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남 교수는 북경대학 정부관리학원에서 중국정치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량후이兩會

 

중국의 최고 권력기구이자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국인대)와 권력자문기구인 정치협상회의(이하 정협) 제11기 4차 회의가 3월 3일부터 3월 14일까지 10여 일에 걸쳐서 개최되었다. 흔히 양회兩會로 일컬어지는 이 회의는 중국의 내정과 외교, 그리고 경제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회의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회의는 3,000여명의 외신기자가 취재 열을 올리는 등 전세계 언론으로부터 이전보다 높은 관심을 받으며 진행되었다.

 

높아진 관심의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30여 년 동안의 고속 성장을 통하여 2010년 마침내 일본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 규모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제조업부문 GDP 규모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제조업국가로 떠올랐으며, 세계 수출과 수입량에서 각각 1위와 2위, 외환보유고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이른바 ‘G2’국가로 성큼 부상하였다. 이로 인해 중국의 경제사회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전국인대가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대회에서는 향후 5년 중국의 경제사회 발전방향을 결정하는 제12차 5개년 경제사회 발전 규획第十二个五年规划이 결정되었다. 중국이 어떠한 발전 정책을 취하는가에 따라 향후 세계경제와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고속성장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해 심각한 부패와 사회 불평등의 심화, 환경오염, 인플레이션, 높은 실업률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인민들의 불만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이른바 ‘자스민혁명’의 영향을 받아 이번 전국인대를 통하여 중국에서도 정치개혁을 통한 일련의 변화가 모색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세계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증대된 영향력과 관심에 걸맞게 준비과정에서뿐만 아니라 본 회의에서도 전국인대의 분위기가 사뭇 진지해졌다. 일례로 이번 전국인대의 핵심 의제인 12차 경제사회 발전 규획안 초안은 2008년 3월부터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주도하에 정부산하의 연구기관 및 대학과 민간연구소 등 다양한 싱크탱크의 광범위한 참여와 인터넷을 통한 의견수렴 등에 기초하여 장기간에 걸친 평가와 논의를 통하여 작성되었다. 또한 대회는 주택, 의료, 교육, 조세인하 등의 문제에 관하여 정부 관료들에 대한 질책과 비판 및 건설적인 정책 제안이 제기되는 등 사뭇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는 전국인대가 당의 결정에 도장을 찍어주는 역할을 하는 이른바 ‘고무도장’이라는 과거의 오명을 씻고 본래 기능인 입법과 감독, 대의 기능을 회복해가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대회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민생문제의 해결을 통해 국민들의 ‘행복감’을 제고하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12차 5개년 경제사회 발전 규획안에 대한 심사와 비준, 인플레이션 억제와 물가안정책 마련, 소득격차 해소, 사회(위기)관리체계의 개선, 사회보장과 민생문제 해결, 그 외에도 위안화절상 및 정치개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주요한 이슈가 되었다. 원자바오温家宝 국무원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향후 중국이 경제성장방식의 전환을 통하여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둘 것임을 명확히 하였다. 이 같은 방향 제시는 향후 중국개혁개방의 성패를 좌우할 결정적인 문제가 소득격차, 부패, 사회복지 등의 민생문제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번 전국인대에서 제기된 이슈들을 경제, 사회, 국내정치, 대외정치 4개 영역으로 분류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경제성장 방식의 전환 :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불균등성장에서 균형성장으로

 

