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19대선 게임의 룰 : 보수후보의 분화와 당내 노선경쟁의 격화 예고
유승민 사퇴정국은 2단계 선거경쟁의 전조

 

 

 

본 보고서는 <월간중앙> 제 201508호에 기고한 “2단계 선거경쟁이론으로 본 19대 대선구도 예측”의 원본 보고서이다(2015년 7월 17일). <월간중앙> 의 양해 하에 본 보고서를 발간한다.

 

 

 

 

1. 본격화되는 차기 대선 경쟁구도

 

집권3년차 본격화되는 차기 대선 경쟁

보수진영 포스트 박 이후 지배적 선두주자의 부재

 

박근혜 대통령 임기반환점을 앞두고 여권으로부터 차기 대선 경쟁의 신호탄이 올랐다. 다음 19대 대선은 역대 그 어느 선거보다 가장 치열한 예선전이 예고되고 있다. 최근 벌어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그 후 유승민 모멘텀이라 불릴 만한 지지율의 급상승은 19대 대선경쟁구도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19대 대선은 어떤 선거구도 하에서 치러질까? 최근 급격하게 관심을 끌기 시작한 차기 대선경쟁에 즈음하여 현재 여야 잠재적 후보군들의 지지율 분석을 통해 19대 대선의 구도를 예측해보고자 한다. 기존의 선거전문가들은 대체로 한국 사회의 지역 및 세대균열, 유권자들의 이념적 대결구도 등 후보 및 정당 바깥에서 선거구도를 분석해왔다. 소위 전통적인 영호남 대결구도나 인구고령화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론, 심판론과 안정론의 정치 구도를 통해 분석하는 논의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 선거분석에서 관심을 끌지 못했던 2단계 선거경쟁이론(two stage electoral competition theory)을 적용하여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변화를 분석하고 19대 대선구도를 예측해보고자 한다. 투 스테이지 선거경쟁이론은 선거과정이 각 정당의 예선(primary)과 본선(general election 혹은 Presidential election)의 두 단계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 각 후보가 취해야 할 선거캠페인 전략을 도출하는 이론이다(Abranson and Ordeshook 1972; Coleman 1971; Owen and Grofman 2006).

 

2단계 이론은 양당체제 하에서 선거경쟁이 다수득표를 위해 중도로 수렴할 것이라는 다운즈의 중위수 수렴이론과 선거과정에서 양 진영의 이념적 양극화 구도가 심화되는 현실 사이의 간극을 설명할 논리를 제공한다. 한국 선거에서도 한편에서는 선거승리를 위해 중도로 이동해야 한다는 주장과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여 지지층의 결집을 우선해야 한다는 좌향좌 우향우 논쟁이 대립해왔다. 그러나 2단계 이론에 따르면 예선의 승패는 주로 당파적 입장이 강한 당 활동가와 지지층에 의해 좌우되는 반면, 본선의 승패는 양 진영에 속하지 않은 중간지대 유권자 층의 향방에 좌우된다. 따라서 지지층 결집 전략을 기반으로 한 예선 전략과 다수 중간층 확보를 목표로 한 본선전략에 대한 고려가 동시에 필요하게 된 것이다(Banda and Carsey 2012).

 

실제로 [그림1]을 보면 한국 유권자들의 정당 지지별 이념분포를 살펴보면 새누리당 지지층은 이념적 보수층이 다수 분포(53%)되어 있고,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에는 이념적 진보층이 다수 분포(47%)되어 있다. 무당파층에는 이념적 중도층이 다수(44%)임도 확인된다. 따라서 당내 경선에서 정당 지지자 및 활동가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경우 이념적 색깔을 강조하는 캠페인 전략이 부각된다. 반면, 본선에서 무당파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정책과 공약보다는 중도적 실용적 정책을 강화할 압력이 제기된다.

 

[그림1] 정당 지지별 주관적 이념 성향 분포

 

데이터: EAI·한국리서치 Global Poll 2015 조사(2015.2)

 

 

2. 왜 투 스테이지 이론에 주목해야 하는가?

