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는 미국의 CCGA, 일본의 Genron NPO, 중국의 Horizon Research Consultancy Group과 공동으로 한미중일관계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하여 상호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하였다. 본 보고서는 4개국의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CCGA가 발간한 영문 보고서를 국내 독자들을 위해 국문으로 번역한 것이다.

 

 

 

 

개요

 

한미일 3국은 공식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삼자관계를 맺고 있으며 다양한 상호 관심사안 및 위협에 대해서는 정부 간 조정과 협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에 직면하여 미국은 견고한 한미일 삼자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한일 양국간 상호불신은 삼자관계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한미일 3국의 국민여론은 정부간 역학관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세 국가의 국민 다수는 다른 두 상대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 미군이 지속적으로 주둔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동맹(regional alliance)을 견고히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보다 큰 이슈에 대해서는 여론이 갈리고 있다.

 

첫 번째 과제는 한일 양국 국민이 안보동맹을 한미일 삼자관계로 보기보다 미국과의 양자 차원의 별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일 양국 간 상당한 수준의 불신이 내재되어 있음을 반영한다. 한일 양국의 국민 다수가 각기 미국과의 관계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반면, 상대국에 대해서 국제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 생각하는 국민은 소수에 불과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일 양국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미국의 안보약속이 필수적이며 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공유하고 있기에, 이것이 한일 양국 여론을 하나로 묶어주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한국과 일본의 국민 대다수는 자국의 국방을 위해 미국이 군사력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상대국의 방위를 위해 미국이 군대를 파견하는 데에는 호의적이지 않다. 이러한 양상은 특히 한국인들 사이에서 현격히 나타나며, 소수의 한국인만이 미군이 일본을 방어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협력을 위한 두 번째 과제는 미국이 어떻게 아시아 재균형(Asia rebalance) 정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이다. 비록 지속적인 미군 주둔에 대한 지지여론은 존재하지만, 한미일 국민 10명 중 1 명만이 역내 미군 주둔 강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아시아의 두 주요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에 이들 국가의 방위에 미국이 헌신하고 있다고 계속 확신을 주고 있지만, 미국이 이러한 약속을 이행하고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미 해군력 증강과 같이 군사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과제는 미래에 관한 문제로, 남북통일 이후 한미동맹에 관한 것이다. 미국인의 70% 이상은 통일 이후에도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데 찬성하지만, 40%는 통일 이후 동맹관계가 유지되더라도 미군은 철수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한국인들은 주한미군에 관하여 양분된 입장을 보였는데, 49%는 주한 미군의 잔류에 대하여 지지하는 한편, 44%는 이에 반대하였다.

 

삼각동맹관계 관련 이슈 외에 또 다른 중요한 과제는 중국의 증가하는 영향력이 지역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미중일 4개국의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네 국가 국민 모두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중국이 이러한 영향력을 어떻게 발휘할지에 대한 기대는 서로 달랐다. 일본인의 10명 중 2명, 미국인의 3분의 1정도만이 중국이 국제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 답하였다. 반면, 다수의 한국인은 중국이 국제 문제를 책임감 있게 다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중국인의 시각으로 본 동아시아는 한미일 3국과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중국인들은 한미일 각국과의 양자관계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미국이 국제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믿는 중국인은 과반을 넘지 못했다(45%). 한국 및 일본과는 반대로, 중국인 과반수(58%)는 한국과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규모가 축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미국이 유사시 지역 동맹국을 방어할 수 있도록 미군을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시나리오에 따라 56%부터 82%까지 반대입장을 보였다. 일본과의 관계악화 및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본인들과 달리 중국인들은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론

 

한미일 삼자관계는 60년 이상 한미일 3국에 있어 동아시아 안보의 초석과도 같았다.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지난 5년 간은 비교적 순조롭게 유지되었다. 한미일 3국은 위협을 완화하고 국제 문제를 해결하며 자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협력하고 있다. 한미일 삼자관계에 대한 여론은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이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간의 균열이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일 양국 간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알 수 있다. 상대국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시키려는 정치인들의 노력과 의지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해결되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아울러 한미일 3국의 중국에 대한 인식도 서로 달랐다. 중국이 새로이 구축한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에 대해 한미일 3국은 명확한 의견 차이를 보였는데, 특히 한국인과 일본인의 인식 차이가 컸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통일 이후 한미동맹의 역할에 대한 한미 양국의 여론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할 때, 한반도 통일에 따른 동맹관계의 미래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 삼자관계에 대한 인식

 

한미일 3국 국민은 대체로 삼자동맹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한국인(98% 중요, 그 중 71%는 ‘매우’ 중요)과 일본인(89% 중요, 그 중 69%는 ‘매우’ 중요)은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인들도 일본(88%) 및 한국(83%)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아 그 만큼 이에 대한 확신은 다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그림 1].