경제정책 측면에서 이번 전국인대의 주요한 내용은 불균형 발전론에 기초한 양적 성장 위주의 정책에서 균형 발전론에 기초한 질적 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하였다는 점이다. 지난 14일에 통과된 제12차 경제사회 발전 규획안은 향후 5년간 성장률을 7퍼센트대로 낮추고, 질적인 성장과 내수 위주의 정책을 취할 것이며, 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하여 에너지절약과 환경보호, 정보기술, 바이오, 하이테크 장비제조, 신생에너지, 신재료, 신에너지 자동차 등 7대 전략산업을 현재 2퍼센트 수준에서 2015년 8퍼센트, 2020년 15퍼센트 수준(약 10조 위안)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규획안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는 양적 투자와 수출 위주의 경제성장 방식을 지속함에 따른 자원의 부족, 환경파괴 등의 심각한 문제가 초래되고 있으며, 사회적 측면에서는 부패의 만연, 계층•도농•지역간 소득격차의 확대, 의료•교육•주택 등의 물가상승, 사회보장제도의 미비, 구직압력 등의 다양한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규획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과학적 발전관을 견지하고 성장방식을 전환하여 양적인 투자와 순수출을 억제하고 내수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며, 서비스영역에서의 고용의 확대, 의료•교육•양로 등 사회복지의 확대, 부동산가격의 억제 등을 통하여 소비확대를 꾀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정책방향은 이번 회의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것이 아니다. 2006년 제10기 4차 전국인대에서 통과된 11차 5개년 경제사회 발전 규획안에서 이미 제시된 바 있다. 11차 5개년 규획안은 중국경제가 직면한 근본적 문제, 즉 ‘지속적 성장’과 ‘발전격차 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경제성장 방식의 전환’转变经济增长方式을 제시하였다. 그 이유는 이른바 ‘선부론’先富論에 입각한 불균형 발전전략을 통해 전체 경제 규모의 양적 성장을 가져왔지만 분배 측면에서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함에 따라, 이제 단순한 양적팽창이 아닌 경제성장의 혜택을 좀 더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발전 방향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과학적 발전관에 기초한 새로운 경제성장 방식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고민과 정책변화가 2006년 제10기 4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된 11차 5개년 경제사회 발전 규획안에 이미 집약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11차 5개년 규획에서 제시하고 있는 과학적 발전관에 기초한 새로운 성장방식의 전환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 첫째, 외자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에서 내수주도형 경제성장전략으로의 전환이다. 그동안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은 기술혁신에 기초한 생산성 향상보다는 주로 자본과 노동력 및 자연자원과 같은 기본 생산요소의 투입과 대외무역의 고도성장에 의한 것이었다. 또한 수출주도형 발전전략으로 인한 과도한 무역의존은 내수경제와의 불균형을 발생시켰으며, 이는 국가안보적 차원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소지도 내포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확대보다는 소비창출을 통한 경제규모성장을 도모하는 정책적 전환을 꾀하고,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으로부터 대외무역 의존도를 감소시키는 ‘내수 주도형’ 성장전략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과 환경문제 해결에 대한 정책적 비중을 강화하였다. 이는 그동안 중국이 고속 경제성장과정에서 자연자원의 대량투입에 의존한 경제성장과 환경 친화성을 무시한 개발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자원고갈과 환경파괴에 대한 강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사회의 양극화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불균형 발전정책을 균형 발전정책으로 전환시키고자 한다는 점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선부론’에 입각한 발전전략은 그동안 고속성장의 중요한 추진력으로 작용하였지만, 경제성장과 더불어 연해지역과 내륙지역, 도시와 농촌, 공업과 농업, 그리고 계층간 양극화라는 성공의 이면도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와 같은 경제사회구조에서의 불균형과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사회통합과 위기관리문제가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넷째, 이른바 ‘신형 공업화 전략’新型工业化道路에 기초하여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점이다. 사실 11차 5개년 규획에서 제기된 산업구조 고도화는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강조된 의제로, 2002년 제 16차 당대회에서 장쩌민江澤民이 제기한 신형 공업화 전략의 맥락과도 일맥상통하며, 이번 전국인대에서도 중요한 의제로 다시 제기되었다.

 

이번 12차 5개년 경제사회 발전 규획에서 제시한 경제발전방식의 전환은 지난 2006년 11차 5개년 규획에서 제시한 발전전략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17차 당대회에서 제기한 과학적 발전관과 발전방식의 전환에 대한 강조와도 같은 맥락에 있다. 다만 12차 5개년 규획에서는 중국의 국내외적인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보다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며 강력한 추진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2008년 세계금융 위기의 여파로 중국의 수출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고 있으며, 경제사회의 불균등발전으로 인한 사회적 폐단과 이에 대한 인민들의 불만이 더욱 더 증폭되면서 경제발전방식의 전환과 내수 수요 확대의 필요성이 더욱 더 긴박하게 제기되었던 것이다.

