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교수는 국방대학원 안전보장대학원 교수로 있으며 현재 하버드대학 방문학자이다. 저서로는 《제3의 일본》 (2008) 과 《안전보장의 국제정치학》 (2010, 공저) 등이 있다.

 

 


 

 

〈방위계획대강 2010〉의 의의

 

지난 12월17일, 일본 정부가 〈2011년 이후의 방위계획대강에 관해〉(이하 〈방위계획대강 2010〉으로 약칭)라는 문서와 그 부속문서에 해당하는 〈중기방위력정비계획(2011-2015)〉을 각각 안전보장회의와 각의를 통해 결정하고 공표하였다. 방위계획대강은 일본 자위대를 어떠한 목표 하에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를 명시한 일본내 최상급의 군사전략, 나아가 안보전략을 표명한 공식문서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미국의 경우 새로운 행정부가 등장할 때마다 백악관에서 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를 공표하고, 그에 준해 펜타곤에서 국방전략서(National Defense Strategy), 합동참모회의에서 국가군사전략서(National Military Strategy), 혹은 합참비전(Joint Vision) 등을 작성하여, 내외에 국가안보전략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관례가 되고 있다. 일본은 국가안보전략서에 상응하는 문서체계를 별도로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안전보장회의와 각의의 결정을 거쳐 확정되는 방위계획대강이 기본적으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서 및 국방전략서를 모두 포괄하는 전략문서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방위계획대강은 1976년에 처음 공표된 이래, 1995년과 2004년에 각각 개정되어 공표된 바 있다. 〈방위계획대강 1976〉이 냉전기 일본의 안보 및 군사전략을 표명했다면, 〈방위계획대강 1995〉는 탈냉전기, 〈방위계획대강 2004〉는 9.11 이후인 21세기 초두의 일본의 안보방위전략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확정된 〈방위계획대강 2010〉은 어떠한 측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지난 번 방위계획대강이 책정된 2004년 이후 일본을 둘러싼 동아시아 안보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화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감행하였고, 특히 2010년 들어와 천안함 사건을 일으키고 연평도 포격을 자행하면서, 한반도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 중대한 위협요인으로 등장하였다. 또한 중국은 지속적 경제성장을 거듭한 끝에 일본을 제치고 GDP 기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러한 동아시아 전체의 군사적, 경제적 지형변화가 일본의 새로운 안보전략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가가 우선 주목할 만한 점이다.

 

아울러 종전의 방위계획대강들이 자민당 장기집권 하의 시점에서 책정되었던 것임에 반해, 〈방위계획대강 2010〉은 2009년 9월 이후 집권하기 시작한 민주당의 정세인식과 안보전략이 반영된 최초의 전략문서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 이후 민주당은 정책결정과정 및 실제 정책 내용에서 자민당과의 차별성을 보여주려 했고, 외교안보정책 분야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나타난 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최상급의 안보 및 방위전략문서 성격을 갖고 있는 〈방위계획대강 2010〉은 종전 자민당이 결정해온 대강들과 어떤 차별성 혹은 연속성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요컨대 민주당 이후의 일본이 변화된 안보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어떠한 전략개념과 군사력으로 일본이 인식하는 안보위협요인들에 대응해 나가려고 하는지를 살펴보는데 있어 〈방위계획대강 2010〉은 가장 적절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방위계획대강 2010〉의 결정 경위

 

이전의 방위계획대강들이 결정되는 과정을 보면 일정한 패턴을 보여주었다. 우선 수상 직속으로 학계 및 관계, 경제계의 인사들로 구성된 전문가 위원회가 설치되어 내부 토론을 거친 후에 최종보고서가 작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와 집권당 내부에서 검토가 행해진 이후 각의결정으로 방위계획대강들이 공표되어 왔다.

 

