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희_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연 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하고 미국 Fletcher School of Law and Diplomacy, Tufts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하였다. 중국사회과학원 아·태 연구소 객좌연구원, 중국 베이징 대학교 정부관리학원 강의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주요 저술로는《후 진타오 시대의 중국 대외관계》, “중국의 다극화전 략, 다자주의외교, 그리고 동북아시아 안보”, “6자회 담의 침체와 중국의 딜레마”, “Alliance fatigue amid asymmetrical interdependence: Sino-North Korean relations in flux” 등이 있다.

 

 


 

 

제2차 북한 핵 실험 이후를 중심으로

 

최근 중국과 북한의 관계변화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제2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북중 관계에 과거와는 달리 정치적·외교적 거리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9년 초반 핵 위협을 재개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다시 북한에 집중시켰다. 북한은 4월 5일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5월 25일에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하였으며, 6월 13일엔 농축우라늄프로그램을 추구하겠다고 공언하였다. 북한은 농축우라늄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정’coming out하면서 핵무기 양산체제에 들어가려고 시 도하고 있으며, 또한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핵무장을 통하여 한반도에서 군사적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 와 같은 북한의 일련의 행동에 대하여 중국은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북한의 핵 보유 시도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우선 북한이 제2차 핵 실험을 했던 5월 25일 중국 외교부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반대를 무시하고 또다시 핵실험을 강행한데 대해 중국 정부 는 견결히 반대한다”며 북한을 규탄하는 비난성명을 냈다. 이어 5월27일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은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는 것을 결단코 반대한다”며 “북한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일절 중단해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또한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 1순위인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도 5 월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이상희 국방장 관과의 회동에서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중국의 국가 이익에 위배되며, 북한 측에 상황을 더 악화시켜선 안 된다는 확고한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와 아울러 중국은 6월 1일로 예정돼 있던 전국인민대표 대회全人大 천즈리陳至立 부위원장의 방북을 전격 취소함으로써 북한 핵 실험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음을 명확히 전달하였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는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들 학자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북한의 핵 개발이 핵무기 보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미국과의 협 상용”이라는 입장, “미국의 안보위협 때문에 핵무기 를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 “중국안보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완충지대buffer zone”라는 입장 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이들의 희망사항은 북한 김정일 정권의 생존을 도모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강대국들의 북한에 대 한 위협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제거하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제2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의도가 분명 해짐에 따라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할 수 없는 중국의 입장을 반영하여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경고메시지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으며, 북한이 이제는 중국안보에 대한 부담liability으로 작용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장롄구이张张瑰 교수 는 “동북아의 안정과 관련해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갖는 점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며 “이웃나라(북한)의 핵 실험은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북한 핵실 험을 비난하고 있다. 또한 2009년 6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 인민외교학회 양원창楊文昌 회장과 청화대淸華大 국제문제연구소 옌쉐통閻學通 소장은 “중한관계는 전략적 동반자관계이고 중북관계는 정상적인 국가관 계”라는 점을 들어 한중관계가 중북관계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또한 중국과 북한 간에는 더이상 군사적 동맹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언급과는 달리 중국은 아직도 한 국에 비해 높은 직급의 외교관을 북한에 대사로 파견하고 있으며, 중북동맹의 기초가 되는 1961년의 “朝·中友好合作互助条约”은 그 내용상 자구 하나도 수정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들이 전례 없이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원인은 제2차 핵 실험과 같은 중국 의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북한에 대하여 중국이 대북정책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경고의 메시지와 함께 중국이 대북정책을 바꾸게 된다면 북한에 좀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북한의 제2차 핵 실험 이후 변화하는 중국의 대 북인식은 중국의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환구시보’环球时时가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핵 실험이 어느 국가에게 가 장 위협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중국국민 들은 한국(42%), 일본(25.5%), 중국(25.2%)의 순으로 대답했으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인들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경우 중국과 일본에 비슷한 수준으로 위협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중국인들이 북한의 핵 보유 를 중국에 대한 핵 사용과 연결 지어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의 제2차 핵 실험 이후, ”북한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보는가“라 는 질문에 중국인들은 66%가 ”그렇다”라고 대답하였다. 북한이 중국을 대상으로 핵을 사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북한 에 대한 제재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 사이에서 아직도 ”북한에게도 핵개발을 할 권리가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의 적대 봉쇄정책 때문이다”라는 반응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러한 전통적 주장들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제2차 북한 핵 실험 이후, 중국 정부, 학자, 국민들 사이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하여 비판적인 태도가 나타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이슈는 과연 중국이 북한정권이 붕괴될 정도로 강력한 대북제재에 협력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특히 제2차 북한 핵 실험 이후, 유엔안보리 결의안 1874호가 중국의 찬성에 힘입어 통과되었고 현재 미국을 비롯한 관련 국가들이 대북제재를 수행하 기 위하여 다양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사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74호에는 북한에 대한 무기수출 전 면금지, 화물검사 의무화, 북한의 은행거래 금지 등 민감한 사안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와 같은 내용들은 기존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 규정에 비하여 상당히 강화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의 핵개발을 실효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내용들이 제재안에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하며, 또한 대북제재의 실질적인 수행이 성공하기 위해서 는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태도를 보면 중국은 유엔 결의안 1874호에 의한 대북제재에 협력할 생각이 별로 없는 듯하다. 중국은 “북한을 자극하거나 고립시키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관련국의 냉정하고도 타당한 대응이 필요하다” 등과 같은 언급을 통하여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할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오히려 국제사회에 대북제재의 수위를 낮추어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모순된 태도를 검토해 보면, 중 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는 지지하면서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하여 북한정권의 붕괴나 한반도의 전쟁을 용인할 의지가 전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중국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명문화한 유엔 결의안을 통과시켰던 주요 목적은 북한의 조율되지 않은 독자적인 외교행위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중국의 책임대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국제 사회에 알리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는 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북한은 핵보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 다. 김정일 체제는 핵보유만이 자기들의 체제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고 있으며, 핵 보유를 위해서는 어떠한 위험도 부담할 준비가 되어있다.