 

민생문제 해결을 통한 사회 불안정 해소

 

현재 중국 사회는 그 동안의 성장만능주의 발전정책이 초래한 빈부격차의 확대와 사회적 갈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중국 인민대의 지바오청纪宝成 총장은 이번 회의 기간 중에 중국의 최상위 부유층과 최하위 빈곤층의 소득격차는 40배에 달하며, 매년 1.5퍼센트의 속도로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소수 부유한 가구가 전체 국가자산의 4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같은 사정은 농촌보다 도시가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하였다. 더군다나 이러한 소득격차를 이끌어내는 데 부패가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개혁기금회의 왕샤오루王小鲁 연구원은 이른바 부패소득인 ‘회색소득’灰色收入이 빈부격차를 더욱 더 확대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2008년 중국의 ‘회색소득’은 5.4조 위안으로, 이는 부패와 지대추구행위, 공적자금의 유실 등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불만을 품은 인민들의 대중시위가 급속한 속도로 증가하면서, 중국의 대중시위 발생건수는 1993년에 8,709건에서 2006년 90,000건으로 폭증한 이후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매년 90,000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사회 불안정 요소에 대한 위기관리 및 사회통합문제는 이제 중국의 경제사회발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더군다나 최근 중동사태를 보며 중국의 지도자들은 중국과 중동은 상황이 다르며 중국은 중국특색 발전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내심 중국사회의 위기요인이 대중들의 폭발적인 분노로 표출되어 심각한 정치적 위기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바로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정부는 ‘조화사회’를 기치로 내걸고 경제성장방식을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전환하고, 내수중심의 성장과 노동자들의 소득분배구조의 개선을 통한 노동자들의 행복감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실행하기 위하여 중국정부는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향후 5년간 최저임금을 연평균 13퍼센트 이상 인상하여 최저임금을 해당지역 종업원 평균임금의 40퍼센트 이상으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 발표된 2011년 재정예산보고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출에서 인민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교육, 의료, 사회보장, 구직, 주택보장, 문화 방면에 대한 지출을 약 18.1퍼센트 증가시켰으며, 민생지출의 합계가 중앙 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전체의 3분의 2 정도를 점하도록 하였다.

 

정치개혁과 민주주의에 대한 극도로 자제된 언급

 

국제사회의 기대와는 달리 이번 전국인대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언급은 매우 자제되었다. 이는 2007년 17차 당대회에서 모두 60여 차례 민주주의를 언급한 것과는 달리 이번 전국인대 업무보고에서는 단 3차례만 언급하였다는 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국인대에서 중국의 주요 정치지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분명한 어조로 서구식 정치개혁을 반대하고 중국특색의 정치발전의 길을 갈 것임을 명확히 하였다. 가령 선더용沈德咏 최고인민법원 상무부원장은 9일 네티즌의 질문에 답하면서 “서방의 삼권분립은 중국에 부적합하며, 법원은 당의 영도 하에 전국인대의 감독을 받으면서 법에 근거하여 심판권을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서방 식의 삼권분립제에 입각한 사법독립 추구를 반대하였다. 또한 우방궈吴邦国 전국인대 상무위원장은 업무보고에서 중국은 다당간의 순환집권, 지도사상의 다원화, 삼권분립과 양원제 및 연방제, 그리고 사유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심지어 중국의 정치지도자 가운데 정치개혁과 민주화에 대하여 가장 온건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는 원자바오 역시 정치개혁이 있어야 경제개혁이 가능하며 정치개혁이 없으면 경제개혁도 성공하기 어렵다며 지난해의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현 단계에서 중국 정치개혁의 핵심은 부패의 토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못 박음으로써 선거의 실시나 다당제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정치개혁 논의를 명확히 부정하였다.

 

사실 정치개혁에 대한 중국정부의 태도는 자스민혁명의 바람을 타고 인터넷을 통하여 주요 도시에서 시도된 가두시위에 대한 원천봉쇄를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중국정부는 수 만 명의 경찰들을 동원하여 가두시위를 원천 봉쇄함과 동시에 공산당의 주요기관지 및 자매지인 〈인민일보 人民日报〉, 〈 북경일보北京日报〉, 〈 해방일보解放日报〉, 〈 환구시보环球时报〉등을 동원하여 연일 사회적 안정 없이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없으며, 중국은 리비아와 같은 혼란상황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상황은 중동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하였다. 첫째, 중국이 지난 30여 년 동안 급성장을 거듭하여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함에 따라 강한 자부심을 가지게 된 중국인들은 공산당을 신뢰하고 있으며 안정을 바라고 있다. 둘째, 중동지역과 달리 중국에서는 지도자의 종신제가 사실상 폐지되고 권력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이 대중들의 각종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이고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결코 중동과 같은 길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문제를 중심으로 한 대외정책 방향의 모색