 

한국에서 2단계 이론이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은 우선, 한국 선거에서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이회창 전 총재, 박근혜 현 대통령처럼 각 당의 대선주자들의 압도적인 당내 우위를 점하면서 당내 경선과정이 형식화되었다. 둘째, 2007년 대선의 경우처럼 한나라당의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는 치열한 당내경쟁을 벌였지만, 정작 대선에서는 누가 되도 쉽게 승리할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결국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선 주자들의 경우 사실상 한 번의 스테이지에서 대선 결과가 결정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내 경선 및 야권단일화로 본선 이전의 예선경쟁이 치열했던 진보진영과 달리 보수진영의 경우 당내 경선이 크게 주목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여야 공히 강한 자기 기반을 가진 지배적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19대 대선은 여야 공히 강력한 선두주자가 없는 완전경쟁상황에서 치러지는 첫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선-본선 공히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2단계 이론을 적용할 필요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럼 2단계 경쟁이론에 따라 19대 대선 구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를 위해 2단계 이론을 기반으로 각 선거구도를 유형화하고 각 유형별로 어떤 선거구도를 야기시킬지 추론해보자. 예선-본선 각 스테이지별로 압도적인 선두주자(front runner)가 있는 독과점적 상황(oligopoly; 여기서는 편의상 경쟁에서 당선가능성이 과반을 넘는 후보가 1인인 독점상황만 고려한다)과 다수의 후보들이 경쟁을 통해 누구든 당선될 수 있는 상황을 완전경쟁상황(complete competition market)으로 각각 구분한다.

 

예선과 본선 경쟁상황을 교차하면 [표1]처럼 네 가지의 2단계 경쟁구도 유형을 분류할 수 있다. 각각의 유형을 비교해보면, 유형별로 어떠한 경쟁구도에서 예선과 대선이 치루어질지, 각 후보들이 어떻게 예선전략(정당지지층 타겟)과 본선전략(중도층 타겟)을 펼쳐나가야 할 지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표1] 예선-본선별 독점/완전경쟁 상황 유형화

 

 

[유형1]은 특정정당의 예선이 특정후보가 독점하는 상황, 본선에서 해당 정당 후보의 경쟁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독점상황이다. 이 경우 당내 유력후보에게 예선, 본선 모두 요식절차에 불과한 경우로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벌어지는 관제선거에서나 가능한 사례이다.

 

[유형2]는 당 예선에서는 지배적인 선두주자가 있지만, 본선에서는 상대당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과거 3김이 정당과 선거를 이끌던 1990년대 및 2002년 16대, 18대 대선 시기 한나라당, 새누리당처럼 당내에서는 대세론을 등에 업은 강력한 선두후보가 존재함으로써 독점상황에서 경선이 치러지고, 본선에서는 치열한 선거경쟁을 펼치는 구도이다. 당내 경선이 요식절차에 가깝기 때문에 예선과정에서 당내 이념적 갈등이나 균열은 발생하지 않는다. 예선전략과 본선전략을 구분하는 대신 중도층지지 확대를 겨냥한 전략을 예선부터 일관되게 펼쳐나갈 수 있다.

 

[유형3]은 예선은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완전경쟁상황이지만 당선만 되면 본선 승리 가능성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는 누가 되도 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예견할 정도로 여론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따라서 여야 후보 간 경쟁 보다 당내 경선과정에서의 이념 및 정책 경쟁이 심화되지만, 이 시기는 새누리당 경선이 곧 본선인 셈이기 때문에 예선전략과 본선전략 간의 큰 포지션 변화 없이 일관된 선거운동을 펼칠 여건이 확보된다.

 

[유형4]는 예선과 본선 공히 완전경쟁체제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독과점 시장에서의 선거와 달리 치열한 내전과 고차원 선거전략을 필요로 하게 된다. 후보들은 당파성이 강한 1단계 예선(first stage: 당내 경선)과 중도노선 및 연합전략이 강조되는 본선(second stage: 대선)에서 포지셔닝의 딜레마에 봉착한다. 즉 당 경선과정에서의 포지션과 본선에서 포지션이 불일치할 가능성이 크며, 그 경우 자칫 지지층과 중도층 모두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경우 예선에서 ‘한미FTA 재협상' 및 ‘보편복지’ 정책을 내세워 지지를 확대했지만, 본선에서는 오히려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치열한 당내 경쟁은 당내 경선부터 이념 및 노선투쟁을 격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3. 현 시점에서 본 차기주자 지지율 경쟁 구도

 

그렇다면 2017년 예정된 대선은 어떤 구도로 치루어질지 위의 네 가지 유형을 가지고 적용해보자. 이를 위해 최근 발표된 차기주자 대선지지율 분포를 확인해보기로 한다(그림2).

