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중국연구패널 보고서 No.8

 

저자

김애경(金愛慶)_명지전문대학 중국어과 부교수. 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북경대학교 (北京大學)에서 국제정치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및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외교 및 동아시아 국제관계이며, 최근 연구성과로는 “중국의 국가이익 재구성 분석: 대 개도국 외교전략 변화를 중심으로” (2013), “시진핑 시대의 대외전략과 대한반도 정책전망” (2012), “한-중 간에 존재하는 잠재적 영토 및 해양경계 획정문제” (2011), “중국의 부상과 소프트파워 전략: 대 아프리카 정책을 사례로” (2008) 외 다수가 있다.

 

 


 

 

I. 서론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자는 매우 다양하다. 이미 여러 기존연구에서 밝히고 있듯이 대외정책에 영향을 주는 행위자가 다원화되고 있으며 행위자들의 역할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과정이 최고 지도부 몇 명에 의해서 결정되던 이전 지도부 시기와는 매우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추세는 중국의 국내사회가 다원화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가 형성되고 있고, 중국이 국제사회와 상호의존이 심화됨으로써 대외정책에 대한 경계선도 불분명해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과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증가하면서 대외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및 행위자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을 중국만의 특성이라고 한정 지을 수는 없다. 전세계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Jakobson and Knox 2010, 1-51).

 

대외정책에 영향을 주는 행위자들이 새롭게 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은 대외정책 결정에 있어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여전히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하는 행위자이다. 주지하듯이 중국은 정치적으로 당-국가체제의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으며 당이 국가기관을 영도하고 있다. 즉 중국 공산당은 헌법과 이데올로기를 포함한 모든 정치행정 체제와 법률제도에서 영도권을 보장받는다는 의미로, 중국 공산당은 다른 국가의 집권당과는 다른 차원의 개념이다. 당-국가체제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국가의 주요 정책은 공산당이 토의하고 결정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상무위원회는 정책을 입법화하고 국무원을 중심으로 하는 행정기관은 정책을 집행해 왔다.

 

대체로 대외정책 결정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기구나 인물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영향력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대외정책 결정과 관련된 행위자와 결정과정에서 중심역할을 하는 기구나 인물에 대한 관심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과정에 있어 이전과 다른 새로운 특징이 특별히 관심대상이 되는 것은 중국의 대외정책이 매우 드라마틱하게 변화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 중국이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기에 기타 여타 국가들과 상이한 부분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 그리고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 등이 이유가 될 것이다.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관심도에 비해서는 기존연구가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대외정책 결정과정을 암상자(black box)라고 부른다. 이는 대외정책의 결정과정을 들여다본다는 데에 그 본래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정치체제의 특성상 이 분야의 자료접근이 특별히 용이하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과정을 통해 정책이 결정되는지를 밝히기는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과정에 대해 단편적인 연구는 진행되어 왔다.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구조에 대한 외부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중국의 대외정책결정 기구나 대외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등과 관련된 연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중국 대외정책 결정과 관련된 기존연구는 대부분 대외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당과 정부의 조직 및 인사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특징을 분석하거나, 대외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는 당과 정부의 조직, 싱크탱크(think tank) 및 기업 등등의 요인을 소개하고 분석하며, 정책 결정과정에서 영도소조(領導小組)의 역할을 밝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Barnett 1985; Lieberthal and Oksenberg 1988; Zhao 1992, 158-178; Lu 1997; Jakobson and Knox 2010, 1-51; Cabestan 2009, 63-97; 정재호 2000, 121-187; 서진영 2006, 70-98; 김흥규 2008, 60-91; 김태호 2005, 121-136; 邵宗海 2011; 王存剛 2012, 1-18). 일부 연구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대외정책 결정과정과 이 과정에서 최고 지도부의 영향력 등을 분석하고 있다. 제한된 정보에도 불구하고 대외정책 결정과정을 엿볼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였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으나 이 연구들 역시 시기에 제한을 두고 있다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은 선행연구를 참고하여 대외정책에서 중국 공산당의 역할 변화에 주목한다. 중국 공산당이 이전부터 현재까지 대외정책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행위자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대외정책에 영향을 주는 요인과 행위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대외교류가 증대하면서 중국이 관여해야 할 대외이슈도 증가하였고 이해당사자도 증가하였다. 이전에는 대외이슈와 관련된 정부의 부처가 외교부로 제한되었다고 한다면 현재는 대외이슈가 다양해짐에 따라 상무부, 국방부, 교육부, 환경관련 부서 등으로 확대되었다. 이처럼 이해관계 당사자가 많아지고 이슈의 전문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책 결정과정에 일정한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외정책 결정과정에서 여전히 독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 중국 공산당은 이슈의 다양성과 전문성에 대한 고려, 절차의 제도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 대외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행위자들의 출현은 대외정책에 있어 공산당의 지배적 영향력 또는 영도적 지위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는가? 또는 당이 새로운 행위자들을 활용하여 당의 결정에 대한 합법성과 정당성을 강화하고 있는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이 글은 대외정책 결정과정에서 공산당의 역할을 분석하고자 한다. 비록 다양한 행위체가 등장하고 대외적으로 관련이슈들이 증가하면서 전문성이 필요하게 되었지만 중국 공산당은 정책의 결정과정에서 여전히 지배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당의 영향력을 강화하는데 있어 공식∙비공식 기구들을 통해 새로운 행위자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일차적 판단이다.

