폐지할 때가 되었다.

 

장훈(張勳) 중앙대학교 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