 

춤추는 트로이카 경쟁 : 김무성 대표-문재인 대표-박원순 시장 엎치락뒤치락

 

한국갤럽에서 7월 7일~9일 사이에 조사한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거부권 행사 이후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부상 이전까지 여권에서는 김무성 대표(13%), 오세훈 전 서울시장(8%)이 앞선 가운데 차기 대선을 준비해온 정몽준 전 대표(4%)나 김문수 전 지사(3%)는 뒤처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박원순 시장(17%), 문재인 대표(12%)가 10% 이상의 지지율로 앞서고, 안철수 전 대표(9%)가 뒤를 잇는 형국이다. 리얼미터 조사의 경우도 7월 6일~10일 조사결과 김무성 대표가 20.8%, 박원순 시장 18.4%, 문재인 대표가 17.4%로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안철수 전 대표가 7.5%, 김문수 전 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가 5.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조사기관에 따라 조사 대상 및 결과의 차이가 있지만 최소한 김무성 대표, 박원순 시장, 문재인 대표가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오차범위 내의 차이에 불과하여 이들 사이의 순위는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상황변화에 따라 이들 선두주자들의 지지율은 춤을 주고 있다. 거부권 행사 전까지 트로이카의 지지율 변화를 보면 올 2월 당대표 당선 이후 과감한 통합행보(박정희 묘소 참배, 기업인 간담회 등)으로 앞서가던 문재인 대표가 4.27 재보궐 선거 이후 당 내분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뒤처지는 형국이다. 반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끈 김무성 대표와 줄곧 선두권을 유지하다 작년 말부터 오락가락 행보(성소수자 발언 등)를 보여 주춤했던 박원순 시장이 메르스 정국에서 과감한 대응으로 점수를 땄다.

 

[그림2] 박근혜 정부 시기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변화(2014~2015)

 

자료: 한국갤럽 월별조사(2014-2015)

 

오세훈-김부겸 다크호스, 김문수-정몽준 주춤, 안철수 비토파워로 전락, 안희정 잠복

 

포스트 박근혜로 관심을 모았던 김문수 전 지사, 정몽준 전 대표는 3~4% 군소 후보로 전락한 반면, 2011년 무리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으로 무대에서 사라졌던 오세훈 전 시장이 새누리당 지지층에서의 지지를 복원하며 다크호스로 등장하는 양상이다. 한편 지난 대선에서 유례없는 돌풍을 이끈 안철수 의원은 이제 7~12%의 지지율을 유지함으로써 정국을 이끄는 파워는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규모는 줄었지만 안정적인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여 본인이 구도 변화를 주도할 수는 없더라도 일정한 지분을 행사하는 비토파워(veto power) 역할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갤럽조사에서 대구 출마를 준비하는 김부겸 전 의원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 복귀, 김문수 지사의 대구출마 선언 등으로 주목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광역단체장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안희정 지사는 전국적 차원에서 차기 대선경쟁을 벌이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 정국으로 모멘텀 효과 얻은 유승민 : 보수 후보의 분화 가속

 

찻잔 속의 경쟁에 머물던 대선경쟁에 불을 지른 것은 지난 6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아가 합의를 이끈 유승민 전 원내대표을 배신의 정치라며 선거에서의 심판을 주장하고, 소위 친박 의원들이 사퇴를 강하게 압박했음에도 이를 버티면서 사실상 현 권력에 제동을 거는 힘을 과시했다.

 

거부권 파동 및 사퇴정국의 최대수혜자는 역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이다. 한국갤럽의 조사결과(6월30일~7월2일)에 따르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26%,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은 34%였고, 의견을 유보한 여론이 30%나 되었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조차 64%만이 대통령의 거부권행 사가 “잘한 일”이라고 답했다[그림3]. 열 명 중 네 명은 반대하거나 유보했다. 특히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대해 “사퇴해야 한다”는 친박의원들의 주장에 동의한 비율은 새누리당 지지층에서조차 과반에 못 미치는 45% 수준이었다. 야당 지지층에서는 각각“잘못했다”는 의견과 “사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무당파 층에서는 모르겠다는 응답이 과반에 달했다[그림4]. 대통령과 친박 진영의 압박강도에 비하면 여론의 반응은 신통치 않은 셈이다. 사퇴 이후 전체 대선주자 대상 조사는 아니지만, 여당의 후보군 중 차기 대선주자 1위로 오른 조사결과까지 발표되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존재감 없는 주자에서 여권의 선두주자로 올라서는 모멘텀을 얻었다.

 

[그림3]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여론(%)                   [그림4] 유 원내대표 사퇴여부에 대한 여론(%)

 

자료: 한국갤럽

 

 

4. 유승민 모멘텀이 19대 대선구도에 미치는 영향

 

유승민 모멘텀, 대세일까?