민주당 정권이 주도한 〈방위계획대강 2010〉도 기본적으로는 종전의 방식과 유사한 경로를 통해 결정되었다. 2009년 9월, 민주당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은 종전의 자민당과 차별성을 갖는 안보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려는 의욕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올해 2월 18일, 당시의 하토야마 수상은 학계 및 경제계, 그리고 관료 출신의 인사들로 〈새로운 시대의 안전보장과 방위력에 관한 간담회〉를 구성하여 새로운 방위계획대강의 초안 작성을 위촉하였다. 이때 위촉된 인사들 가운데에는 평소 동아시아 지역과의 협력을 강조해온 시라이시 다카시白石隆 아시아경제연구소장, 소에야 요시히데添谷芳秀 게이오대학 동아시아연구소장, 나카니시 히로시 교토대학 교수 등이 포함되어 민주당 하토야마 정부가 표방해온 동아시아 공동체론에 준한 안보전략론이 제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조된 바 있다. 이 간담회는 6개월여간의 내부 토론을 거쳐 지난 8월, “새로운 시대에 있어 일본의 안전보장과 방위력에 관한 장래구상”이라는 최종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간담회의 최종보고서는 이전까지 일본 방위정책의 기본이 되어온 소위 “기반적 방위력” 개념을 대체하여 새롭게 “동적 억지력”의 개념에 준한 군사력을 건설해야 할 것을 제안하였고, 미일동맹의 강화와 더불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차원에서 한국 및 오스트레일리아 등과의 안보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새로운 정책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간담회의 최종보고서가 준비되는 과정에서, 혹은 그 이후에도 일본내의 경제단체나 정당 등의 여러 행위자들이 새로운 방위계획대강에 포함되어야 할 장차 일본의 안보정책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었다. 대표적인 경제단체인 일본경단련은 올해 4월 12일, “국가전략으로서의 우주개발이용의 추진을 위한 제언”을 발표한데 이어 7월 20일에는 “새로운 방위계획대강을 향한 제언”을 다시 발표하였다, 이들 문서에서 일본경단련은 새로운 방위계획대강에 방위목적을 위한 우주이용과 종전의 엄격한 무기수출 3원칙 완화를 포함하여, 일본 방위산업 업계가 우주산업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구미 국가들과 첨단 무기를 공동연구개발하는 사업에도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집권당인 민주당의 외교안전보장조사회도 11월 29일, “방위계획대강에 대한 당의 기본자세”를 발표하여, 새로운 방위계획대강에 국제평화협력활동(Peace Keeping Operation: PKO) 참가를 촉진하는 PKO 5원칙의 개정, 무기수출 3원칙의 새로운 기준 마련, 위기관리 기능 강화를 위한 수상 직속의 국가안전보장실 창설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언하였다. 최종안의 공표직전까지도 일본 정부는 여타 정당 및 사회단체, 그리고 일본 정부 내부에서의 논의를 거쳐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방위계획대강안을 마련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11월 30일, 기타자와 방위상은 미츠비시 중공업 등 일본내 방위산업 관계자들과 면담을 갖고 무기수출 3원칙 개정 문제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경청하였고, 12월 초에는 잠재적 연립파트너인 사민당으로부터 역시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마지막 순간에는 방위성과 재무성 간에 인건비와 장비조달비를 포함한 방위비의 적정액수와 이에 따른 육상자위대 정원에 대해 밀고당기는 조정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12월 17일 발표된 〈방위계획대강 2010〉은 사실상 일본 민주당 정부가 주도하여 안전보장과 관련되는 학계, 경제계, 정계, 그리고 정부 각 부처의 총의를 수렴하여 확정한 것이다. 안전보장과 관련된 일본의 국가적 의사가 표명된 문서라고 보아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방위계획대강 2010〉의 주요 논점

 

〈방위계획대강 2010〉은 제1장에서 책정의 취지를, 제2장에서 일본 안전보장의 기본이념을 밝히고, 제3장에서 일본을 둘러싼 안보환경을 분석하고, 제4장에서 안전보장의 기본방침을, 제5장에서 방위력의 지향해야 할 양태를 제시하고, 제6장에서 방위력의 능력 발휘를 위한 기반 조성 과제를 제기하고, 육해공 자위대의 전력증강 목표를 제시하는 별표別表가 추가로 덧붙여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전의 방위계획대강들과 비교하여 주목할 만한 논점으로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일본을 둘러싼 안보환경 평가와 관련하여 글로벌 레벨에서는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확산, 국제테러조직 및 해적 행위 등이 안보상의 과제로 지적되고 있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북한의 군사적 동향 및 중국의 군사적 불투명성에 대한 경계감이 지속적으로 표명되고 있는 점이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대규모 특수부대 보유, 그리고 최근의 군사적 도발행동 등을 언급하면서,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이 일본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 안보에 있어 중대한 불안정요인이라고 지적하였다.

