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브리핑 64호] 기대 못 미치는 미 ․ 중 소프트파워 : 반쪽 리더십 극복해야  

1. 미중 정상회담 앞둔 미중 소프트파워 평가

2. 20개국이 본 주요 현안별 미중 리더십 비교

 

 

 


 

세계여론이 본 슈퍼파워 G2의 소프트파워 - 반쪽 리더십 한계

 

전 세계가 경제침체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고도성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북핵문제 등에서 외교역량을 과시하며 부상한 중국은 G-2로 불리며 일약 미국과 세계질서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여전히 군사력, 경제력 등 하드파워에서는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두 번의 전쟁과 경제위기로 단독으로 세계를 이끌어가기에 힘이 부친다는 점이 분명해지면서 당장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 같았던 미중 패권경쟁의 시점이 다소 앞당겨질 것으로 보는 관측이 늘고 있다.

 

향후 미중 양국 간의 협력과 경쟁관계를 예측하는 데 있어 중요한 변수는 세계의 ‘민심’이다. 눈에 보이는 군사력, 경제력과 같은 하드파워의 힘 만으로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시대가 끝났다는 점은 전임 부시행정부 동안 자명해졌다. 아직 하드파워 경쟁에서는 미국에 크게 뒤지고 있는 중국이 소프트파워 강화에 힘 쏟으면서 양국간 소프트파워 경쟁도 본격적으로 점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11월 15일부터 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중국에서 처음으로 만난다. 새로 등장한 오바마 행정부이후 미국과 중국이 이후 어떻게 양국관계와 국제문제를 풀어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 간 무역 현안 뿐 아니라 이란과 북한 핵 문제, 국제 개발 이슈, 기후변화 문제에 이르는 굵직한 글로벌 이슈가 다뤄질 정상회담에서 양 슈퍼파워간 협력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암투와 견제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회담이 끝나면 12월에는 전지구적 이슈의 핵심과제 중의 하나인 기후변화 문제에 새로운 기후변화조약 체결을 통해 계 190여 개국이 참여하는 기후변화 협약이 예정되어 있다. 세계 제1, 2위 이산화탄소배출국가인 중국과 미국 중 누가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는 자국의 이익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전지구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지도 관심사다.

 

미중 소프트파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매릴랜드대 월드퍼블릭오피니언 20개국 여론조사는 미중 양국의 소프트파워 경쟁이 어디까지 와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 지에 대한 시사점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미국 메릴랜드대의 국제정책태도프로그램(PIPA)이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EAI) 등과 함께 세계 20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전체 응답자 수는 20,349명이고 표집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서 ±3~4%이다.

 

G2, 미국과 중국 하드파워에 못 미치는 소프트파워 - 세계 여론 미온적  

- 20개국 여론, G2 “국제적 역할 긍정적이다”미국 40%, 중국 44% 그쳐

- 서구-친미, 중동/동구-친중 세계여론 반분 - 반쪽 리더십에 그쳐

 

군사력, 경제력, 정치적 파워 등 강제적인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하드파워와 달리 다른 나라의 자발적 동의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힘인 소프트파워의 경우 국제사회에서의 평판이나 다른 나라 국민들의 호감을 주는 외교노선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미국과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측정하기 위해 이들 나라가 국제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지 20개국에 그 국제적 평판을 조사했다. 미국과 중국 G2 국가의 국제사회의 평판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응답이 40%,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응답도 40%로 팽팽했고, 20%는 응답을 유보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44%, 부정적인 평가가 34%, 22%가 답변을 유보했다. 중국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서는 나은 상태이지만 미국과 중국 모두 긍정적 평가가 과반수에 미치지 못했다. 일방주의 외교정책에서 탈피하여 다자협력 외교를 강조하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대한 세계의 여론은 우호적이었지만, 근본적으로 미국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불신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과 하드파워 경쟁 보다는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 강화에 주력하는 중국 역시 아직 글로벌 리더로서 인정받는 수준은 아니다. 한편, 유보한 답변이 높은 것은 국제문제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적거나 정보가 부족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림 1] 미국과 중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20개국 응답 평균 (단위 : %)

 

미국과 중국의 소프트파워 : 반쪽 리더십 우려

 

OECD 선진 민주주의 국가= 친미 성향, 일부 회교/구소련 국가 = 친중 성향 갈려

 