 

 

[그림1] 양자관계 중요성에 대한 인식 조사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양국 국민은 한일관계에 대해 실리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과반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응답자의 절대 다수가 대체적으로 양국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간 차원에서도 불신은 한일관계의 중요한 특징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48%만이 일본이 국제 문제에 대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답했고, 일본인은 25%만이 한국이 그러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그림 2].

 

미국인들 또한 한국이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인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인의 66%가 한국이 믿을만한 파트너라고 응답한 반면(일본에 대해서는 78%), 한국이 국제 문제에 책임감 있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3분의 1에 해당하는 36%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일본이 국제 문제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58%에 달했다. 이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신뢰도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말해준다.

 

한국인들이 국제 문제 해결 능력 면에서 자국보다 미국과 중국을 더 신뢰한다는 사실은 주목할만하다. 한국은 조사대상 4개국 가운데 이러한 반응을 보인 유일한 국가였고, 이는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이 분명하지 않은 데다 국가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부족함을 시사한다.

 

 

[그림2] 국제 문제 처리 능력에 대한 신뢰도에 관한 인식조사

 

미국인들은 국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지역 동맹국들보다 자국을 더욱 신뢰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인들이 역내 미군 주둔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보내는 이유를 뒷받침해 준다. 2014년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 CCG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의 64%가 미군의 일본 장기 주둔을, 55%가 미군의 한국 주둔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한 이번 조사결과는 지역 정책결정자들에게 중대한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한일 양국 정부에게 동맹국의 방위를 위해 필요할 경우 무력을 사용할 뜻까지 밝히며 동맹국과의 약속을 지킬 준비가 되어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이 역내 미군 증강을 위한 보다 자연스러운 환경이 조성되었음에도 한국과 일본의 반대 여론에 부딪혀 — 미국에서 조차도 — 이를 시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2011년 오바마 대통령 이 발표한 미국의 재균형 정책에 대한 반응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재균형 정책은 중동에서 갈등이 완화되던 시점 에 제안된 것으로, 아시아가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할 것임을 알려주는 의미도 있다. 2012년 CCGA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미국의 외교 군사 자원을 중동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시키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는 지지율이 60%까지 증가했으나 그 이후로는 점차 감소해 2015년에는 미국인의 49%가 재균형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동지역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의 테러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올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구체적으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지 않았지만, 다른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 국민들 사이에도 동 정책에 대한 지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인의 55%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실시한 여론조사 에서는 일본인의 58%, 한국인의 50% — 미국인의 47% — 가 역내 미군 증가가 “지역 평화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좋다”라고 응답하였다. 아울러, 동아시아연구원이 2010–2015년 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에 대한 지지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48%이었던 지지율이 2015년에는 66%로 늘어났다.

 

2015년 CCGA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미일 3국 국민에게 아시아-태평양지역 주둔 미군의 적정 규모를 묻는 질문에 과반수 이상(일본인 53%, 한국인 61%, 미국인 64%)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역내 미군 증강에 대한 지지율은 매우 낮았다. 주둔 미군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견해와 비교했을 때, 증강해야 한다는 여론은 미국과 일본의 경우 절반 수준이었으며, 한국은 3분의 2 수준이었다[그림 3].

 

 

[그림3] 아시아-태평양지역 주둔 미군 규모에 대한 인식조사

 

 

중국의 도전

 

최근 중국이 동아시아 내 강대국으로 부상함에 따라 역내 역학관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CCGA의 여론조사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다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98–2012년 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국익을 위해 중국과 일본 중 어느 국가가 더 중요한지를 물어본 결과, 1998년 미국인들은 일본이 중국보다 더 중요하다고 응답하였다(일본 47%, 중국 28%). 그러나 2012년에는 응답자의 70%가 중국이라고 답하였으며 27%만이 일본을 선택하였다.

