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EAI는 2017년을 맞아 변화하는 국제정세와 주요 이슈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한국 외교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하여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시고 라운드테이블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본고는 토론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저자가 대표집필하였습니다.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는 등장과 함께 기존 통상 및 무역질서에 대한 재편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였습니다. 대선 캠페인 기간 중 트럼프는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면서 미국 국민들에게 직접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도록 통상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피력하였습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즉각적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전면적 재검토를 시사하는 공세적 조치를 취하였으며, 중국에 대한 공공연한 압박 기조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 신정부의 등장과 통상 기조의 급변은 전세계 자유무역질서에서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바,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현명한 정책적 대응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미국의 정책변화에 대한 임기응변식 정책은 올바른 처방이 아닐 것입니다. 이에 자유주의 무역질서의 원칙을 확인하고 효과적이고 능동적인 경제외교의 틀을 마련함으로써 시대의 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국제 자유주의 경제질서를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능동적인 방안을 구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주의 제도와 규범, 규칙에 입각한 자유주의적 접근보다는 미국의 비대칭적 권력관계를 최대한 활용하는 양자주의 협상과 일방주의적 보복, 실적지향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s: NAFTA) 재협상과 환태평양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 탈퇴를 실천하며 공공연히 중국을 제일순위 보복 대상으로 지목하고, 일본과 한국 등 미국에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에게 환율조작국 지정 위협으로 시정 압력을 시사하고 있다. 이를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 통상정책이라 부를 수 있다."

 

“중국의 무역정책이 적대적이고 위협이라는 인식은 백악관 산하 신설된 국가무역위원회(National Trade Commission) 나바로 위원장이 무역정책의 목표로 (1) 무역의 재균형(즉, 무역역조 해소), (2) 제조업 부활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3) 미국의 종합 국력(America’s comprehensive national power) 회복을 꼽은 데 잘 드러나 있다...... 향후 2년여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시장이 침체될 경우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분명하고, 한국이 수출한 중간재를 조립, 가공하여 미국시장에 수출하는 중국제품에 대한 본격적 보복이 실행될 경우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환율조작 문제는 보다 심각할 수 있다. 미 재무부는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으로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대비 3% 초과), 외환시장 일방적 개입여부(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가지를 따져 조작 여부를 판단하는데, 한국은 첫 두 조건에 부합하고 있어 만일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한국도 이를 피하기 어려운 처지가 된다.”

 

“한국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또 다른 중대사안은 미국의 TPP 탈퇴 선언이다...... 미국의 공백을 중국 등 주요국들이 메워주지 못하고 오히려 지경학(geo-economics)적 관심 하에 상호 전략적 경쟁에 몰두하여 지역질서의 불안정을 초래할 경우 한국경제에 주는 부정적 영향은 증폭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처럼 상대방과 비대칭적 관계 속에서 보복이 가능한 국가는 공정무역의 명분하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이에 대해 일차적으로 한국 정부는, 첫째, 기존 무역협정(한미FTA)이 양국간 이익의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하고, 둘째로 기존 협정의 이행 차원에서 불공정 관행 여부를 국제규범 및 규칙에 따라 판단하고 적극 시정 조치를 취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한미 FTA가 다른 FTA와 달리 미국 국내 일자리를 감소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관계를 심화,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한미FTA 체결 이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증가하고, 고용을 창출하였다는 점 등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한미FTA 개정 요구에 대해서 한국은 전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한미FTA 발효 5주년이므로 양국이 그간 성과와 개선 요소를 점검하고 이를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라 할 수 있다.”

 

“한국은 한미동맹과 한미FTA를 발전시켜가면서 역내외에서 전개되고 있는 다양한 FTA 체결 협상들을 품고 엮는 지역 아키텍처 설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RCEP, 한중일 FTA, TPP, 한일 FTA 등 다양한 네트워크들을 어떤 수순으로 엮어 궁극적으로 FTAAP로 도달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 수립이 중요하다. 이 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의 입장을 조화시키는 중추국가의 위치에 있으므로 한일FTA 협상의 재개는 여러모로 유용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한미관계의 경우, 미국이 전통적 무역 이슈에 통화 조정, 투자 균형, 방위비 분담, 무기구입, 안보협력 등과 연계하여 나올 경우 한국 측은 보다 통합적인 대응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통상정책은 폭넓은 경제외교의 시야로 전략을 마련하고, 관계 부처간 긴밀한 협조 하에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국가간 전략적 경쟁의 수단, 안보이익의 확보를 위해 통상정책을 수립하는 추세이고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 미중경쟁 속에서 이 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임을 고려할 때, 한국은 여러 경제부처 및 사회부처와 민간행위자, 나아가 국가전략과 안보 이익을 대변하는 행위자도 참여하여 공조할 수 있는 부처-횡단적 정책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목표와 전략을 마련하고 협상을 통솔하는 콘트롤타워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대표집필

 

손 열_ EAI 일본연구센터 소장, 연세대학교 교수. 미국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도쿄대학교, 와세다대학교,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채플힐(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방문교수를 거쳤다. 주 연구 분야는 일본 및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 지역주의, 글로벌 거버넌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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