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2016년 1월 6일 북한이 수소폭탄 개발을 위한 첫 실험을 하고, 이어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광명성 4호를 발사함으로써 한반도는 1991년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여섯 번째 북핵위기를 맞이하고 있다(표1 참조). 지난 사반세기 동안 겪은 악순환들에 비춰봤을 때 이번 6차 북핵위기는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중요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북핵위기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은 6차 핵위기 이후 수소폭탄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에도 악순환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북한은 향후 7차 핵위기 시점에서 보다 본격적으로 전략적 의미를 가지는 핵무기와 운반수단의 기술적 발전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둘째, 이번 핵과 미사일 실험은 집권한지 4년째를 맞이하는 김정은 정권이 오는 5월 35년 만에 개최하는 제7차당대회에서 선보이겠다는 “휘황한 설계도”의 예고편이었다. 핵실험 직후 북한은 외무성 성명에서 “미국의 극악무도한 대조선적대시정책이 근절되지 않는 한 우리의 핵개발중단이나 핵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있을 수 없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김정은 정권이 21세기 ‘강성국가’ 건설 과정에서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게 되더라도 경제-핵 병진노선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다. 셋째, 과거 다섯 차례의 핵위기에서 관련 당사국들은 제재와 협상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해 왔으나 결과적으로 모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했다. 6차 핵위기를 맞이한 지금 유엔(United Nations: UN)은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를 통해 보다 강화된 일곱 번째 제재결의를 앞두고 있고, 한국과 미국, 일본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화된 다자 및 독자 제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각오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를 포함한 이러한 제재 노력은 중국의 제한된 참여 속에서 폐쇄국가인 북한의 새로운 노선 변화를 끌어내야 하는 과제와 직면하고 있다. 

 

북한의 핵기술 능력 고도화, 김정은 정권의 강력한 핵무장 노선, 국제사회와 한국의 제재 효과성 문제 등 3중적 어려움 속에서 7차 북핵위기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지난 사반세기동안 실패해 온 제재와 협상이라는 단순 해법 대신 효율적 경제제제의 강화, 대북 비핵 신안보체제의 구축, 북한 비핵화의 신외교 모색, 북한의 자생적 비핵화노선 촉진이라는 새로운 복합해법이 필요하다.

 

2. 효율적 제재의 강화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에 대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취한 여섯 차례의 제재는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량살상무기의 제조와 유통 재원에 대해서는 북한의 무역과 금융에 대해 광범위하게 제재하고 있고, 금수품목의 이동에 관해서도 검사, 입항금지 등의 제한을 두고 있다.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북한의 개인, 단체, 그리고 외교관의 행동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고 있다. 북한 정권 유지와 관련된 사치품의 유입도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 문제는 이러한 제재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회원국들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제재를 이행할 동기와 효율적 이행체제를 구비하지 못하고 있는 한편 유엔에 대한 사후 보고 역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핵,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면서 유엔 결의안을 지속적으로 위반하더라도 북한에 치명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유엔 차원의 다자적인 효율적 체제가 여전히 불비하다고 말할 수 있다.

 

