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중국연구패널 보고서 No.1

 

저자

박병광(朴炳光)_국가안보전략연구소(INSS) 연구위원.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上海復旦大學(Fudan University)에서 중국정치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東京大學 東洋文化硏究所 초빙연구원 및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대외관계 및 동아시아안보이며, 최근 논문으로는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동북아 안보”(2011), “China-North Korea Economic Relations during the Hu Jintao Era”(2010), “후진타오시기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와 북핵 인식”(2010), “중국의 우주군사력 발전에 관한 연구”(20009) 외 다수가 있다.

 

 


 

Ⅰ. 들어가는 말

 

중국과 미국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최대의 에너지소비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수입국이며 중국은 미국에 이어서 두 번째의 원유수입대국이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이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원유를 소비하고 있으며 그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는 막대한 에너지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해외로부터의 원유수입선 확보는 그야말로 사활을 건 전쟁이다. 이러한 사정은 원유뿐 아니라 여타의 에너지, 천연자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중국지도부는 이미 에너지문제를 국가안보의 핵심 사안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에너지정책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중국과 미국이 핵심 안보사안으로 규정하고 안정적 공급을 추구하는 에너지자원 특히 원유의 매장량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산유국들은 원유의 생산과 공급을 무기화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반면 에너지 수입국들은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과 미국의 에너지확보와 공급을 둘러싼 각축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에너지에 대한 독점적 통제를 통해서 세계패권을 유지하려 하고 중국은 어떻게든 독자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을 보장받으려 분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1세기 중국과 미국의 국가생존은 물론이고 패권경쟁에 있어서도 에너지문제가 핵심 사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중국과 미국이 에너지문제에 있어서 상당한 정도의 이익을 공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에너지소비국으로서 다양한 협력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Pollack 2008, 440; 劉堔 2010, 21-27). 실제로 최근 들어서 중국과 미국 간에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정책대화 메커니즘은 반드시 에너지문제를 주요 의제로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오바마(Barack Obama) 정부가 등장한 이후 중국과 미국은 2009년 “미중 양국간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문제 등 분야에서 상호협력에 관한 비망록”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에너지소비량이 증가할수록 에너지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경쟁 및 마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아울러 최근에 더욱 공세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중국의 에너지정책(외교)이 현재 국제사회의 에너지질서를 좌우하고 있는 미국과의 대결을 가져옴으로써 국제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음을 우려한다(Leverett and Bader 2005; Zweig and Jianhai 2005). 실제로 중국은 에너지확보를 위해 최근 중남미와 캐나다, 호주 등 전통적인 미국의 영향권에도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미국의 우려와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내 일각에서는 군사력 증강을 통해 해양수송로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시도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만일 중국의 경제성장과 에너지수요 증가 추세가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미국의 군사적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연결된다면 중미관계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장차 중국과 미국의 세계 주도권 경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로 등장할지 모르는 에너지문제를 중심으로 양국관계를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하고자 한다. 다만 이 글의 초점이 되는 대상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따라서 먼저 중국의 에너지 수급현황을 살펴본 뒤, 에너지안보정책의 내용과 목표, 특징을 평가한다. 다음으로 중국과 미국의 에너지문제에 대한 협력가능성과 경쟁 및 마찰의 영역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결론에서는 향후 중미간의 패권경쟁에서 차지하는 에너지문제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그 영향 및 전망에 관해 서술하고자 한다.

 

Ⅱ. 중국의 에너지 수급현황 및 특징

 

엄밀한 의미에서 중국은 세계적 수준의 에너지 생산대국일 뿐 아니라 에너지 자급률 역시 매우 높은 나라이다. 중국은 풍부한 석탄매장량을 바탕으로 현재까지도 전체 에너지소비의 약 90%를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다. 중국은 2006년 기준으로 1조 345억 톤의 석탄 매장량을 지니고 있으며, 세계 3위의 석탄생산국가로서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석탄의 비중은 약 70%에 이른다.

 

또한 중국정부가 2007년 발표한 에너지백서(<中國的能源狀況與政策>)에 따르면 중국은 매우 풍부한 재생가능 에너지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수자원 저장량을 발전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6.19조 Kw/h로서 세계 1위에 해당하며, 실제 전기생산량 역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따칭(大慶), 성리(勝利), 랴오허(遼河), 타리무(塔里木) 등 대형 유전을 보유하고 있는데, 2006년의 경우 원유생산량은 1억 8,500만 톤으로서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中華人民共和國國務院新聞辦公室 2007). 따라서 중국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에너지 수급구조가 자급자족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1, 2차 오일쇼크’를 경험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전략적 비축유를 보유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이 에너지 생산대국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문제와 관련하여 사활을 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은 중국이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가라는 사실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 되었으며 현재 중국의 에너지 소비는 매년 세계 평균 증가율의 2배 이상을 기록하면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의 조사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의 에너지수요량은 매년 평균 1.5%씩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경우는 3.2%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IEA 2010, 76).