 

중국의 군사력과 기술력, 경제력의 증가 추세로 볼 때, 한미일 3국 국민 모두 향후 10년 내 중국의 역내 영향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그림 4]. 이를 보면, 한미일 3국 국민 모두가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확대된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는데, 이는 중국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이러한 차이로 인해 한국과 일본이 대미관계에서는 합의점을 찾으려 하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취했던 것이다.

 

 

[그림4] 향후 10년 내 아시아 지역 영향력에 대한 인식조사

 

 

중국과 일본

 

아베 정권 하에 중국에 대한 일본인의 태도는 하나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중일관계가 급격히 냉각되었고, 이는 일본 국민의 태도에도 반영되었다. 한미일 3국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과반(42%)을 넘지 않은 국가로는 일본이 유일했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일본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한 중국인도 12%로 매우 적었다. 중국과 일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불신은 양국관계의 중요한 특징으로 드러났다. 중국이 국제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응답한 일본인은 15%에 불과했고, 중국인 가운데 일본이 그러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4%에 그쳤다.

 

중국과 일본의 여론을 살펴보면, 중일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뚜렷한 합의점이 없다. 일본인의 경우 10명 중 2명은 중국과의 문화교류, 정치안보관계 강화, 글로벌 이슈에 대한 협력, 경제관계 강화 등이 중일관계를 개선시키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하였다. 중국인은 3분의 1이 정치안보관계 강화가 양국관계 진전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답해 일본인보다는 선호도가 확실해 보였다. 그럼에도, 중일 양국 중 어느 한쪽도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에 대해 명확한 국민적 합의가 없다는 것은 결국 양국 관계 개선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그림5] 중일관계 개선 방안에 대한 인식조사

 

 

한국과 중국

 

한국은 일본과는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중국과 꾸준히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우호관계는 한국인의 과반수 이상이(71%) 중국이 국제 문제에 대해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일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중국인들도 한국인들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의 47%만이 한국에 대해 같은 의견을 보였다.

 

한중관계의 발전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의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지만, 한국 국민은 한중, 한미 관계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중 두 국가와의 관계를 서로 다른 측면에서 강조하고 있다. 한미관계에서는 안보와 정치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한편, 한중관계에서는 경제적인 부분만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인의 70%는 중국과 경제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반면,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정치안보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15%에 불과했다[그림 6].

 

 

[그림6] 한중관계 개선 방안에 대한 인식조사 

 

하지만 한국인들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경제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양국관계에 한계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이 중국 경제에 대해 이중적 인식을 갖고 있음이 드러난다. 중국은 한국산 제품을 팔 수 있는 거대 시장이자 한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여겨지는 반면 — 그래서 경제적 관계를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잠재적인 위협으로도 인식된다. 아산정책연구원이 2012년에 시행한 설문조사 에서 한국인의 53%가 중국을 경제적 위협으로 보았으며, 2014년에는 그 비율이 72%까지 증가했다. 중국 기업이 중국과 해외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를 약화시킴에 따라 중국을 경제적 위협으로 보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미국 정부는 끊임없이 자국의 정책에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없다 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공개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관계 증진을 장려하였다 . 또한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고자 하는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환영의 뜻을 비추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인의 생각도 이러한 정부의 입장과 유사해 보인다. 2006년 이후, 미국인 3분의 2가 일관되게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보다 포용하기를 원한다고 응답하였고, 2015년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 과반수 이상이 중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55%가 매우 중요, 33%가 다소 중요). 중국의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23%밖에 되지 않지만, 이들을 포함한 중국인의 79%가 미국과의 관계를 전반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 및 일본과의 양자관계보다도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답하였다.

 

서로를 중요시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상호 간 신뢰 부족은 여전히 문제다. 미국인 가운데 34%만이 중국이 국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응답하였으며, 중국인의 경우 46%가 미국이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의 미국에 대한 불신은 부분적으로 역내 미군 주둔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는 두려움과 연계된 것인지도 모른다. 명백히 중국인의 과반수 이상(58%)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감축해야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안보관계는 미중관계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지는 부분이지만, 정치안보관계 개선이 미중관계 전반을 향상시키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하는 중국인은 상대적으로 적었다(19%) [그림7]. 오히려 중국인들은 미국과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5%). 한편, 미국인들은 미중관계 증진을 위한 각종 방안에 대한 선호도에 있어 중국보다 고른 분포를 보였다. 미국인의 29%는 경제관계를, 33%는 정치안보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답하였다. 다만 정치안보관계 강화에 대해 미중 양국이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오판으로 인한 위험성을 고려할 때 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림7] 미중관계 개선 방안에 대한 인식조사

 

 

잠재적 갈등 발생 시나리오와 예상 결과

 

아시아 전문가들은 동아시아 지역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요인으로 영토분쟁을 꼽지만, 한미중일 4개국 국민들은 에너지 및 경제 분야에서의 경쟁, 남북관계, 핵무기 확산 등 보다 광범위한 이슈에 의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과 일본인은 한일, 중일, 양안 관계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그림8].