 

중국에 대해서는 다소 복합적인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 제2장에서는 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근대화, 원거리 투사능력의 강화, 안보적 불투명성을 지적하면서 우려가 표명되고 있으나, 제4장에서는 중국과의 안보대화 및 방위교류를 통한 신뢰관계의 증진과 비전통적 안보분야에서의 협력관계 구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있다. 이 점은 2004년 방위계획대강에서 중국 군사력의 잠재적 위협 측면 만이 강조된 것과 비교하면 의미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 하토야마 수상이 주창해온 동아시아 공동체론이나 그가 위촉한 간담회 인사들이 가진 협력지향의 대중국관이 이 부분에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둘째, 이러한 잠재적 위협요인에 대처하는 방책으로서 새로운 방위계획대강은 일본 자신의 노력, 동맹국 미국과의 협력, 국제사회에 있어서의 다층적 안보협력 등 3중의 태세 강화를 포괄적으로 제시하였다. 민주당은 정권 장악 이후 대등한 미일동맹 관계의 구축을 강조하면서,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하여 일시적으로 미일간 갈등을 노정시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방위계획대강 2010〉에서는 미국이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라는 인식을 보이면서, 지역질서의 안정이나 글로벌 공공재의 제공이라는 관점에서 미일동맹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미일동맹과 관련하여 가졌던 애초에 이상주의적인 입장이 〈방위계획대강 2010〉의 공표를 계기로 보다 현실주의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국제사회에서의 다층적 안보협력과 관련하여 주목되는 것은 한국 및 오스트레일리아와의 안보협력을 명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방위계획대강은 이들 국가들이 일본과 “기본적 가치와 안보상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다층적 안보협력 태세를 공동으로 구축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같은 인식은 종전의 방위계획대강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측면이다. “안전보장과 방위력에 관한 간담회”의 보고서에서 제시된 제언들이 반영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셋째, 위협요인에 대처하는 일본 자신의 노력과 관련하여 종전까지 일본 방위력 건설의 지침으로 기능해온 “기반적 방위력” 개념을 대체하여 새롭게 “동적 방위력” 개념이 제시되었다. 종전의 “기반적 방위력基盤的防衛力”이란 일본 자신이 힘의 공백이 되어 오히려 주변 지역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방위력을 가리키는 개념이었는데, 새로운 방위계획대강은 이를 폐기하고, 그 대체개념으로 각종 사태에 실효적인 억지와 대처를 하기 위해 즉응성, 기동성, 유연성, 지속성 및 다목적성을 갖는 “동적 방위력動的防衛力”을 제시한 것이다. 새로운 방위계획대강의 “동적 방위력” 개념은 “안전보장과 방위력에 관한 간담회”에서 제시된 “동적 억지력” 개념을 적극 수용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동적 방위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관해서는 방위계획대강 제5장 및 별표, 그리고 〈중기방위력정비계획(2011-2015)〉에서 제시된 각 자위대의 전력증강 방향성과 목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방위계획대강 2004〉와 비교할 때 새로운 방위계획대강에서는 오히려 육상자위대 총정원 1천명이 감소되었고, 전차 및 화포도 각각 200대(문)씩 감축되게 되었다. 이에 반해 해상자위대의 잠수함 전력이 16척에서 22척으로 늘어나도록 되었고, 지역에 고정적으로 배치되었던 5개의 호위함부대가 4개로 축소되면서 기동운용화되도록 되었다.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한 이지스 구축함도 종전의 4척에서 6척 태세로 증강되고, 2만톤급에 육박하는 헬기탑재 호위함의 추가 획득도 목표로 제시되었다. 항공자위대의 경우에도 오키나와에 1개 비행대를 이동시키고, 기존의 노후화된 F-4 전투기 및 C-1 수송기의 후계기를 획득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2006년 신설된 통합막료감부統合幕僚監部 중심의 합동성 강화도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고 본다면 “동적 방위력” 개념은 기존에 지역방어의 경향을 보였던 육상자위대의 재래식 전력을 과감하게 삭감하면서, 기동방어능력을 갖는 해상자위대와 항공자위대의 신속대응능력을 강화하고, 탄도미사일 방어 및 특수전 전력을 계속 보강하고, 그 위에 육해공 3자위대를 통합지휘하는 통합막료감부의 정보수집 및 합동작전능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갖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정부의 재정규모 축소 추세에 부응하여 기존 자위대의 병력과 재래식 장비는 〈방위계획대강 2004〉에 이어 지속적으로 삭감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기동성과 합동성 강화 등을 통한 질적인 전력증강으로 보완하여 각종의 안보위협 요인들에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동적 방위력”의 개념에 담겨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 안보정책에의 시사점

 