 

외교안보분야에 관한 언급이 극히 적은 것도 이번 대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국방비 증가 폭이 지난해 7.5퍼센트에서 올 해 12.7퍼센트로 상향 조정되었다는 점이고, 경제건설과 군사건설이 같이 가야 한다는 점을 주요 내용으로 한 ‘군민통합형발전’军民融合式发展을 강조하였다는 점 정도이다. 그러나 12.7퍼센트의 군비증가율은 지난 12년 동안의 군사비 평균 증가율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2001년 예산 배정에서 농민•농촌•농업의 삼농문제, 교육•의료•주택 등의 사회위기관리 및 공공안정 예산이 국방비를 초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방비의 증액이 결정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한편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대해서는 단기간 내 인민폐의 절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장기적이고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기존의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하였다. 동시에 국내 소비의 추진과 자본시장의 개방을 점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피력하였다.

 

그렇다면 이처럼 민생문제에 초점을 두는 정책방향이 중국의 대외정책에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중국은 지난 한 해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부상을 이루어낸 것에 대한 자신감과, 미국이 주도하는 세력들에 의해 전략적으로 포위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결부되면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민생문제의 해결을 강조하게 되면서 향후 중국은 대외정책에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여 주변국가와 갈등관계로 치닫기보다는, 경제발전 및 사회적인 위기관리에 초점을 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평화적 조건 확보를 위해 주변국가와 협력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의 왕지쓰王缉思 원장이 〈포린어페어즈〉(Foreign Affairs) 2011년 3•4월호에 투고한 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왕지쓰는 현재 중국정부가 국내정치적으로 과학적 발전관과 조화사회론을 토대로 한 국가대전략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외교업무 또한 국내문제와 긴밀하게 연계하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아울러 이런 맥락에서 중국이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공세적이고 대립적인 자세가 아닌 평화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추구함으로써 평화적인 국제환경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지적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외교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다이빙궈戴秉国 국무위원이 각각 2010년 7월과 12월에 중국의 외교업무는 반드시 국가주권과 안보, 정치체제의 안정, 그리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언급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 기초해 볼 때, 한중관계에도 일련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나 서해안 해상훈련 등을 둘러싸고 한중간 입장차가 크게 부각되면서 그동안 경색된 한중관계가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민생에 초점을 두고 주변국가와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중국 외교정책 기조의 변화로 인해 한중간 교류와 협력이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이 향후 북한문제나 북핵문제, 그리고 한중관계의 각종 현안들에 있어서 중국과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데 유리한 여건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가며

 

중국의 전국인대와 정협은 긴 시간 동안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개혁개방 정책의 실시와 함께 전국인대와 정협이 본래적인 기능을 회복하면서 점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전국인대가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어느 정도로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0여 년 동안 전국인대가 개혁개방 이전에 주로 정권의 정당성부여, 정권통합, 그리고 국민동원 역할에 기초한 체제유지기능을 담당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 다양한 제도개혁을 통하여 입법과 감독기능을 상당부분 강화하고 있는 추세임은 부정할 수 없다. 동시에 중국의 국력 신장으로 전국인대의 각종 활동이 전세계인의 주요 관심사항이 되고 있어 그 역할은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

 

물론 이번 전국인대 11기 4차 회의에서 제기된 각종 정책 제안들이 실제로 이행되어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여러 고비를 넘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12차 5개년 규획 기간 동안 내수확대전략 및 안정적인 성장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7퍼센트 이하로 조정하였지만, 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방정부가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둘째, 내수 확대, 소득분배 강화, 그리고 소득격차 해소를 강조하며 민생개선에 주력하기로 하였으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중산층의 확대 및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하는 점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셋째, 경제성장방식의 전환으로 인한 성장의 위축과 함께 실업난을 가중시킬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중국정부는 현재 국내외적 정세변화로 인해 중요한 전략적 기로에 서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이 제2차 체제전환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장애물들을 극복해야 한다. 이번 양회를 통해 결정된 경제성장 방식의 전환을 통해 조화사회를 성공적으로 구현해 냄으로써 현재 중국이 직면한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 중국은 지속적인 고속성장을 통해 명실상부한 ‘G2’로서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경제성장과 분배문제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달성하겠다는 이른바 ‘중국특색 발전모델’의 성패를 반드시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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