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 연립정권의 예측된 승리

 

지난 7월 10일 일본 참의원 총 의석 242석 중 121석을 대상으로 실시된 제24회 참의원 통상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 공명당이 승리했다. 121석 중 자민당은 56석을, 공명당은 14석을 획득하여 비개선 76석을 포함해 146석을 얻으면서 과반 확보에 성공했다. 1인 지역구에서 연대한 민진당과 공산당, 사민당, 생활당은 총 40석을 획득, 비개선 27석을 포함해 67석을 유지하게 되었다.

 

제24회 참의원 선거 결과

이러한 결과는 예측된 것이었다. 선거 전 실시된 미디어의 여론조사에서 아베 정권의 4연속 선거(2012년 중의원, 2013년 참의원, 2014년 중의원, 2016년 참의원) 승리가 확실시 되고 있었고, 이러한 예측에서 벗어난 결과는 없었다.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점들이 있다. 우선 의석 분포도를 보면, 참의원에서 개헌을 지지하는 세력이 165석(개헌에 동의하는 비개선 무소속 의원 4명 포함)을 차 지하면서 개헌선인 전체 의석의 3분의 2인 162석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공식적으로 개헌을 추구하는 세력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공히 개헌선을 넘어서며, 실질적인 개헌 논의가 가능한 여건이 조성되었다.

 

 한편, 자민당이 단독 과반에 1석 부족한 121석을 얻으면서 승리했지만, 2013년 참의원 선거와 비교해 볼 때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인 민진당은 득표력에서 회복세를 보여 주었다. 2012년 중의원 선거 이후 일본의 선거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자민당에 대한 지지 증가가 아니라, 야당(구 민주당, 현 민진당)에 대한 지지 철회와 지지율 회복의 부진이었다. 2013년 참의원 선거에서 (비례 기준) 당시 민주당이 700여 만 표로 공명당보다 못한 득표력을 보여주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 민진당은 1200만 표를 획득하며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의석 수에서도 32석을 확보하며 2013년 17석(지역구 10석, 비례구 7석)에 비해 나은 결과를 얻었다. 물론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획득한 비례 득표수 2300여 만 표에 비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이다. 2013년과 같은 결과가 올해에도 반복되었다면 자민당은 단독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의석을 점유했을 것이다.

 

하지만 민진당을 중심으로 한 개헌 반대 세력(민진, 공산, 사민, 생활)간 연대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反) 개헌 4당이 연대한 1인 선출 지역구 32곳 중에서 자민당은 21곳, 야당 연대는 11곳에서 승리했다. 물론 2013년 31개 1인 선출 지역구에서 자민당이 29곳에서 승리한 것에 비하면 야당이 선방했다고 볼 수 있지만, 야당의 후보 단일화 전략은 도호쿠 지역 외에 전국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또한,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비례 득표수 2000여 만 표를 획득했다는 점은 야당의 득표력 회복만큼 자민당에 대한 지지도 함께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

 

일본 정치에서 조각(組閣)과는 무관한 참의원 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갖는다. 2007년 참의원 선거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이후 증가한 경제 불평등 문제에 대한 자민당의 부실한 대응과 지도력 부재를 처벌하는 성격이 강했고, 2010년 참의원 선거는 민주당의 정책 혼선에 대한 심판으로 정리된다. 현 아베 정권이 수립된 지 반년 만에 치러진 2013년 참의원 선거에서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집권 자민당에 대한 지지를 뒷받침해줬다. 2016년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와 개헌 반대를 쟁점화하고자 했다.

 