 

특히 중국이 소비하는 에너지 가운데 석유소비는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6년 중국의 일일 석유소비는 740만 배럴로 10년 전인 1996년의 일일 소비량 370만 배럴의 두 배를 기록하였다. 또한 2006년 중국의 석유소비는 세계 제1의 석유소비국가인 미국의 30% 수준으로서 10년 전인 1996년의 17% 수준과 비교하면 역시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심기은2007, 1). 이에 따라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대외의존도는 매년 그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표1 참조).

 

[표 1] 중국의 석유 수입의존도 (단위: %)

  

중국의 급속한 에너지소비 증가에 비해서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원유의 공급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의 석유 소비와 생산 간의 격차는 2000년대 들어서 더욱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데 그 주요한 이유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첫째는 중국 국내 유전의 대부분은 1960-70년대에 발견된 것으로서 모두 성숙기의 유전이란 사실이다. 즉 40-50년 전에 발견되고 개발된 대규모 유전들이 이미 대부분 고갈상태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원유생산량은 2012년경 1일 평균 390만 배럴을 최고치로 2030년경에는 1일 평균 270만 배럴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규모가 큰 유전부터 점차 고갈이 예상되고 있다(이우익2008, 82-85).

 

다음으로 중국경제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설비투자 증가와 산업 발달로 인한 에너지 소비 유발 등의 요인을 들 수 있다. 중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1차 산업의 비중이 퇴락하고 중화학 공업을 비롯한 2차 산업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공업은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산업부문으로서 철강 산업의 경우 중국 총 에너지사용량의 16%를 차지하는 등 현재와 같은 산업구조는 대규모 에너지소비를 필요로 한다(Berrah 2007, 15).

 

세 번째로 급격한 경제발전에 따른 일반 국민들의 생활수준 상승을 들 수 있다. 즉 경제성장에 따른 중국 내 서비스산업의 발달과 개인 승용차보급 확대 등은 석유소비를 재촉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례로 2006년 중국의 개인 승용차 보유 대수는 1994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세계 4대 승용차 생산국이자 3대 승용차 소비국가로 등장했다(楊穀 2009, 327). 이후에도 중국의 자동차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2010년에는 1,000만 대 이상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생산국으로 부상하였다.

 

한편 중국은 절대적인 에너지 보유량과 에너지 소비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1인당 석유•천연가스 보유량은 세계 1인당 평균치의 8%와 6%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의 에너지자원 가운데 비교적 풍부한 석탄의 경우도 1인당 보유량은 55%밖에 되지 않는 등 과도한 인구로 인해 인구당 자원보유량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석탄 위주의 불합리한 에너지 소비구조는 대량의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등 환경오염이 심화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표2 참조). 뿐만 아니라 중국은 단위상품 1개의 생산에 소모되는 에너지소비량이 선진국의 6배 수준에 달하는 등 에너지 효율성이 매우 낮다(中華人民共和國國務院新聞辦公室 2007; He 2006, 93-95).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에너지 소비구조에서 석유와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늘리는 등 에너지 소비구조의 최적화를 추구하고자 한다.

 

[표 2] 중국의 에너지 소비총량과 구성

 

 

자료: http://www.stats.gov.cn/tjsj/ndsj/2009/indexch.htm

 

한편 중국정부는 오늘날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에너지현황의 특징을 다음과 같은 4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석탄을 중심으로 하는 화석에너지자원의 총량은 매우 풍부하지만 둘째, 석유와 천연가스의 1인당 평균 에너지자원 보유량은 세계평균의 15분의 1에 불과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1인당 평균 에너지보유량은 상당히 낮은 상태이며 셋째, 석탄의 경우 화북서북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석유와 천연가스 등은 동중서부와 해상에 분포되어 있는 등 에너지자원의 분포도가 매우 불균형적이고 넷째, 각종 에너지 매장지역의 지질구조가 매우 복잡하여서 에너지자원의 개발에 있어서 상당한 어려움(難度)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中華人民共和國國務院新聞辦公室 2007)...(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