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준위, '미국 신 행정부 출범과 한반도 평화통일' 세미나
해외 전문가들, 제재보단 대화·협상 통한 변화에 방점
"제재 中에 의존하는 부분 커"…"北, 지배층 이해관계 고려해야"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오바마 정부 8년간 대북정책 기조였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는 미국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에만 북한은 두 차례 핵실험과 수십 차례의 탄도 미사일 발사로 핵 능력을 고도화했고 김정은 체제는 안착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가능한 선택지로 거론되는 방안 중에서는 선제공격이나 제재 강화 보단 대화와 협상 등을 통한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켄 가우스 미국해군연구소 소장은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국 신 행정부 출범과 한반도 평화통일’ 세미나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는 정부 안팎에서 이를 옹호하는 자들이 많지 않다”며 “관여정책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옵션”이라고 판단했다.

 

관여정책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을 포기하도록 제재와 협상을 병행하는 방법이다.

 

가우스 소장은 트럼프 정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대북 정책의 전략으로 △선제공격(Preemption) △제재강화(Intensified Sanctions) △관여(Engagement) 등 세 가지를 제시한 후, 선제공격이 가져올 부작용와 강도 높은 제재 조치가 중국에 의존하는 부분이 큰 반면 중국이 협조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여정책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가우스 소장은 관여정책와 관련,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양보에 대한 대가로 핵 개발 프로그램의 동결에 관한 가능성을 제안했던 바 있다”며 “동결과 사찰은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목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오르기 똘로라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소장은 김정은 체제가 상당히 안정돼 있고 북한의 경제적인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진단하면서 “제재를 통해서 북한의 리더십이 정책을 변경하리라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정책적 대안은 제재가 아니라 관여·협상·협의”라며 “가능한 유일한 옵션은 몇 가지 양보에 대한 대가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똘로라야 소장은 “보다 긴급하고 광범위한 아젠다에 대해서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자대화를 포함해 대화는 북핵 프로그램의 동결과 점진적인 해체를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전략적 균형과 확산의 위험에 대해서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남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그러한 공격은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 자체의 괴멸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영속적인 평화는 한국이 비핵화한 북한의 생존을 보장하고, 북한에 대한 관여를 추구할 때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전 교수는 “관여정책의 모든 과정에서 배신의 가능성에 대해 철저한 구속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리더십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