일단 아베 정권이 약속했던 아베노믹스의 경제성장 목표 중에는 달성된 것이 없다. 2%의 물가상승을 통해 연간 3%의 명목성장을 이루겠다는 약속은 이미 공수표로 끝났다. 아베노믹스의 경제성장 목표 미달에는 두 가지 원인이 존재한다. 하나는 유가 하락과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경기 위축이다. 물가상승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리려는 계획에 배치되는 이러한 요인들이 3% 명목성장 달성에 장애가 됐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고령화와 이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 때문에 3% 명목성장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만약 아베 정권이 성장을 분배와 분리하고, 분배정책을 축소시켰다면 일본 사회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반감이 고조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면서, 일본 국민이 아베노믹스에 대해 기대하거나 이것밖에 없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상황은 아베노믹스를 평가함에 있어서 야당이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민진당의 ‘사람으로부터 시작하는 경제 재생’의 슬로건은 아베노믹스가 지표상의 성장만을 추구하며 일반 시민들의 복리후생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프레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생활이 제일’이라는 슬로건 아래 방만한 행정의 효율화를 통해 다양한 복지혜택의 증가, 신자유주의적 고용개혁과 사회보장개혁 시정 등의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했다. 당시 자민당과는 차별화되는 민주당의 이러한 정책 제안은 선거를 '구조개혁 대 격차시정'의 구도로 만들면서 승리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2016년 참의원 선거에서 민진당 경제정책의 중심인 보육지원 강화, 노동여건 개선, 고령자 생활 지원 강화 등은 현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과 차별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보육지원 강화, 노동여건 개선, 고령자 생활지원 강화 모두 아베노믹스에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를 중심으로 하는 성장주의의 아베노믹스는 고이즈미의 구조개혁과는 분명한 노선 차이를 보이면서 성장을 국민생활 개선과 연결시키려는 가시적인 노력과 결부되어 있다. 아베 정권은 양적완화를 통한 엔화의 평가절하 및 그로 인한 일본 대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가계소비 확대로 연결하기 위해 재계에 지속적으로 임금 상승을 요구해왔다. 또한 2015년 9월부터 아베노믹스 제2기 진입을 선언하고, 출생률 증가와 개호이직 축소를 위한 보육지원, 고용제도 개선 등을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어린이 집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 아동 문제로 인한 ‘일본 망해라’ 블로그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아베 정권 보육정책은 내실이 부족하다. 하지만 현 정권이 성장을 국민의 생활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민진당이 아베 정권과 차별화하는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최초로 18세 선거권이 적용된 이번 참의원 선거에 대한 출구조사에서 10대는 물론 20-30대에서 자민당 지지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 것은 아베 정권의 아베노믹스와 관련된 생활지원 계획이 여전히 일본사회에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민진당이 아베노믹스와 차별화되는 경제정책으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에는 지난 민주당 정권의 실패가 주는 제약 요인이 크다. 민주당의 복지강화 노선이 결국 허풍이었다는 인식이 여전히 일본 사회에 남아 있고, 이러한 인식을 바꿀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민진당이 다시 집권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개헌 문제와 동아시아 국제관계

 

한편, 일본의 야당들은 개헌 세력이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에서도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게 되면 개헌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평화헌법 수호를 이번 선거에서 쟁점화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일본에서 인기가 없는 개헌 문제를 선거에서 가시화되지 않도록 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베 정권의 개헌 시도에 대한 반대 여론이 50%에 달하지만, 이러한 반대 여론이 야당에 대한 정치적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참의원 선거 후 아베 총리는 국회의 헌법조사회에서 헌법개정 논의를 시작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명했다. 중참 양원에서 개헌선을 확보한 상황에서 이제 일본의 헌법개정 논의는 일본 정치의 현안으로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개헌 논의가 진척되기까지는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우선 개헌 논의의 진전을 위한 호의적 여건으로는 일본 정치권 내에서 개헌에 대한 지지가 자민당, 공명당, 유신회, 고고로당에 국한되지 않고 민진당 내에도 개헌 지지자가 다수 존재하며, 미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자민당, 공명당, 유신회, 고고로당, 민진당의개헌 지지자들이 모두 합의한 개헌안이 아직 없다는 점과, 2015년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된 안전보장관련법 개정 과정에서 나타난 폭발적인 직접 정치 참여의 가능성은 향후 개헌을 시도함에 있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의 개헌 논의는 외생적 변수가 없을 경우 쉽사리 속도를 내기는 어렵다. 다만, 동중국해에서의 중국과의 영토분쟁 및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예상치 못한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현재 일본의 국회 구성은 개헌 논의가 급격히 이뤄지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전후 일본에서 개헌 논의는 꾸준히 있었지만 일본의 평화헌법은 어느 정도 상수였다. 중참 양원에서 모두 개헌선을 확보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상황으로, 향후 동아시아(한반도, 동중국해, 남중국해 포함)에서의 일본의 군사안보적 역할에 질적•양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역사인식 및 영토 문제와는 달리, 한국 정부가 일본의 개헌 문제에 대해 찬반의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 주권 국가의 헌법 개정 논의는 그 나라 국민의 자주적 결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의 개헌이 예상치 못하게 급격히 이뤄진다 해도 일본의 동아시아 군사안보 역할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확실히 정리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2015년 안전보장관련법 개정 과정에서도 일본 자위대의 유사시 한반도에서의 역할에 대해 한일 양국 정부간 입장에 혼선이 있었다. 한반도에서 일본의 군사안보적 역할은 아직 (또는 영원히) 한국 사회에 수용될 수 없는 사항이다. 미국과 안보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 정부로서는 개헌 후 일본의 군사안보적 역할에 대해 동아시아 지역 안보에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에 확실하게 입장을 전달하고 이러한 한국의 입장을 상수화하는 것이 앞으로 일본의 역내 군사안보적 역할에 관한 논의가 한국 내 정치적 혼란을 야기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저자

이정환 국민대학교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 연구 분야는 일본정치경제이다.

 


 

EAI 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논평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