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정치를 바꾸자] '권력투쟁'에서 '국가경영'으로

  • 2003-11-10
  • 박세일 (조선일보)

"정치주체"를 "정책세력"으로 바꾸어야

 

조선일보는 아시아재단과 공동으로 지난 연초부터 동아시아연구원(EAI) 정치개혁팀(위원장 박세일·朴世逸 서울대 교수)의 정치개혁 및 국회개혁 방안에 대한 연구를 후원해왔습니다.


그 중 1차로 정치개혁에 대한 연구결과를 5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그동안 우리 정치는 "국가 경영형 정치"가 아니라 "권력 투쟁형 정치"였다. 정치의 목적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높이기 위한 "비전경쟁" "정책경쟁"에 있지 않고, 오로지 선거승리와 권력투쟁만이 전부였다.

 

그래서 정경유착과 정치부패가 일상화되어 왔다. 민생과 정책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정치 자체가 자기 목적화되었다. 이런 "정책부재의 부패정치"를 막을 수 없었던 것은 "정치의 독과점화" 현상 때문이다.

 

군부독재, 3김의 보스정치에 의해 우리 정치는 항상 소수의 사유물이었다. 국정운용 능력이나 정책 능력은 전혀 없어도 지역감정이나 부패선거를 잘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정치가 좌지우지되어 왔다.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정치 주체를 권력투쟁형 "구(舊)정치세력"에서 국가 경영형 "신(新)정책세력"으로 바꾸어야 한다. 보스정치, 지역구도, 부패선거 등에 의지하는 독과점 정치구조를 깨서 정치를 자유롭고 공정한 ‘비전과 정책경쟁의 장(場)’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신정책세력"으로 정치주체를 바꾸고 국회를 완전히 재구성해야 한다. "신정책세력"이란 (1)정책전문능력 (2)민주적 리더십(statesmanship) (3)세계경쟁력을 고루 갖춘 국정담당 능력이 있는 전문가 세력이다.

 

우선 ‘신정책세력’은 국가정책과제에 대한 정책적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비전제시능력, 실제적 정책구상력, 구체적 정책추진능력, 그리고 확고한 정책신념을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인간의 존엄과 자유 등 민주적 기본 가치와 이상에 대한 확실한 신념과 동시에 국가의 ‘전체이익’이 이익집단의 ‘부분이익’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가진 정치가여야 한다.

 

끝으로 세계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들과 당당히 국가경영을 경쟁할 수 있는 국제적 감각과 능력, 그리고 품격을 갖춘 정치인이어야 한다.

 

진정한 정치개혁은 "신정책세력"이 대거 국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치의 기득권 구조, 독과점 구조를 깨는 법과 제도개혁"이다. 선거승리만을 목표로 구정치세력 간에 일어나는 정당의 이합집산은 진정한 정치개혁이 전혀 아니다.

 

진정한 정치개혁은 반드시 구정치인들을 "신정책세력"으로 대체하는 질적 변화가 있어야 하고 정당의 비전과 정책의 정체성을 확실히 세우는 비장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박세일(朴世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