 

유승민 전 원내대표 지지율 상승에 대해, 유승민 모멘텀을 제2의 안풍으로까지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여당의 압도적인 선두주자로 자리 잡음으로써 예전처럼 독점적 상황에서 차기 대선을 맞이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첫째,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1위로 오른 것은 전체 대선주자 대상의 조사가 아닌 여당 주자만을 선별하여 진행한 조사이고, 여당 지지층보다는 주로 야당 지지층의 압도적 지지와 중도무당파층 일부의 지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따라서 여당 주자 지지에서 유승민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응답자중 다수는 전체 대선주자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할 경우 선호하는 야당 후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율은 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7월 셋째 주 조사에서 유 전 원내대표를 여야 대선주자군에 포함할 경우 지지율이 4% 수준에 그쳤다(한국갤럽 2015/07/17).

 

둘째, 중도무당파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냉정하게 보면 현재의 여론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의 반응에 비해 미지근한 상태이다. 2011년과 2012년 중도 무당파 층에서는 여야의 전체 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와 1위를 다투었던 안철수 전 의원의 예와는 비교되지 않는다.

 

셋째, 여당의 경선과 야당의 경선 룰이 다르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의 당규상 경선에서 당원 비중이 높다는 점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여권의 압도적인 선두주자로 당장 자리잡기는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현행 당원 30%, 대의원 20%, 국민경선단 30%, 여론조사 20%). 따라서 일반 유권자 여론보다는 이념적 당파성을 가진 당지지층의 지지가 우선이다. 보수층이 대통령을 포기하거나 2010년 세종시로 각을 세우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사이의 전격적인 화해처럼 박대통령과의 관계개선의 계기를 잡지 않는 이상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해 보수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 권력 제동, 거품으로 보기도 어려워

 

그렇다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집중되고 있는 관심과 지지를 일시적 거품으로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유승민 모멘텀”을 뒷받침하는 것은 여론조사 1위 소식보다 정치생명이 걸린 현재권력의 압박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 야당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현재 권력에 맞서 그 압박을 견디고,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의지에 제동을 거는 데 성공했다.

 

마치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세종시로 이명박 대통령과 맞선 과정과 유사하다. 당장은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보수층에서 지지율이 토막 났다. 35%대의 지지율이 25%대까지 내려 앉았다. 당장의 지지율은 잃은 대신 원칙과 신뢰라는 브랜드 자산을 굳혔고, 본선에서는 MB 정부심판론의 예봉을 피할 수 있는 자산이 되었다(정한울 2010).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과 계속 맞설 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차후 박대통령의 국정평가가 악화되어 차기 대선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이 도래할 경우 정통보수의 포지션과 차별화되는 브랜드로 부상할 잠재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

 

종합하면 박근혜 정부 3년차,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역대 선거와 달리 여야 공히 절대 강자가 없다. 현 상황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즉 여야 공히 예선부터 본선까지 완전경쟁구도에서 치러지는 [유형4] 구도에서 치러질 것이 예상된다. 거부권 파동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는 19대 대선이 보수진영 역시 독과점 시장이 아닌 분화된 완전경쟁시장에서 치르는 첫 2단계선거가 될 것임을 시사하는 상징적 사건인 셈이다.

 

 

5. 달라진 2017년 게임의 룰, 무엇을 할 것인가?

 

19대 대선은 역대 그 어떠한 대선보다 여야 모두 치열한 예선전과 본선을 준비해야하는 2단계 선거경쟁이 될 것이다. 게임의 룰이 달라진 셈이다. 무엇보다 각 정당과 후보가 달라진 게임의 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경우 이전 선거에 비해 더 큰 불확실성과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 모두 예선-본선에서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달라진 게임에 룰부터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당내 후보자들 사이의 세력분포, 당내 경선에서 영향력이 큰 당 지지층과 본선 영향력이 큰 중간지대 유권자들의 공통이익과 선호의 격차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예선전략과 본선전략을 통합적으로 사고하지 못할 경우 자칫 철학도 원칙도 없이 당장의 한 표를 위한 환심 사기 무한경쟁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 경우 정책공약 차원에서도 예산에서 내놓았던 정책공약과 본선에서 제시한 정책공약이 서로 충돌하며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당내 경선부터 치열한 이념경쟁과 노선 투쟁으로 선거가 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아니라 무책임한 분란과 정치 갈등을 유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혼란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2단계 선거경쟁이론은 일차원적인 좌향좌 대 우향우 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존의 소모적인 집토끼 대 산토끼 논쟁으로 당파성 강한 지지층과 현실적 대안을 중시하는 중간층의 마음을 동시에 잡기 어렵다(정한울 2015). 유권자들 인식 차이 이면에 존재하는 공통적인 요구가 무엇인지 찾아내 이들의 요구를 하나의 큰 그림으로 묶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19대 대선 과정에서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경우 선거가 대한민국의 자기 분열의 과정이 아니라, 다양하게 분화된 논의들의 생산적인 경쟁과 통합을 통해 미래 비전과 대안을 보다 풍성하게 모색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