둘째,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붕괴 위험을 짊어지면서까지 비핵화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북한 핵의 위험수위를 조절하면서 현 상태를 유지status quo하는 것이 북한의 붕괴보다는 국익에 훨씬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실패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2003년부터 도입되어 실행해온 6자회담은 결 국 2번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아직도 6자회담은 그 효용성이 있으며, 따라서 6자회담은 통한 북한 핵포기 유도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넷째,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보질서의 변화는 북 한과 중국의 입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오바 마 정부의 등장과 미국의 대북정책은 상당히 강경한 기조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국의 이명박 정부도 원칙에 기초한 대북정책 수립으로 상호주의적인 견지에서 북한에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과거 미국의 클린턴 및 부시 정부와 한국의 김대중 및 노무현 정부 시절과 같이 도발에 의한 보상을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오바마·이명박 정부의 정 책 전환과 이에 따른 북한과의 협상에 의하여 북한 이 위기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볼 때,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들이 좀 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적 배경에서 중국은 다음 몇가지 딜레마적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우선 북한의 또 다른 핵 실험 내지는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진행된다면 북한은 더 강력한 유엔 안보리 제재에 직면할 것이며, 이와 아울러 중국은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장을 반영해줄 수가 없다.

둘째, 한국과 일본의 핵 재무장 시도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하여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보호 를 댓가로 핵 재무장을 포기한 상황이 되었지만 북한 핵에 대한 방어적 대안으로 이들 두 국가들의 핵 무장 재시도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셋째, 북한의 붕괴이다. 김정일의 건강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이에 따른 북한 지도자의 계승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붕괴가능성 은 어렵지만 현실 가능성이 큰 주제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대북 군사적 제재이다. 이 대안은 사실 현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러 나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추구가 외교적으로 제어될 수 없다는 점이 증명되는 경우, 좋은 대안은 아니지만 가능성 있는 대안으로 고려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의 제2차 핵 실험 이후 중국은 북한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 중국의 수퍼파워로서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본다면, 중국은 북한의 이 번 제2차 핵 실험 이후 중북관계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중국 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북한의 경제적 붕괴위험이 나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북한 태도를 바꾼다면 이는 북한정권의 긍정적 변화를 초래하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또한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변화는 향후 수퍼파워로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긍정적 인식을 유 도하는 논리적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대북한 태도 변화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보장할 수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점차 중국의 경제발전에 불안정적인 요소로 확대됨에 따라 중국은 이에 대한 근 본적인 조치로 대북정책을 변화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정권 유지를 위한 중국의 노력에 변화가 온다면 이는 한편으로는 북한의 미래에 대한 치명적인 조치가 될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중국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조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