한국의 경우는 글로벌 및 지역질서상의 잠재적 안보위협요인 뿐만 아니라, 거듭되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나타났듯이 북한으로부터의 현재적 위협요인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방위계획대강 2010〉은 한국의 안보정책 수립에 참고가 될 수 있는 몇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한국의 안보전략, 혹은 군사전략의 책정과정에 문제는 없는가 하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5년 내지 10년 단위로 사회 전체의 중지를 모아 방위계획대강을 확정하고 내외에 공표해 오고 있다. 우리도 노무현 정부 시기의 〈평화번영과 국가안보〉, 이명박 정부 시기의 〈성숙한 세계국가〉등의 국가안보전략서가 책정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안보전략서의 책정과정에서 정부는 물론이고 학계, 정계, 경제계, 사회단체 등의 중지를 모아 공론화하는 과정을 밟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대다수 국민들은 그러한 문서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고, 그러다보니 우리의 국가목표나 안보위협요인에 대한 공감대적인 인식이 결핍되어 있는 것이 실정이다. 북한을 과연 주적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위협요인의 하나인가 하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도 국방부가 발간하는 〈국방백서〉수준에서 논의되고 있을 뿐이고, 국가 전체 차원의 공론 형성은 소홀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두하는 중국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안보전략 차원에서 점검이 필요하다. 국방력의 강화, 한미동맹의 강화, 다자간 안보차원의 노력, 나아가 대북 정책 등도 국가 전체의 안보전략 차원에서 논의되고, 기본 방향이 국가 차원의 전략문서에 담겨야 하는데, 우리는 사회 전체적으로 각론만이 왕성하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방위계획대강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되고, 실질적인 안보정책의 집행에 있어 기준지침으로 활용되는 모습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내용적으로 〈방위계획대강 2010〉은 북한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강하게 표명한 반면, 부상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경계감과 아울러 신뢰구축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한국과는 안보협력의 강화를 특별히 강조하였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인 문서에서 한국과의 안보협력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만하다. 북한의 현재적 위협이 증대되는 시점에서 대북 억지력 확보의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강화와 아울러 주변 우방국들과의 협력이 우리로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일안보협력의 추진이 마치 중국을 배제하거나 대립시하는 구도를 갖게 되고, 나아가 동북아 지역의 다자간 안보협력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는 양상을 띠게 되는 것은 우리로서도 부담이 되는 것이고, 받아들이기 곤란한 것이 될 것이다. 한국의 국가전략적 목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고 한반도 평화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6자회담에 참가하는 각국과의 양자적 협력을 확보해야 하고, 나아가 지역내 다자간 안보메카니즘이 보다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우리의 국가정책 추진상 유리하다. 일본과의 안보협력은 그러한 틀을 저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그리고 일본 국내법 및 전수방위 원칙의 한도 내에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쨌든 일본이 표명해온 한일안보협력의 의사표시를 우리의 국가전략 목표 달성에 어떻게 유용한 방향으로 활용할 것인가의 과제가 새롭게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방위력 건설의 기본 지침으로서 종전의 “기반적 방위력”을 대체한 “동적 방위력”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 개념은 방위예산이 삭감되는 추세 속에서 어떻게 예산과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일본이 직면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요인에 대처할 것인가 하는 일본 나름의 고민과 방책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떠한 개념 하에 우리가 직면한 현재적, 잠재적 위협요인들에 대처할 수 있는 국방력을 건설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동아시아 지역질서 및 글로벌 질서 상의 비전통적 안보위협요인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과 핵무기 및 기타 비대칭적 전력에도 동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방부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방예산의 증액을 요청하지만, 국가전체의 재정규모나 여타의 필요상 국방비 증액에는 일본과 마찬가지의 제한이 따른다. 제한된 예산 속에서 우리가 직면한 복합적 안보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어떻게 국방예산과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조직 및 인사구조를 가져가야 할 것인가? 이러한 고민들과 노력들이 없었던 것은 아닐 터이지만,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은 그간 우리가 “국방개혁”의 명목 하에 기울인 각종의 노력들이 우리의 허점을 파고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거나 응징하는데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직면한 안보위협의 중층적 요소들에 대한 정확한 식별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러한 위협요인들을 배제할 수 있는 국방력과 외교력의 능력 구축 방향에 관한 개념이 제시되어야 한다. 일본 〈방위계획대강 2010〉에서 새롭게 제시된 “동적 방위력”의 개념은, 우리와 동일하지 않은 안보환경에서 도출된 낯선 개념이지만, 보다 중층적인 안보위협에 직면한 우리 안보정책과 국방개혁이 나아갈 방향과 과제들을 새삼 자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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