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근 교수는 미 오리건대학교(University of Oregon)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안보통일연구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의 쟁점 및 배경

 

“한국의 농축재처리 요구와 미국의 반대라는 입장 차이가 해소되고 있지 않아”

“한국 : ① 원전용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에너지 안보 및 원전수출 경쟁력 강화 ②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리 방안을 마련하여 원전 지속성 확보 ③ 고속로 기반의 미래 원자력시스템 개발 위한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재처리 기술 확보 추구”

“미국 : 불량국가나 테러집단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이 미국에게 있어 탈냉전 시대 최대의 안보위협이므로 핵비확산 관점에서 신규농축재처리 국가의 등장을 강력히 반대”

“한국의 예외적 입지 : 4대 원자력 강국으로 부상했으나 그 가운데 재처리 권한이 없는 유일한 국가”

 

한미간 입장 차가 매우 뚜렷한 관계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국 입장 차이의 핵심은 한국의 농축재처리 요구와 이에 대한 미국의 반대로 간략히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2-30년 동안 원자력 산업의 급격히 발전으로 세계 4대 원전 강국으로 부상하였으며, 이에 따라 사용후핵연료의 농축재처리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첫째, 대외에너지 의존도가 97퍼센트에 달하는 한국에게 있어 준국산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안정적이고 값싸게 공급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아울러, 원전을 수출함에 있어 현재 러시아나 캐나다 등 다른 수출국들에 비해 한국이 안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결함인 핵연료 공급 보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를 통한 핵연료주기 완성이 필요하다. 둘째,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문제와 관련하여 현재의 임시저장시설은 5-10년 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이고, 중간저장시설을 건축하는 경우에도 최종 처리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지역주민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 원전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의 최종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셋째, 미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고속로 기반의 원자력시스템 개발을 위해서는 파이로프로세싱 재처리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1974년 인도의 핵실험 이후 핵비확산 관점에서 원자력협력 문제에 대처해 왔고, 이 때문에 신규농축재처리 국가의 등장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스스로 자국의 농축재처리 권한마저 포기하는 희생을 감수하였을 정도로 지난 3-40년 동안 미국은 비확산 체제 강화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이로 인해 이란과 북한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신규농축재처리 국가는 발생하지 않았다. 9.11 테러 이후에는 불량

 

국가나 테러집단이 대량살상무기로 세계평화나 미국을 위협하는 것이 미국이 상상할 수 있는 최대의 국가안보위협으로 부상하였기 때문에 비확산 체제 강화에 더욱 사활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확산방지구상(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PSI), 유엔안보리(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결의안 제1540호, 및 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 주도 등과 같은 미국의 노력은 핵비확산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조치들이다. 특히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미국은 추가 핵물질 생산 방지 및 기존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에게 있어 농축재처리 시설의 확대는 핵물질 생산의 확대와 동일한 현상으로 간주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의 농축재처리 권한 요구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은 2-30년 내 원전 산업이 급격히 발전한 유일한 국가일 뿐 아니라,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등 4대 원전 수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나라들 중에서 농축재처리 권한이 없는 유일한 국가이다. 따라서 미국의 비확산 확대 노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한국에게 농축재처리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 마련을 위해 고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핵위기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전망

 

“국내 핵무장론, 농축재처리 통한 핵무기 잠재력 보유 주장은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 악영향”

“이번 협상은 결정을 유보하는 방향으로 결론 날 가능성 높아 : 새로운 타협책 제시, 북핵문제 해결,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 종료 등의 조건 가능”

 

3차 북핵실험 이후 일련의 한반도 긴장 고조 사태는 기본적으로 한미 양국의 입장이 대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에 더욱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농축재처리 허용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일련의 노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북핵위기 이후 국내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 또는 농축재처리 기술 확보를 통한 핵무기 개발 잠재력 확보 등의 주장들은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어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이번 협상은 결정을 유보하는 방향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타협책이 제시될 때, 북핵문제가 해결국면으로 접어들 때, 혹은 파이로프로세싱 한미 공동연구가 종료될 때까지 등의 조건을 달아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연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미국이 비확산 관점이 강하게 반영된 현재의 원자력협력 표준협상안에서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한국의 농축재처리 요구도 일방적으로 관철되지 않는 선에서 절충안이 마련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농축재처리 문제는 추후에 협상을 다시 진행하여 추가 의정서를 첨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자고 합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형식이 되든, 일방이 ‘성공’이라고 이야기하기 할 수 없는 형태의 협상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의 과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 원자력-비확산 파트너십의 비전 창출해야”

“산업계, 연구개발계, 정치인, 언론인이 함께 나서는 총력외교 필요”

“외교부 내 비확산 및 다양한 원자력 관련 문제들을 다루는 강력한 조직 신설 필요”

“핵정책 연구 전문가 네트워크 및 핵정책 연구센터 구축 시급”

 

2009년 채택된 “한미동맹을 위한 공동 비전”(Joint vision for the Alliance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은 한미동맹이 과거와 같이 한반도와 군사문제에 국한된 동맹에서 벗어나 “범세계적 범주의 포괄적인 전략동맹”으로 확대해 나갈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미전략동맹의 비전이 원자력 협력 부분에서는 충분히 반영되고 있지 않다. 한국은 현재 세계적인 원전 및 비확산 강국으로 부상하였으나 미국의 인식 속에는 과거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던 한국에 대한 인상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일은 원전 및 비확산 부분에서 한국이 미국과 함께 국제사회의 공동이익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 미래지향적 원자력-비확산 파트너십 비전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은 이러한 새로운 비전의 토대 위에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는 단순히 외교관이 나서서 성과를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전면적인 총력외교가 필요한 사안임을 기억해야 한다. 산업계, 연구 개발계, 정치인, 언론인 등이 함께 나서서 원자력 발전 분야의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셋째, 현재 원자력 협상은 외교부 내 군축비확산과와 임시조직인 한미협상대표팀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 문제는 원전수출, 재처리, 비확산 등 다양한 이슈를 포함하는 포괄적 국익이 걸려있는 사안이므로 원자력-비확산 문제를 다루는 보다 강력한 조직을 외교부 내 신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넷째, 다양한 한국의 핵정책 현안에 관해 본격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전문가 조직 및 네트워크, 그리고 이러한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핵정책연구센터의 설립이 시급하다. 전문가 조직은 한국 정부의 핵정책 전반에 대해 제언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것이 한미간 상시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으로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한국에게 보다 유리한 협상 결과를 도출해내는데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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