 

 

[그림8] 아시아 지역 주요 국가 간 갈등 발생 요인 및 확률에 대한 인식조사

 

한미중일 4개국 중 일본인들은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요인에 대해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비록 일본인 과반수 이상이 주요 에너지원에 대한 경쟁(59%)과 남북 간 긴장(59%)으로 인해 국가 간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응답하였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그 응답률이 현저히 낮았다. 10명 중 4명만이 중일관계가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하였고(39%), 10명 중 2명이 한일관계에 대해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2%).

 

한국인은 모든 상황에서 일본인보다 갈등 발생 확률이 높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과반수가 중일관계(56%)와 한일관계(54%)로 인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소 혹은 매우 높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그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에너지 자원 및 경제 분야에서의 경쟁과 핵확산, 남북 간 긴장이 아시아 주요 국가들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설문조사 질문지의 선택지가 국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인과 미국인은 서로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들은 에너지와 경제 분야에서의 경쟁으로 인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으로 중일관계를(72%) 잠재 갈등 요인으로 지목하였는데, 이는 일본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중국인 3명 중 2명은 핵확산(65%)과 남북 간 긴장(63%),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미군 주둔 문제로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응답하였다(65%).

 

에너지와 경제 분야에서의 경쟁, 남북관계, 핵무기 확산에 의해 야기되는 잠재적 갈등에 대해서는 미국인들의 생각도 중국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인 3명 중 2명이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군 주둔 문제를 잠재적 갈등 요인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국의 군사력 증대가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의 비율은 미국이 중국보다 높았다(미국79%, 중국 59%).

 

 

북한과 무력 사용에 대한 태도

 

조사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남북 간 긴장은 특히 한미일 3국에 여전히 이 지역의 주요 안보 쟁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CCGA는 이번 설문 조사 시 별도의 질문을 통해 미국인 과반수가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편,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위협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7%에 조금 미치지 못했다. 미국인 과반수는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종식시키기 위해 무력 사용에 찬성하는 응답률은 낮았다[그림 9]. 미국인들은 북한의 핵시설 파괴를 위해 군사를 파견하는 것보다도 북한의 핵무기 추가 생산 사실을 그냥 받아들인다는 것을 더욱 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9] 북한을 다루는데 있어서의 미국의 태도에 대한 인식조사

 

만약 미국과 북한이 군사적으로 충돌하게 된다면, 이는 남북 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될 때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북한이 한국을 침략한다는 가정 하에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이 무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미국인들의 의견은 양분되었다(찬성 47% 찬성, 반대 49%). 이와는 달리, 중국과 대만이 충돌했을 경우, 미국의 무력 사용에 대한 지지율은 17년 동안 거의 변함이 없었다(찬성 28%, 2015년 설문조사).

 

한국의 방위에 대한 이러한 미국인들의 제한적 지지는 한국에서 미국의 방위 약속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만, 관련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군 파병에 대한 미국 국민의 지지도는 2014년부터 변함없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한국의 방위를 위해 미군 파병에 대한 지지율도 1974년 19%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왔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무력 사용이 요구될 수 있는 여타 상황들이 있으며, 국가마다 상황 별 지지율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한국인의 3분의 1정도가 중국이 대만을 침략했을 경우, 대만의 방위를 위해 미군을 파병하는 데에 찬성한다고(36%) 답하였으며, 북한이 일본을 공격했을 경우에는 27%, 중국이 먼저 일본에 군사적 공격을 감행했을 경우에는 27%가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을 경우에는 한국인의 91%가 미군 병력 투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다수의 일본 국민은 북한이 공격을 가할 경우, 한국(57%)과 일본(71%)의 방위를 위해 미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에 찬성했다. 또한 일본인 다수는 중국이 일본에 선제적으로 군사적 행동을 취할 경우 일본의 방위를 위해 미군 병력을 사용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56%).

