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원은 2002년 《대통령의 성공조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조건》 (2007년), 《2013 대통령의 성공조건》 (2012년) 프로젝트를 통해 5년마다 민주화 이후 바람직한 대통령의 역할, 권한, 책임에 관한 제도화 방안을 강구해왔다. 2017년 대선의 해를 맞아, EAI는 2016년 6월 20일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초청해 《2018 대통령의 성공조건》 제8차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한국형 권력 시스템

 

현재의 권력 시스템이 지속되면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청와대에 권력이 집중되어 임기 말 의원들이 탈당하는 쳇바퀴 도는 구조가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구조를 리빌딩(rebuilding)해야 한다. 리모델링(remodeling)이 아니라 리빌딩인 이유는 국토뿐만 아니라 권력구조, 정치 구조, 경제 구조를 전반적으로 다 바꿔야 한다는 의미에서이다. 우리가 대한민국 리빌딩을 내세워 나아가는 목표점은 세계적인 스탠다드를 만드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삼성 핸드폰은 참 우수하지만 기술과 생산과정의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그 스탠다드는 다 우리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애플은 아이폰 스탠다드를 만들어 놓고 자체적 생산을 하지 않고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듦으로써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품을 만들 때가 아니라 스탠다드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 또한 미국형, 독일형, 일본형도 아닌 한국형을 만들어야 한다. 빠른 의사결정의 장점과 민주화를 이뤄낼 수 있었던 우리의 권력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면 그 장점이 계승될 수 있다. 안정적인 운영으로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모을 수 있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면, 개발도상국 중 상당수가 대한민국의 국가시스템을 배우자고 할 것이다. 이것이 진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정의 여러 목표 중에 하나가 열 개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드는 것이다. 이미 몇 개의 스탠다드를 만들어서 시도하고 있다. 경기도 주식회사,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운영, 제로 시티가 그 예다. 이런 것들이 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드는 것이고 정치 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개헌 논의가 되려면 대한민국 리빌딩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야 한다.

 

분권형 대통령제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권력 구조를 내각제 형식으로 바꾸고 청와대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 현재 대통령 비서들이 보좌진 역할을 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의 축을 이루고 있다. 이를 내각제로 바꾸고 의회가 대통령 보좌를 하게끔 해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이 내각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비서실은 비서 기능에 한정시켜야 한다.


궁궐형 청와대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을 따로 두지 않고 집무실과 레지던스를 구분하여 정부와 같이 일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소박한 레지던스와 실무형 오피스를 가지고 최소한의 비서 기능과 더불어 내각이 함께 토론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의회의 의석 분포에 따라서 의원들이 참여하는 내각제적인 요소를 가미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순수 내각제는 어렵고 분권형 대통령제가 적당하다. 분권형 대통령제가 실현되면 대통령 연임 또한 가능하다.

 

민주성과 효율성의 조화

 

민주적인 것은 절차를 중시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신속하지 못한 경우가 있는데, 직선제 대통령제와 내각의 조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내각은 의회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의회의 권한을 내치, 외치로 나누는 것 이외의 다른 방법을 모색해봐야 한다. 또한 지방분권은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의회에 권한을 더 부여해야 한다. 지방정부에 입법권하고 재정권이 없는 상황이라 이를 의회에 부여하는 것이 권력 분산이 될 것이다. 현재의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것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의사결정을 여당 또는 본인이 임명한 인물들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야당의 지도자들과 함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의 권한 부여

 

지방자치단체에도 권한을 더 줘야 한다. 개헌을 논의하게 되면, 개헌의 어젠다는 바로 지방분권 문제이다. 지방 분권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가 중요한데, 무엇보다 재정권, 인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정권과 인사권이 제대로 부여되지 않고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를 컨트롤하는 시스템이 너무 많다. 컨트롤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이냐가 논의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규제를 100퍼센트 없애자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너무 많다. 이를 비유하자면 아이들한테 매일 용돈을 천 원씩 주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아이들한테 일주일에 칠천 원을 주는 방법, 한 달에 삼만 원을 주는 방법이 있는데, 그 방법에 따라 아이들의 행동이 달라진다. 천 원씩 주면 대부분 천 원을 그냥 다 소진해버릴 것이다. 그러나 한 달에 삼만 원을 주면 자기들이 처음에는 신나서 쓰고, 보름부터는 굶을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기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할 것이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에 매일 천 원씩 지급하는 식으로 구조가 되어 있다. 이를 변경하여 보다 장기간을 설정하고 보다 많은 돈을 주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한 달에 100만원 주는 그런 구조는 될 수가 없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으로 주자는 것이다.

 

협치와 공유적 시장 경제

 

국가의 발전을 위해 정치와 경제 두 축의 혁신이 필요하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자 경기도는 정치 영역에서는 협치와 연정을, 경제 영역에서는 공유적 시장경제를 적용하고 있다. 정치, 경제는 동전의 양면이라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나 경제의 궁극적인 목표가 뭐냐 라고 한다면, 그 해답은 개인 행복이다. 개개인이 행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정치와 국가의 역할이고, 개인이 행복지면 국가가 자연스레 강해진다. 개인의 행복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을 하나만 정하라고 한다면, 좋은 일자리다. 정치를 잘 하는 것의 목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라는 것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의 형편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다. 젊은 세대, 경력 단절 여성, 은퇴 후 자영업자들이 자기의 역할과 자기 철학에 따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그래서 정치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것도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한 것이고, 경제도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최고다.


경제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좌파 정치인도 우파 정치인도 아니고,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을 싫어하기 때문에 연정을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미래에 20년, 30년 후에도, 여야가 합의했고 3당이 모두 합의했으니 어느 누가 뭐라고 해도 이것은 계속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합의문으로 남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연정이다. 새 대통령이 임명돼서 기존의 정책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현실에서는 장기적인 것이 나올 수 없다. 장기적인 것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은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모여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다 보니 권력을 나눌 수밖에 없다. 권력을 나누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권력을 나눠야 서로가 모여서 합의가 될 수 있고, 그래야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적 시장 경제는 경기도 주식회사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사회적 시장 경제는 조금 오래된 버전이고, 4차 산업 혁명 시기에 시장경제를 계속해서 돌아갈 수 있게 하려면 공유적 가치를 포함시켜야 한다.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기업들이 오픈 플랫폼 형식을 지향하는데, 이것이 또 신독점을 낳는다. 이것이 형성하는 독점의 폐해가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경기도가 나서서 플랫폼을 만들고, 그 플랫폼을 바

탕으로 기업들이 혁신을 창출하는 공유적 시장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경제 민주화를 해야 하지만 경제 민주화만으로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대기업의 반칙을 막아야 하지만, 대기업의 반칙 막는다고 중소기업이 사는 것이 아니다. 경기도가 자동차 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막았더니,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됐다. 경제 민주화의 효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제한적인 것이다. 앞의 경기도 사례와 같이 플랫폼을 만들고 그 속에서 중소기업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정책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중소기업을 뒷받침해야 한다. ■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한나라당 대변인,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거쳐 경기도지사를 역임했다.

 

 

사회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 교수

 

토론

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석호 서울대 교수
김재일 단국대 교수
김태영 경희대 교수
나태준 연세대 교수
박원호 서울대 교수
박형준 EAI 거버넌스센터 소장, 성균관대 교수
이내영 EAI 여론분석센터 소장, 고려대 교수
한규섭 서울대 교수
한승준 서울여대 교수
한정훈 서울대 교수
배진석 EAI 수석연구원
김보미 EAI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