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인 김수암 박사는 서울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민주평통 상임위원,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관심은 북한인권, 대북지원, 남북간 인도주의 사안 등이다. 수많은 논문과 연구보고서를 출판했으며, 최근 논문으로는 “대북지원과 국민적 합의,” “유엔인권레짐과 북한인권: ‘전략’과 ‘관계’를 중심으로,” “헬싱키 최종의정서의 의의와 특징: 인권의제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초록

이 글은 인권의제가 북한의 생존전략에 어떠한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 분석하고, 북한정권이 20세기형 부국강병을 넘어 지식, 인권, 환경과 같은 연성가치도 중요시 되고 있는 21세기 국제정치 무대에 적합한 생존 및 번영전략을 짜고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현재 북한은 유엔에서 인권 실상이 지극히 열악하다고 평가되는 국가를 대상으로 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특별절차의 대상국가가 되고 있으며 이는 북한당국에게 정치 • 외교적 압박 및 생존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우선 인권개선과 정권안보가 부정적 상관성을 갖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유엔과 개별국가와의 관계를 조정하는 2가지 차원의 전략변화와, 인권을 수용한 선민을 통한 정권안보 전략의 전환을 통해 선경과 선민이 결합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유엔 및 개별국가와 북한 사이에 인권분야 협력 네트워크가 확산되도록 하고, 지역차원의 다자 인권 레짐 형성과 남북한 사이에 인권분야 협력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1. 서론

 

1990년대 경제난•식량난으로 야기된 체제 위기를 자체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게 된 북한당국은 유엔 등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량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절망적인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생존을 위해 중국으로 탈출하는 북한주민들의 행렬이 줄을 잇게 되었다. 이들 탈북자들을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 내 열악한 인권실상이 국제사회에 알려지게 되었다.

 

북한은 유엔에서 인권실상이 지극히 열악하다고 평가되는 국가를 대상으로 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특별절차의 대상국가가 되고 있다.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는 북한인권결의안은 유엔 회원국의 총의가 수렴된 정치적 결정이다. 비록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북한인권결의안의 지속적 채택은 북한당국에게 정치•외교적 압박이 되고 있다. 북한당국은 북한인권 문제의 국제적 공론화에 대해 정권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음모라고 인식하고 있다. 북한당국의 거부전략에도 불구하고 인권의제는 북한당국의 생존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령 중심의 유일지배체제 아래 설정하고 있는 강성대국이라는 생존전략은 현재 전개되고 있는 국제정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19세기적 부국강병, 20세기형 발전전략으로서 시대착오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국제정치 무대에서는 부국강병을 넘어 지식, 인권, 환경과 같은 연성가치도 중요시되는 복합무대로 변모하고 있다. 하나의 예로 최근 국제사회의 개발협력 과정을 보면 재화의 결핍이라는 단순한 빈곤 인식에서 벗어나 박탈, 부정의 등 빈곤의 복합적•다면적 성격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빈곤의 요인에 대한 새로운 논의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의 발전전략도 새롭게 모색될 필요가 있다.

 

북한당국이 21세기 복합무대에 적합한 생존 및 번영전략을 짜고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발전전략 자체를 본질적으로 재조정하는 동시에 국제협력을 통해 번영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중요한 가치로 설정하고 있는 인권의제에 대해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 정권안보의 관점에서 본질적으로 거부전략을 견지하면서 압력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한적으로 용인하는 전술로 대응할 경우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북한당국도 21세기 국제정치의 질적 변화현상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인권의제가 정권안보와 생존전략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개혁•개방을 추진할 수 있는 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권안보의 관점에서 인권의제에 대해 경직된 자세로 대응할 경우 진정으로 21세기에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북한당국은 인권을 수용하면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21세기에 부합하는 생존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진정으로 정권안보를 보장해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인식 아래 본 장에서는 과연 인권의제가 북한의 생존전략에 어떠한 함의를 갖고 있는지 분석하고 북한의 번영전략이 성공하기 위해 인권의제를 어떻게 다루어나가야 할 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선군시대 인권인식 및 전략의 내용과 평가

 

(1) 정권안보의 관점에서 인권문제 인식

 

1990년대와 선군시대 북한당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인식은 외부로부터의 위협(threat)에 대한 북한의 인지에 바탕을 두고 정립되고 있다. 우선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국가 붕괴 요인에 대한 북한당국의 평가가 선군시대 북한당국의 인권인식 정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90년대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국가들이 붕괴되면서 북한은 심각한 안보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북한당국은 자유 및 인권의 확산과 대규모 탈출이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국가 붕괴의 주된 요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서방에 의한 정보의 유입을 통한 사회 내부 인식 변화 전략이 핵심 붕괴요인이라고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이러한 인식 아래 북한당국은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 정권교체라는 안보적 관점에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침략의 명분으로 활용하였다는 사실을 들어 인권문제 제기는 정권교체의 명분에 불과하다고 인권을 정권안보 논리로 연계시키고 있다.

 

북한당국은 인권을 명분으로 사회주의 체제와 정권을 교체하려는 전략은 국제정치의 변하지 않는 속성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북한은 세계질서를 제국주의 대 자주세력의 대결이라고 규정하고 인권문제를 그러한 대결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에 대해 제국주의가 세계를 제패하려는 ‘인권공세’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에 따르면 세계를 지배하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야망은 변하지 않는데 그것을 성취하는 방식이 변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현실의 변화 속에서 인권이 제국주의자들의 세계 제패 수단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당국은 ‘인권공세’가 사회주의체제 와해 전략이라고 규정하면서 체제안보 논리로 연결시키고 있다. 서방 중심의 인권공론화는 ‘사회주의사상전선’을 허물기 위한 내부와해공세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한당국은 사회주의 사회의 정치사상적 단결과 집단주의적 생활을 말살하기 위해 인권확산을 통해 반정부세력을 지원하는 활동이 핵심 붕괴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소련 및 동구사회주의 국가들이 ‘인권공세’의 독소적 본질을 냉철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내부 와해전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붕괴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통해 볼 때 사회주의 체제를 보위하기 위해서는 서방의 인권공세에 대응하여 치열한 사상전선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안보위협의 관점에서 인권문제에 대해 사상전이라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북한당국은 ‘공세’에 대한 정치사상적 ‘대응’이라는 안보 논리로서 인권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계속)


[서장] 2032 북한선진화의 길 : 복합그물망국가 건설
[1호] 북한 공진화전략 연구 : 정치   

[2호] 북한 공진화전략 연구 : 외교
[3호] 북한 공진화전략 연구 : 군사   

[4호] 북한 공진화전략 연구 : 경제
[5호] 북한 공진화전략 연구 : 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