 

 

[그림10] 미국의 역내 무력 사용에 대한 인식조사

 

 

미래 통일의 영향

 

남북 통일은 자주 논의되는 주제이지만, 최근 몇 년간 실질적인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북한의 붕괴로 인해 통일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기는 하나, 관련국 모두에게 최선의 상황은 자발적 통일, 특히 한국 정부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는 통일일 것이다. 북한의 붕괴에 의해 통일이 될 경우, 한미동맹은 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자발적 통일의 경우, 한미동맹과 미군 주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장기간 양측에서 모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민 중 통일이 되면 한미 동맹관계를 청산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18%였다. 그러나 2010년 첫 관련 여론조사 실시 후 한미동맹 및 주한 미군 존속 여부에 대한 여론의 흐름에 변화가 있었다. 2010년에는 통일 이후에도 주한 미군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미군 철수를 찬성하는 비율보다 높았으나, 2015년 현재에는 반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그림11].

 

 

[그림11] 남북통일 이후 동맹관계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조사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통일 이후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당연히 한국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비록 통일이 가시적인 프로젝트라기 보다는 아직 하나의 아이디어에 지나지 않지만, 과반에 가까운 한국인들은 “평화적 통일 이후에도 주한 미군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49% 찬성, 44% 반대). 동맹관계는 미군 주둔 여부와 상관없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통일 이후 주한 미군 존속에 대한 반대 여론이 동맹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인들도 통일 이후 주한 미군 존속에 대해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찬성하는 의견은 45%인 반면,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의견은 29%였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이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인 바, 3분의 2가량인 66%가 남북이 평화적 통일을 달성한 후 미군이 한반도에 남아 있을 필요는 없다고 응답하였다.

 

 

결론

 

한미일 3국 정부는 삼자동맹의 강점을 계속해서 내세우는 반면, 국민여론은 삼자동맹이 갖고 있는 명백한 취약점이 있으며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일관계의 균열을 극복하는 문제에서부터 한미일 3국의 대중국 접근 방안에 대한 신뢰 구축, 한반도 통일문제와 관련된 사안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일이 많지만, 이 모든 사안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한일 양국 모두 한일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들의 관계가 회복되려면 내부적 차원의 정치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한미일 3국은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중국에 대한 서로의 다른 접근법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한국의 중국에 대한 장기적이고 본격적인 방향 전환에 대한 조짐이 없고 미국과의 양자관계에 대한 시각도 매우 긍정적이지만, 한국과 중국 간 우호 관계 발전 과정은 여전히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의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는 환영 받아야 마땅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이슈를 논의함에 있어 중국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

 

 

 

 

조사 방법론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 (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 CCGA) – 미국

이번 보고서는 2015년 CCGA가 실시한 외교정책에 대한 미국인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시장조사기관인 GfK가 전국 규모의 온라인 설문조사 프로그램 KnowedgePanel을 이용하여 미국 전역에 살고 있는 18세 이상 2,034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2015년5월15일~6월17일까지 실시되었다. 오차범위는 ± 2.2 ~± 3.1%p이며, 질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言論 NPO – 일본

NPO의 여론조사는 2015년 4월 9일~30일 간 18세 이상 1,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이번 조사는 2010년 인구통계자료를 기초로 일본 50개 지역을 선택해 각 지역에서 20명의 표본을 추출하였다. 피조사자에게 질문지를 직접 전달 후 며칠 후에 회수하는 방문유치회수법을 사용했다. 오차범위는 ± 4.6 ~± 6.0%p이며, 질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동아시아연구원 (East Asia Institute: EAI) – 한국

EAI의 여론조사는 2015년 4월 17~5월 17일 간 한국리서치에 의해 18세 이상 1,01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이번 설문은 지역, 성별, 연령에 따라 할당추출법을 사용하였으며, 면대면 면접방식에 의해 진행되었다. 오차범위는 ±3.1%p이다.

 

Horizon 리서치 컨설팅 그룹 (Horizon Research Consulting Group) – 중국

Horizon 리서치는 2015년 8월 25일~9월 11일 간 18세 이상 29개 성(省)급 도시주민 3,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인구비례확률추출법(PPS)에 따라 표본을 추출하였으며, 면대면 면접방식에 의해 진행되었다. 오차범위는 ±1.8%p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