 

이 글은 우선 2장에서 중국 대외정책과 관련이 있는 당의 공식기구와 비공식기구를 고찰하고 그 역할에 대해 분석한다. 공식기구란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과 당 중앙의 공식기구표에 명시되어 있는 조직이며, 비공식기구란 당장과 공식기구표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실제 정책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조직을 의미한다. 중국 공산당의 대외정책 관련 공식∙비공식 기구에 대한 고찰을 통해 우리는 정책결정의 권한을 가진 제도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장에서는 우선 시기별로 대외정책 결정과정에서 역대 최고 지도자와 당 기구의 역할을 분석하고, 대외정책 결정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고찰한다. 시기별 비교연구는 대외정책 결정과정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어 정책의 결정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당 중앙이 다양한 행위자와 어떤 관계를 유지해왔는지를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대외정책 결정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의 역할변화 유무를 판단하고자 한다. 4장은 결론 부분으로 대외정책 결정에서 향후 10년 공산당의 역할과 지위를 전망할 것이다.

 

II.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과정과 공산당 관련기구 고찰

 

외교정책 결정 구조는 정치 체제의 차이에 따라 상이하다. 예컨대 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체제는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과정과 구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설령 같은 정치체제를 유지하더라도 국가별로 그 결정구조는 상이할 수 있다. 즉 의원 내각제나 대통령제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고, 대통령제 체제이더라도 국가마다 행정부와 국회와의 관계, 외교행정 부처들의 종류와 이들 간의 역학 관계, 여론과 이익집단의 영향 등의 차이에 따라 독특한 특징을 나타낼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국가 최고 책임자의 성향은 외교정책 결정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외교정책 결정 구조에 있어 지배적인 경향이나 패턴을 찾기는 쉽지 않다(유승익 1995, 137).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정책은 국가를 대신하는 개개인과 집단, 즉 헌법이나 법체계에 의해 정해진 공직자들에 의해 결정된다. 한 국가의 대외정책은 개인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고 관련 기구와 그 기구에 소속된 집단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다. 중국도 예외 없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정해진 공직자들이 정책을 결정할 것이다. 다만 이미 언급하였듯이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로서 당-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정부가 당의 영도를 받기 때문에 국가의 중요한 대내외정책은 당의 최고지도부와 관련 조직이 결정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서 관련조직이란 당의 공식기구와 비공식기구를 모두 포괄하며 이들 기구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1.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과정과 당의 공식기구

 

대외정책과 관련이 있는 당내 공식기구는 중앙위원회와 중앙정치국, 중앙정치국상무위원회 및 중앙서기처, 중공중앙선전부, 중공중앙대외연락부, 중공중앙정책연구실,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판공실과 중앙대만공작판공실 등이 있다. 대외정책 결정과정에서 이 기구들의 역할은 동등하지 않으며 시기에 따라서도 그 역할이 상이했다. 이는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과정에서 해당 이슈와 관련된 주요 기구와 관련 인사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기도 하였고, 중국의 대외정책 결정체계에서 제도화의 수준이 상이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당의 관련기구들의 역할과 발전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