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정치적인 위기로 조기에 움직일 수 없는 상황임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11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다음 주 미국 방문을 확정 지은데 대해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한국통'으로 꼽힌다.

 

그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주최로 열린 '미국 새 행정부 출범과 한반도 평화통일' 세미나에 참석해 "미 대선 기간 동안 사실 정책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었다"면서 "국가를 이끌려면 정책이 중요하고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정치 공백으로 양국 상황이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우려했다. 그는 "대북제재나 사드배치 등과 관련해 이미 내려진 결정이 번복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 정권 교체 기간에 한국에서도 정치 공백 상태가 발생해 (교류)상황이 정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외에도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고 캘리포니아주립대(UCSD) 교수, 주펑 난징대 교수, 김재천 서강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트럼프가 당선 이후 기존의 외교·안보 기조를 이을 것이라고 봤지만 통상에 있어서는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립주의라지만 대외정책 중요할 것"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정치 경험이 없는만큼 외교·안보는 기존 시스템이 가동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의 제도적 기반은 굳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해거드 교수는 트럼프가 연설 기간 자국 국방비 증대를 주장했지만 이는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도 밀접히 관련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트럼프는 연설 기간 미 국방, 특히 해군 증강을 강조했는데 미 해군은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관련이 크다"면서 "국방 지출을 늘리면 해당 지역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가 탄도미사일 방어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은 한반도와 관련있다고 했다. 결국 기존 동맹국에게 의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해거드 교수는 "한미 FTA 폐기나 재협상은 국회 의결 사항"이라면서 "양자 FTA를 폐기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도 "한미FTA는 내용이나 형식이 다른 무역 협정과는 다르다"면서 "한국이 무역 흑자를 낸다고 하지만 미국은 서비스 부문에서 상품 부문 적자보다 더 많은 흑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나왔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한미동맹과 관련 "그동안은 정말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트럼프 이후 한미동맹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시험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가 아시아를 모르기 때문에 트럼프만의 아시아 정책이 나올 것"이라면서 "미국이 기존에 폈던 아시아 재균형 정책도 끝났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끝났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몰라서 불안한 북핵문제"
북핵 문제 역시 트럼프가 선거기간 했던 발언만큼 급진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만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은 인정했다. 미국은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는 선거 기간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하겠다"고도 말했다.

 

해거드 교수는 "트럼프가 처음에는 핵과 관련한 강성 발언을 하다가 나중에 부인했다"면서 "결국 핵확산금지조약(NPT) 조항을 준수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문제가 복잡한데 기본적으로 트럼프의 이해도가 낮다고 지적하면서 '북한특사'를 중국에 파견해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펑 난징대 교수는 "세계 이슈중에서 북핵 문제만큼 복잡한 문제가 없다"면서 "모든 이해당사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오랫동안 비핵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국에 책임을 돌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주펑 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는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한·미·중 3자협력을 하기 위한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의 새 내각은 한 달 후쯤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보통 대통령 당선 이후 내각이 꾸려지기까지 4~6주가 걸린다"면서 "인수위가 4000명의 고위 관료를 임명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국회 승인 절차가 필요한 요직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