미국과 중국의 국제적 리더십에 대한 각국의 긍정적인 평가는 일부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과반수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개별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과 중국에 대한 시각 차이가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서구 유럽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중동 및 이슬람 국가들에서 냉담한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58%), 프랑스(52%), 폴란드(51%), 독일(44%)과 같은 서구 OECD 국가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여론이 높았다. 반면 이라크(23%), 터키(16%), 이집트(15%) 등의 중동의 회교 국가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긍정적인 응답비율이 매우 낮았다. 지역별로는 미국 주도의 정치, 경제적 원조에 의존도가 큰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장 미국에 우호적이었다. 케냐 국민의 81%, 나이지리아 국민의 70%가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에 긍정적이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68%)과 인도(47%)가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여론이 높았고, 회교국가인 인도네시아(32%), 파키스탄(10%)에서는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 OECD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로부터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중동 및 구공산권 국가들의 지지를 받았다. 미국(33%)을 비롯한 프랑스(26%), 폴란드(25%), 독일(21%) 등 유럽 선진국에서 긍정적 응답비율이 낮은 반면, 아제르바이젠(52%), 이집트(42%)같은 일부 중동국가나 러시아(44%) 등에서는 높았다. 특히 미국에 매우 우호적었던 아프리카에서는 중국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매우 높았다. 케냐에서 76%, 나이지리아에서도 75%가 긍정적이었다. 아프리카 등지에서 집중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중국의 자원외교의 성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는 파키스탄(89%), 한국(54%)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과반수를 넘었지만, 인도(39%), 인도네시아(38%) 등에서는 이에 못 미쳐 중국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중동국가 중에서도 이라크(39%), 터키(22%)의 경우 미국에 대해서 뿐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냉담한 평가가 많았다.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서구 유럽국가들은 미국에 우호적인‘친미반중성향’의 여론을, 일부 중동/ 구소연방 국가들은 ‘친중성향’의 여론이 강해 미국과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양분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라크, 터키나 아시아의 인도네시아, 인도 처럼 아예 미국과 중국 모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나라도 적지 않았다. 결국 하드파워 차원에서는 초강대국으로 분류되는 G2지만 소프트파워 차원에서는 글로벌 초강대국이라는 칭호가 무색하게 일부 우호적인 관계의 국가들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행사되는 반쪽 리더십에 불과했다.

 

세계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이나 새롭게 경쟁상대로 떠오른 중국 공히 세계를 이끄는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는 지역과 국가를 끌어 안아야 할 과제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림 2] 미국의 국제적 역할 평가 (단위 : %)

 

주 : 평균값에서 미국 결과는 제외, 가운데 공란은 답변 유보

 

[그림 3] 중국의 국제적 역할 평가 (단위 : %)

 

주 : 평균값에서 미국 결과는 제외, 가운데 공란은 답변 유보

 

한국은 G2 모두 긍정적 평가 과반 넘어 : 미국 긍정평가 68%, 중국 긍정평가 54%

- 2002년 촛불정국으로 고조된 반미성향 참여정부 중기 이후 크게 누그러져

- 한국에서 미국과 중국 평판은 서로 비례, 미국 대 중국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편 미국과 중국 모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제외하면 한국처럼 미국과 중국 모두에 우호적인 여론을 보여주는 나라는 예외적이었다. 한국의 경우 미국의 역할에 보다 높은 점수(68%)를 주고는 있지만 중국에 대해서도 과반수 이상(54%)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에서 미국과 중국 우호적 여론이 강한 것은 정치안보 차원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경제 차원에서 중국과의 협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환경의 산물로 보인다.

 

사실 한국에서 미국과 중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해 주기적으로 조사해온 결과 동반상승, 동반하락을 거듭해왔다.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계기로 악화되던 미국에 대한 여론이 북한의 핵개발이 본격화되고 부시 2기 행정부에서 일방주의 외교가 한풀 꺾이는 2006년을 기점으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가 급증했고, 오바마 행정부 등장으로 급증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에도 2004년 동북공정 사건을 계기로 급격하게 악화되면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의 중국의 역할이 가시화되고, 특히 최근에는 미국발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한국의 수출시장 및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중국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면서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4] 한국인이 본 미국과 중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 비율 변화(%)

 

[그림5] 미국과 중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각 나라 긍정적 평가비율에 따른 인식유형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