동시에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제재를 넘어선 포괄적인 경제제재가 가능한가의 어려운 문제가 있다. 유엔 상임안보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가 북한 주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북한 정권 자체의 안정성에 위해를 미친다는 생각 아래 광범위한 경제제재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러시아는 냉전기부터 비확산체제를 미국과 함께 만들고 현재에도 동아시아 질서 건축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 대한 강한 제재에 미온적이나마 찬성해온 경향이 있다. 반면 중국은 미중 전략 경쟁이 중요한 특징인 동아시아의 지정학 구도에서 여전히 북한을 지정학적 자산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가 북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을 고려하여 높은 수준의 제재를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의 대북제재가 강력해질 경우, 북한 정권의 붕괴가 초래될 수 있고, 한미의 대북 전략이 북한 붕괴를 유도 또는 방치할 것이라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자국의 동북아 전략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큰 북한의 붕괴를 막으려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대량살상무기와 사치품에 한정된 대북 경제제재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해왔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이번 4차 핵실험과 광명성 4호 발사를 계기로 독자적 대북제재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켰다. 미국 상하원의 표결과 대통령의 승인으로 발효된 대북제재법안은 대량살상무기뿐 아니라 인권, 사이버, 사치품 조달과 관련된 북한의 행동에 대해 개인, 집단 차원의 제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미국 재무부가 주요 돈세탁 우려대상을 지정하여 이에 대한 금융제재를 가할 수 있어 김정은 정권의 북한 통치자금에 대한 제재에 활용될 수도 있다. 그리고 대량살상무기 자금에 활용될 수 있는 광물 거래, 특히 흑연, 석탄 등 지하자원의 거래를 제재할 수 있는 광범위한 경제제재도 포함하며,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을 의무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경제력을 비롯한 미국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제3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미국이 주도하는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할 경우 기존 유엔 차원의 제재를 넘어선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맞추어 핵심 당사국인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장기적 변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오던 개성공단의 활동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의 종합적인 효과는 대북 경제제재의 핵심 고리인 중국이 어떠한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또한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가 확장될 경우 이에 대한 미중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중국의 합의 없이 미국이 중국의 개인과 기업, 금융기관을 제재대상으로 삼는다면, 미중관계는 불가피하게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과의 경제적, 전략적 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어느 정도까지 감수하고, 중국도 북핵 정책에 대한 의견 차이로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어느 정도까지 훼손할 각오가 되어있는지가 핵심이다...(계속)

 

 

 


 

집필진

김병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 및 서울대 경제학부 BK21 플러스 사업단 단장을 겸직하고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수여받았으며 영국 에섹스대학(University of Essex)과 서강대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체제이행과 응용계량경제학이며 주로 구사회주의 국가들과 북한을 대상으로 연구하고 있다. 2011-2012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경제분과 간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외교부 자체평가위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위성락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 주러시아 대사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지냈다. 2003년 제2차 북학위기 당시 북미국장으로서 북핵 업무를 담당한 바 있으며 2009년 3월부터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정부의 북핵 관련 정책을 이끌었다. 서울대학교 외교학 학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1979년 제13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약 36년 동안 대한민국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성균중국연구소 출범 이후 지금까지 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의 정치변동과 동북아 국제관계이며 《중국의 새로운 사회주의 탐색》, 《중국의 새로운 민주주의 탐색》, 《중국의 국가 대전략연구》 등의 단독 저서를 낸 바 있다. 미국 워싱턴대(University of Washington) 방문교수, 중국해양대학 초빙교수, 일본 나고야 대학 특임교수, 베이징대학 교환연구원 등을 거쳤다. 현재 수도사범대학, 길림대학, 천진외국어대학, 푸단대학 조선-한국연구소 등의 겸직교수와 객원교수 등을 겸하고 있으며, 중국 내 유력잡지인 <東北亞論壇>, <中國戰略報告>, <當代韓國>의 해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전재성 EAI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숙명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현재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외교안보분과 간사)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국제정치이론, 국제관계사 등이며, 최근 저술로는《정치는 도덕적인가》, 《동아시아 국제정치 : 역사에서 이론으로》, “구성주의 국제정치이론에 대한 탈근대론과 현실주의의 비판 고찰”, “유럽의 국제정치적 근대 출현에 관한 이론적 연구”, “강대국의 부상과 대응 메커니즘 : 이론적 분석과 유럽의 사례” 등이 있다.

 

하영선 EAI 이사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미국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장, 미국학연구소장, 한국평화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통령 국가안보자문단 자문위원,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이다. 저서 및 편저로는 《하영선 국제정치 칼럼 1991-2011》, 《복합세계정치론 : 전략과 원리 그리고 새로운 질서》, 《한일 신시대와 공생복합 네트워크》, 《변환의 세계정치》 등이 있다.

 

 


 

 

 

 

* 본 보고서는 2016년 2월 3일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진행된 “북한 핵실험 이후 대북전략” 토론 이후 참석자들 간의 심층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쳐 작성되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