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월요인턴세미나] 영화 “300”으로 보는 국제정치

  • 2015-03-23

EAI는 미래를 꿈꾸는 소중한 자산인 인턴들이 연구원에 대한 소속감과 연대감을 쌓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교육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월요인턴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AI는 인턴들이 본 인턴 세미나를 통해 좀 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모습으로 연구원 활동에 참여하고 학교 내에서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증대, 네트워크 활성화 그리고 배움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연구원과 인턴들간의 장기적 관계 발전 형성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발표자

신영환 EAI


참석자

김다영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김승완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디에고대학원
박재훈 호주국립대학교 법학대학원
반주영 보스턴칼리지
반지현 오클라호마주립대학교
허예청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황세정 숭실대학교
황은지 연세대학교

 

 

 

 

 


 

내용정리

 

작성자

권윤진, 여론분석팀 인턴(고려대학교)

 

한때 “나는 관대하다”라는 대사와 함께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영화 〈300〉은 페르시아와 그리스가 격돌한 제2차 페르시아 전쟁의 테르모필레 전투를 극화한 것으로, 거대한 페르시아 군대에 맞서 싸웠던 용맹한 스파르타 전사 300인의 감동 드라마를 예술적으로 그려냈다. “실제로 약 7,000~15,000명의 그리스 병력이 동원됐다고 할 만큼 역사성은 부족하나 전쟁이 무엇인지 토의하기에 적합한 영화”라는 것이 발표자의 평가다.

국제정치의 가장 오래되고 핵심적인 주제는 전쟁과 평화이다. 홉스가 묘사하는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만인의 만인을 위한 투쟁”에 직면하게 되는데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개인은 국가에 자신의 권리를 양도함으로써 권위체의 질서 유지와 자원 분배를 통해 각자의 생존을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반면 자원을 배분할 권위체가 부재하는 국제정치에서는 사회계약이 성립할 수가 없어 국가들이 무정부상태에 놓이게 되며,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영토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안보’가 국가의 근본적인 의무가 되었다. 이러한 국제정치에서 각국이 안보를 추구하는 행동들이 오히려 안보불안을 야기하는 딜레마의 상황이 초래되는데, 이 과정에서 생존과 직결된 국익이 충돌할 경우 국가들 간의 극한 대립은 전쟁으로 귀결될 수 있다.

특히 전쟁은 다른 어떠한 수단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택하는 돌파구로서, 승리할 경우 국가로 하여금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해주는 최후의 수단이다. 안보가 국가의 핵심사안인 만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연구가 이뤄져 왔는데 그 중에서도 프러시아 장교 칼 폰 클라우제비츠가 저술한 <전쟁론>이 중요한 고전으로 꼽힌다. 클라우제비츠는 성공적인 전쟁 수행을 위한 조건으로 삼위일체론을 주장하였는데 이것은 플라톤이 이상적인 국가를 위해 제시했던 논의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즉, 정치가가 올바른 전쟁 목표를 설정하면 군인이 전투력을 발휘하고 국민의 단합된 지지가 이루어질 때 성공적인 전쟁 수행의 조건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지적하듯 Fortuna(행운의 여신)는 결국 테르모필레에서 압도적인 병력의 우세를 점했던 페르시아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리스군은 적은 병력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전투를 수행했고, 예상외로 전투를 길게 끌면서 페르시아군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되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클라우제비츠의 삼위일체론을 적용하면 그리스연합군이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막강한 페르시아군에 대항해 유례없는 방어전을 수행할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첫째, 그리스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으며, 둘째, 잘 훈련받은 용맹스러운 군인들,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굳건한 지지가 테르모필레의 전투를 역사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게 만들었다.

〈300〉의 모티프가 된 테르모필레 전투는 그리스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낭만적 이념과 절대적 힘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거대하고 “야만적인” 페르시아 군대에 치명상을 입힌 스파르타 전사들이라는 드라마적 요소가 결합하여 서구의 역사에서 전설로 남았다. 물론 스파르타 병사들을 그리스 조각과 같은 백인 미남들로 묘사하는 반면 기타 악역과 페르시아 군대를 유색인종, 신체장애인, 탐욕에 눈이 먼 괴물들로 기괴함을 부각시켜 표현한데서 인종주의와 오리엔탈리즘적 요소가 극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전쟁이 왜 발발하는지,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인지 고민해보기에는 적절한 작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