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2015 EPIK Young Leaders Conference 

회의록/자료 EPIK Journals Online Vol. 6

행사 2016 EPIK Young Leaders Conference

 


 

 

 

안녕하세요? 동아시아연구원 인턴을 거쳐 EPIK 스파이더스로 활동하고 있는 정윤석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학문이라는 길이 참 고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문여역수행주 부진즉퇴(學問如逆水行舟 不進則退)’라는 말이 있듯이 홀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돛단배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저는 EPIK을 통해서 학문을 통한 소통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자와 오르간 연주자

 

19세기 말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는 바로 파이프 오르간이었습니다. 오르간은 기원전 3세기에 그리스에서 발명되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1930년도에 미국 뉴저지주에 지어진 오르간은 3만개 이상의 파이프와 7단의 건반으로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르간 연주를 듣다보면 자연스레 엄숙한 마음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학교에서 배우는 학문은 마치 오르간을 연습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강의 중에는 수세기에 걸쳐 학자들이 갈고 닦은 방법론을 배우고, 과제를 풀면서 그 방법론을 적용하는 연습을 합니다. 오르간 연주가 깔끔해야 하는 것처럼 리포트와 논문은 논리 정연하고 철두철미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상아탑에서 연구를 하는 학자는 공연장에서 거대한 악기 아래 홀로 연주하는 오르간 연주자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PIK은 재즈다

 

오르간의 가장 큰 단점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한 종류의 소리 밖에 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각각의 파이프가 하나의 음 밖에 내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자칫하면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한 분야의 방법론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분야의 언어 밖에 모른다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자신의 파이프에 갇혀서 한 종류의 이야기만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EPIK은 이런 문제에 공감하는 학생들의, 학생들에 의한, 그리고 학생들을 위한 소통의 장입니다. EPIK은 ’Exchange Panel for Interdisciplinary Knowledge’의 약자인데요, 말뜻과 같이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모여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과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주된 목표입니다. 매년 화두가 되는 주제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게 되고 이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EPIK은 파이프 오르간보다 재즈에 가깝습니다. 그랜드 피아노와 드럼이 함께 호흡을 맞추고, 일렉트릭 기타와 색소폰이 서로 대화를 나눕니다. 불협화음은 새로운 멜로디의 시작이 되고, 누군가의 즉흥연주는 노래의 전반적인 모티프가 됩니다. 고독할 것만 같았던 공부가 즐거워지는 순간입니다.

 

학생다운 컨퍼런스

 

EPIK이 처음으로 구상된 것은 2009년의 일입니다. 1기 집행부로 활동하면서 김병국 교수님의 조언을 구했는데 ‘교수티를 내면 안된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부터 EPIK은 매년 학생다운 컨퍼런스를 주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선 학생이기 때문에 떠올릴 수 있는 주제를 다루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과감한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2013년 컨퍼런스에서는 국제질서가 다극화 체제로 전환되면서 정치•외교•문화 등 다방면에서 갈등의 징조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갈등이 협력보다 좋을 수 있는가(When is conflict better than cooperation?)’라는 주제를 택했습니다. 또, 2014년에는 새로운 기술이 확산되기 위해 최초 도입자보다 ‘얼리 어답터’의 영향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에 착안해 국제정치에서 리더십이 아닌 ‘팔로워십’의 중요성에 대한 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이러한 주제에 대해 조사를 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단순히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응용하는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인용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컨퍼런스에서 발표되는 논문들을 읽다보면 학술지에 출판되는 논문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듭니다.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저는 매년 EPIK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거미줄 치기

 

EPIK은 컨퍼런스가 개최되는 당일에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EPIK 참가자들을 스파이더스라고 부르는 이유는 EPIK을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거미가 되어 전세계에 거미줄을 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컨퍼런스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EPIK 스파이더스는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스파이더스’라는 개념은 21세기에 맞추어 ‘지식기반 복합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하영선 교수님의 말씀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대학교 시절 ‘동아시아 국제관계학’이라는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습니다. Thomas Christensen 교수님께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리자 그 누구보다 반가워하시면서 불과 몇 달 전에 ‘한미동맹 컨퍼런스’에서 강연을 했다고 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교수님께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고 논문을 쓸 때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EPIK 스파이더스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EPIK 안에 있는 그물망 뿐만이 아니라 그 위에 있는 그물망에 접속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PIK을 활용해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넓힐 수 있는 것이지요.

 

영 리더스의 조건

 

매년 EPIK이 주최하는 컨퍼런스의 공식적인 이름은 ‘EPIK Young Leaders Conference’입니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조국 또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Young Leaders라고 부르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과 같은 구호는 더이상 젊은 세대에게 와닿지 않습니다. 우리는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를 찾고 싶어 합니다.

 

Young Leaders가 되기 위한 유일한 조건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열정을 갖고 끝까지 파고들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열린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EPIK 영리더스 컨퍼런스는 젊은 학생들이 모여서 이러한 조건을 갖춘 Young Leaders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저 또한EPIK을 통해 발표자, 토론자 및 집행부 위원으로서 활동하며 제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PIK을 거쳐간 모든 분들이 그 느낌을 잘 간직한다면 EPIK 스파이더스라는 그물망에는 희망과 열정의 물결이 일렁일 것입니다. 이 말은 제 주변의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서 해주신 말씀들을 모은 것으로 저 스스로에게 매일 되뇌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우리의 미래와 꿈에 대해서 불안해하지 말고 천천히 한 걸음씩 떼며 나아가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